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9 / 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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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9 / 휴학
  • 문덕윤
  • 승인 2017.01.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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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서의 3년이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일 년에 네 번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으면서 심적 압박을 견뎌야 하고,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비해 소화해야 하는 지식의 양이 많아 늘 시간에 쫒기면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로스쿨 진학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경우에는 ‘휴학’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해 보게 됩니다. 사실 그리 유쾌한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기고해 주실 제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휴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할 때도 과연 기고해 주실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두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유로 힘들텐데 혼자만 힘든 것은 아니라는 응원을 해 주고 싶고, 앞으로 로스쿨에 들어오게 되는 후배들에게는 미리 몸과 마음, 실력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로 본인의 경험이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신 충남대 로스쿨 6기 K씨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봤던 K씨는 1년의 휴학이라는 시간을 지혜롭게 규칙적으로 잘 끌어갔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근성과 성실성이라면 앞으로 힘든 일이 닥치더라고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휴학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9화 : 휴학

1. 서론

법학전문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한번쯤은 치열한 생활에 지쳐서 휴학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어느 학교에나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휴학 수기를 남기는 이유는 실제로 휴학을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각종 시행착오의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왕 해버린 휴학이거나 혹은 휴학을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글은 각자의 학교, 개인사정 등을 고려하여 참고용으로만 이용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2. 휴학하는 이유

휴학을 결정하는 것은 3년 과정을 4년을 만드는 것으로 굉장히 큰 부담이 뒤따릅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휴학을 하는 이유는 건강, 학업이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건강의 경우 도저히 공부를 하기 힘들 정도의 디스크나 각종 질환이 휴학의 이유가 되는데 실제로 만나본 휴학생들 중에도 건강상의 문제로 휴학을 택한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학업을 이유로 하는 휴학은 부족한 부분을 별도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이를 실천까지 하는 분들은 소수인것 같습니다.

3. 휴학 수기

가. 휴학 결정 배경

저는 학업을 이유로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처음 법학을 접했을 때 방대한 양에 놀랐음에 불구하고 휴학 이전의 시간동안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학교생활에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고 또 다가올 시험기간들, 졸업시험, 변호사시험 등등에 압박감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하던 중 신림동에 개설되는 순환식 강의 전단지를 접했습니다. 그동안 따라잡지 못했던 학업 공백을 1년을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1년간 휴학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 신림동 생활 후기

1) 기본 생활

신림동에서 각종 고시를 경험하신 분들이 학교에 많이 계시겠지만 이 글은 저처럼 고시경험이 없고 고시촌에 가보지 않았던 분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주거나 생활 문제에 대해 기술하겠습니다.

우선 신림동은 생각보다 접근성이 좋지 않았습니다. 우선 지하철역에서 바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고 고시촌에 들어가는 버스 노선에 아침저녁으로 손님들이 제법 몰리기 때문에 매일 출퇴근을 하긴 힘들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방을 구하기 위해 하루정도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요령이 있는 분들은 집주인분과 직접 계약하기도 한다지만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었기 때문에 부동산을 통해 방을 계약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신림동을 이용하실 분들이 계시면 신림동에 살아본 동기들에게 한번쯤 꼭 알아보고 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낮에 방을 계약해서 몰랐지만 밤이 되니 정말 시끄러운 곳에 방을 얻은걸 알게 됐고 크게 후회했었습니다.

식사문제는 고시식당을 주로 이용해서 해결했고 줄이 길거나 한 경우에는 근처 식당을 이용했습니다. 식사문제를 크게 걱정할 곳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2) 학원 생활

가) 민사법

민법 강의를 고르기 전에 박승수 변호사님과 윤동환 선생님 사이에서 고민을 했지만 그냥 개강이 빠르고 학원을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박승수 변호사님 민법 강의를 선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던 강의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강의를 고르는 방법은 올바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 꼼꼼하게 비교해가며 자신에게 잘 맞는 강의를 수강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제가 수강한 민법 강의는 변호사시험 재시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법과 민사소송법 리뷰 강의였습니다. 강의가 하루에 6시간 정도로 굉장히 길었는데 매일 시험을 보고 강사가 직접 면담도 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합격자 발표 이후에 이듬해 변호사시험까지 남은 기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강의는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는 것이므로 강의에 대한 제 생각은 생략하겠습니다.

