[법률저널=이성진 기자] 1995년부터 논의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법조계와 법학계, 나아가 정치권까지 치열한 논의가 펼쳐진 결과 2007년 7월 입법화됐다. 긴 세월동안 논의된 로스쿨 도입 배경과 내용을 요약하면 학부 황폐화 방지 및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 신규 변호사 증원, 국제경쟁력 확보 등이다.
연간 1천명 신규 변호사 배출도 부족하므로 최소 1,500명(정원 대비 75% 합격)으로 설계됐고 그래서 로스쿨 총 정원 역시 25개 로스쿨 2,000명으로 합의가 도출된 셈이다. 이로 인해 인가신청한 16개 대학은 탈락을 감내해야 했고 그 외 60여개 법과대학은 신청조차 하지 못한 채 먼 거리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고학력과 고비용을 동반하는)대학원 체제로서의 로스쿨을 나와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게 됐고 이는 곧 전국 대학에서 법학전공자 수를 급감시킴과 동시에 법학 저변을 왜소케 했다. 즉 보편적 법학교육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적 투자와 출혈을 안고 탄생한 것이 로스쿨인 셈이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서 사법시험 폐지, 로스쿨 정원 및 신규 변호사 배출 축소, 유사직역 폐지(또는 통폐합)를 주장하는 후보가 선출됐다. 여기에는 로스쿨 출신들의 대폭적인 지지와 선거참여가 있었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언들이다.
이러한 대세가 로스쿨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사법시험을 둬 입구를 더 터야 한다는 높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로스쿨 정원을 1,500명으로 줄인다면 법조진입권은 더욱 좁아진다. 이는 신규 법조인 연 1,000명 배출로 축소되면서, 같은 수를 뽑아왔던 사법시험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법학적성시험에 능하고 학부성적이 좋고 영어실력도 뛰어나고 또 나름 연령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만 입학할 수 있어, 로스쿨 입구는 더욱 조여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법시험보다 특별히 좋다할만한 것이 없다”던 9인 중 4인 헌법재판관들의 위헌 의견이 보편적 합리성을 갖게 된다.
여기에 2만여 법률유사자격사들이 변호사 업역을 전혀 하지 못하게 방어막을 칠 경우, (기대가치 하락으로 수험생 감소)잔존 법과대는 더욱 고사되고 오로지 연간 1천명의 변호사들에 의존해야 해 대국민 법률서비스는 하락할 전망이 높다. 영어실력이 사법시험 출신보다 출중하다고 해서 국제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담보는 단지 예단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우려다.
변호사단체장이야 회원들의 생존권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가관인 것은 “무변촌도 많으니 합격률을 높여라”며 툭하면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집단행동을 했던 현재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이들이 이제 와서는 입구도 말뚝 박고 출구는 쥐어짜는 영락없는 ‘밥그릇 품기’에 극치를 보이고 있다. 로스쿨 도입 취지를 그토록 주창하더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로스쿨 교수들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입학 정원을 늘려야 재정적 자립과 교과과정이 충실해 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또 과거 법조인 입지를 탈피한, 하나의 자격사로서 사회 곳곳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추진 중인 결원보충제도 영구적 시행과 결원 비중 확대도 이같은 논리에서 출발한다. 드러내 놓고 정원 확대를 못하는 상황에서 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제도를 두고 동상이몽의 적나라한 예가 아닐 수 없고 내분 또한 이런 내분이 없어 보인다. 짐작컨대, 차기 대한변협장과 서울지방변호사장이 공약을 실천해 나갈 즈음엔 이젠 로스쿨과 변호사단체간의 싸움이 불 보듯 뻔 해 보인다. 급기야 남으려는 로스쿨, 퇴출시키려는 로스쿨간 극심한 분쟁은 로스쿨 퇴보를 자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9년간 여전히 “안착 중”이라는 로스쿨 제도. 예견되는 대로라면 법조계는 좋을지 몰라도 로스쿨 안착은 결코 없다. 누구나 응시할 수 있도록 입구는 넓히되 치열한 실력경쟁에서 이기는 자에게 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자격시험의 본질이자 국민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사법시험(또는 예비시험)과 병치가 아니라면 로스쿨 정원 3~4천명으로 증원이 해법이다. 그래야 경쟁을 통한 대국민 법률서비스가 유지나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