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그대는 분수를 아는가? 반기문, 김종인,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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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그대는 분수를 아는가? 반기문, 김종인, 황교안
  • 오시영
  • 승인 2017.02.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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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7년 2월, 대한민국에는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간잡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진흙탕 속에서 신선하게도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 “나는 분수를 아는 자”가 나타났다. 대통령 출마를 몸으로 보여주던 그의 무지몽매함이 안타깝더니 “분수를 모르는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분수는 이런 것이다!”라는 신선한 교훈을 안겨 주고 홀연히 분수 속으로 사라진 사람, 그는 바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 직무를 수행하고 은퇴하기 1년 전부터 차기 대통령 출마를 저울질하며 국내정치를 간보던 그가 귀국 후 20일만에 결국 대통령 출마의 꿈을 접었다. 귀국 후 보인 그의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어정쩡한 외교관으로서의 몸에 밴 행동이 결국 그의 존재 가치를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니게 만들어 버린 결과이다. 그는 아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직접적인 최대 피해자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지 않았다면, 마땅한 후보군이 없는 새누리당의 공천을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 국민 앞에 나타날 수 있었겠지만, 탄핵소추로 새누리당이 풍비박산이 나 버린 지금 의지할 곳 없는 정치 나그네가 되어 버린 것이다. 풍찬노숙에 익숙한 거친 정치꾼이라면 씩 한 번 웃고 난관을 헤쳐 나가겠지만, 온실 속에서 정부의 훈령에 따라 행동해온 외교부 공무원으로서의 삶, 국제적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강대국과 해당국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면 비로소 그 결과에 대한 촌평만을 해 왔던 립서비스의 달인이었기에 결국 그는 어느 당에도 입당해 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 낙마의 길을 택하고 만 것이다. 자기가 없는 자는 어느 판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얻는다. 자기를 밝히고, 자기를 세우는 것, 그것이 진정 사는 길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몰염치가 판을 치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어쩌면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스스로 불출마의 선택을 한 유일한 “분수를 아는 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그에게 칭찬으로 들릴지 비난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진정 이 점에서만은 그를 칭찬하려 한다. 그 분수를 20일 전에 깨닫고, 전직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명예를 지켰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더 이상 자신을 추하게 만들지 않고, 자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지 않고 분수를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그의 “불출마 선언”에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새누리당으로부터 탈당해 국민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만은 그를 귀히 여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은 그를 자당 기존 유력 후보군들의 불쏘시개 정도로 활용할 복안으로 빅 텐트론을 주장하며 그의 영입을 추진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전 유엔 사무총장을 자당 후보의 불쏘시개로 사용하려 했던 그 모사꾼들의 음험함을 눈치 챈 반기문 씨가 서둘러 그 “불명예스러운 산화의 길”에서 발을 빼버린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정권교체”에서 정립하게 되어 있다. 정치 모사꾼들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나 “사람교체”를 민주주의의 그럴 듯한 모형인 듯 주장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정권교체”에서 큰 뿌리를 내릴 수 있음을 우리 국민은 진정 깨달아야 한다. “정권교체”는 “집권정당의 교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 정권이 잘 하면 새누리당 정권을 계속해서 선택하고, 잘못하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선택을 국민이 하면 된다. 집권 정당을 바꿔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속한 정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정치를 잘못하면 정권을 빼앗긴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인식하면 자신이 속한 정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정치를 잘못할 수 없다. 다음 선거에서 소속 정당이 다시 선택받기 위해서 집권 기간 동안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정권이 수차례 반복하여 교체되게 되면, 그리하여 다음 정권이 앞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위사실이 있으면 이를 처벌하는 등 질서를 세워나가면 정치가 맑아지게 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잘못된 범법행위를 저지른 정치인들을 함부로 용서해 주어서는 안 된다. 범법 행위자를 엄벌할 때 정권교체 시 자신의 잘못이 후임 정권에 의해 단죄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함부로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되는 예방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근혜 정권의 탄핵소추는 그 범죄사실이 너무 극악무도하여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기 전에 똥통이 터져버리듯, 가스관이 폭발하듯 자기 정권 내에서 폭발해 버린 것이다. 정권 차원의 범죄들은 대부분 덮어지거나 감춰지는데, 오죽 심했으면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르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현 단계에서 필자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을 수치심으로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고 말았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불인지심(不忍之心)의 가르침을 통해 “참지 못하여 차마 모른 척 하고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을 가르치며 그 중 수오지심(羞惡之心)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잘못했을 때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드러나듯 수많은 불법을 저지르고서도 “엮인 것”이라거나 “누군가의 기획”이라는 음모설을 퍼뜨리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 잘못의 근원을 깨닫지 못하니 반성이 있을 수 없고, 반성이 있지 않으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 결국 맹자의 가르침에 의하면 사람이 아닌 것이 되고 만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어찌 금수와 다르다 하겠는가 말이다.

김종인 현 더불어민주당의원은 비례대표로만 5선이다. 11대와 12대는 전두환 정권에서, 14대는 노태우 정권에서, 17대는 김영삼 정권에서, 20대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네 차례는 여당에서, 한 차례는 야당에서 비례대표를 지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저러한 경제학자로서의 전문지식을 제공하며 정권의 환심을 얻은 뒤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항시 말한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며 비례대표에 목을 매겠느냐고. 그러나 그의 정치 행로를 보면 줄타기의 달인임을 알 수 있고, 뿌리 없는 부평초 같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다. 당시까지 야당의 전유물이었던 “경제민주화”를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아이디어 제공함으로써 박근혜 후보로 하여금 “경제민주화 ‘구호’만을 선점”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을 현혹하여 그녀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으니 말이다.

그랬다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도록 새누리당에 남아 계속하여 촉구하였어야 했다. 경제민주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그를 토사구팽시키고 말았다. 그에게 비례대표 의원 자리 하나도 주지 않았고, 총리나 장관 자리도 하나 주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그가 껄끄러워 외면하고 멀리 내쳤다. 그랬다면, 그가 진정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새누리당 내에서 죽자 살자 당내 투쟁을 전개하였어야 옳다.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당내 여론을 모으고, 국민의 여론을 모아 경제민주화가 실천될 수 있도록 계속하여 압박하였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역시 부평초였기에 새누리당을 탈당하였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였다. 다 알고 있듯이 그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에는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키워드 역시 경제민주화였다. 그리고 진정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친재벌 정책을 주장하면서, 감세를 주장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정책이 얼마나 허구였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그녀를 도와 당선시킨 것은 큰 잘못을 범한 것이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의지를 가지고 재벌개혁, 합당한 조세정책 등을 주장해 온 문재인 후보가 훨씬 더 경제민주화에 적합한 후보였음을 김종인 전 대표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종인 전 대표는 지금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다면서 깎아내리며 반문연대의 선봉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김종인 전 대표의 행위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행위가 “반문연대의 선봉”에 서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정책 추진과정을 보면 경제민주화정책을 일관되게 가장 오래 주장해 온 문재인 전 대표를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의지가 없는 정치인으로 깎아 내리며 또 다른 제3세력화를 도모하는 그는 모사꾼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다음 주에 중대 발표를 하겠다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출마를 포기한 지금 그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어쩌면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반기문 총장을 비롯한 제3지대 세력과 합종연횡을 통한 빅 텐트론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것일지 아니면 자신이 참다못해 직접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선언일지 알 수 없지만, 중대 발표를 선언하겠다고 한 후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불출마 발표가 있었으니,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 중대 발표가 꼬리 없는 맹탕이 되어버릴 공산이 크지 않겠나 짐작할 뿐이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진정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반문연대에 앞장설 것이 아니라 친문연대에 앞장서거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하여금 경제민주화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여 제3세력화를 도모하는 것은 자신이 평생 주장해 온 경제민주화를 거짓으로 주장했다는 자기고백이 될 것이다. 반기문의 대선불출마 선언과 반대로 “자기 분수를 모르는 노추”를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은 이번 대선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아야 수오지심을 아는 최소한의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될 정도로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한 범죄집단의 배후가 되어 버린 정당에서 그 대통령이 탄핵된 후 다시 후보를 내어 정권을 맡겨 주십시오 라고 국민에게 읍소하는 것은 아무래도 웃기는 짓 아니겠는가? 거기에 불쏘시개로 쓸지 아니면 활활 타오르는 커다란 화목으로 쓸려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반기문 전 총장마저 불출마 선언을 한 마당에 누구를 대선 후보로 내겠다는 것인가? 시중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한 쪽 구석에 쳐박혀 있으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급부상하고 있다. 어쩌면 그의 감추어진 권력의지가 새누리당의 러브콜과 맞물려 대선출마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꾀는 죽을 꾀일 뿐이다. 이 시점에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이지 정치교체나 사람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출마는 앞으로의 자신의 행로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로 그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이때 은인자중할 필요가 있다. 구약 창세기 18장은 악행의 성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당하는 스펙타클한 장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소돔과 고모라 성을 멸망시키려는 하나님의 사자와 아브라함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사자 사이에서 흥정이 벌어진다. 아브라함은 처음에 “의인 50명이 저 성에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소돔과 고모라성을 멸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사자가 그러겠다고 한다. 그러나 50명의 의인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없는 아브라함은 다시 하나님의 사자에게 45명이 있다면, 40명이 있다면, 30명이 있다면, 20명이 있다면 하고 의인의 수를 낮춰 요구하고, 이에 대해 하나님의 사자는 모두 그렇게라도 의인이 있다면 저 성을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마지막으로 의인 열 명이 있으면 멸망시키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고, 하나님의 사자는 이조차도 승낙하지만 결국 열 명의 의인이 없어 소돔과 고모라성은 불구덩이 속에서 멸망하고 만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지금 의인 열 명이 있기를 간구하는 아브라함의 절박함이 온 국민의 절박함이 되어 있다. 이 나라가 진정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의인 열 명이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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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2017-02-03 16:36:24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글입니다.

한강 2017-02-03 13:15:10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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