리뷰 강의 특성상 중요 쟁점들을 굉장히 빠르게 진행해서 강의 이후 복습을 하는데 남은 하루를 썼습니다. 강의를 듣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독서실에 가서 복습을 마치고 방에 와서 자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부끄럽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후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한 기간이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부족했던것 같은데 다행히 독서실을 오가면서 친해진 타 학교 졸업생 분이 제 질문을 같이 고민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나) 형사법

(1) 형법

형법 과목은 이용배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휴학 이전에 가장 취약한 과목이라고 생각해 걱정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민사법을 들으면서 신림동 생활에 어느정도 적응을 했었고 나름대로 함께 공부하는 분들도 생겨서 이때부터는 별다른 고민 없이 지냈습니다. 민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강사가 직접 사무실에서 공부방법 뿐 아니라 그 밖 생활에서 어려운점에 대해 해결책을 논의해주는 방식이었는데 저는 이용하지 않았지만 이용하신 분들의 경우 꽤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2) 형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은 이재철 선생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당시에 형사소송법에 주어진 강의 횟수와 시간이 너무 적어서 강사님과 학생이 모두 곤란했던 것 같았습니다. 형사소송법이 처음인 휴학생이라면 압축된 강의보다는 충분히 읽고 생각해볼 수 있는 방식의 대안을 찾아야 할것 같습니다. 저는 압축 강의를 듣고 이해가 가지 않아 동일한 강사님의 형사소송법 관련 입문 강의를 들었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 신촌 생활 후기

1) 이전 이유

개인적 사정 때문에 신림동 생활을 갑자기 정리하고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혼자 공부하기엔 처지는 느낌이 들까봐서 대안을 모색하던 중 제 기준으로는 접근성이 제법 괜찮은 곳에 메가로이어스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이용하기로 하고 집에서 신촌을 오가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따지자면 신림동 생활이 휴학생활 전기라면 신촌 생활이 후기쯤 된다고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어쩔수 없이 공부하는 환경이 바뀐것이지만 휴학중에 이런식의 환경 변화는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우선 이사를 하는것 자체가 물리적으로도 굉장한 중노동일뿐더러 새로이 무언가 알아보고 공부를 시작하는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꽤나 큰 손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촌 생활을 시작할 무렵은 학기로 치면 2학기가 개강할 무렵이었는데 갑자기 공부 계획을 변경해야 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지만 학원 측에서 오픈 관련 이벤트도 많이 진행하고 독서실도 보유하고 있어서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2) 학습 내용

신림동에서 민법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단기에 압축적인 강의로 공부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아 민법 공부를 한회독 더 해보기로 결정하고 정연석 변호사님 강의를 수강하며 민법을 한번 더 정리했습니다. 신림동과 비교하자면 신림동의 경우 제한된 회차 문제로 다소 서두르는 느낌이었다면 신촌은 수강 대상이 달랐던 만큼 비교적 상세한 강의였습니다. 휴학생 개인의 입장차이가 있겠지만 공부가 조금 더 되어있는 입장이라면 신림을, 조금 더 초심자에 가깝다면 신촌을 택해서 페이스 조절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한것 같습니다. 메가로이어스도 매일 출석시 봐야하는 시험이 있었고 시험 해설이 충실했습니다.

이후 겨울방학 전까지 민법 사례형 기출문제를 한번 정리했고 독서실에서 동영상 강의를 통해 상법, 행정법을 정리했습니다. 홀로 책을 읽는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늘어짐을 방지하는 측면에서는 강의를 이용하는 것이 저에게는 잘 맞는 방법이었습니다. 대부분 휴학생들이 혼자 다니는 것을 고려한다면 강의를 듣진 않더라도 강의 진도표에 맞게 공부량을 배분해 보는것도 요령이 될 수 있겠습니다.

라. 기타 휴학 후기 종합(학교 잔류자의 경우)

저처럼 휴학 기간 중 학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학교에 잔류해서 필요한 공부를 한 휴학자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의 후기를 전해 드리는것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잔류자들은 주로 학교에 남아 동영상강의를 수강하거나 스터디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을 택하는것 같습니다. 늘어지지 않기 위해 생활스터디 참여를 하고 재학생들과 소통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하여 학업 성과를 내는 방법이었습니다.

마. 각 방식에 대한 판단

신림동, 신촌, 잔류 세가지 방법은 나름의 장단점이 명확했습니다.

신림동의 경우 한 장소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단계별로 학습을 이어나가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다만 재시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강의들을 수강하는 경우 강의가 다소 빠른 감이 있습니다.

신촌은 기본적으로 실무를 하고 있는 변호사님들이 와서 강의를 해주기 때문에 강약조절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시험과 실무의 간격을 잘 메워주는 느낌이라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점도 강점입니다. 다만 규모가 작고 근처에 크고 작은 행사가 자주 열려 산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내에 잔류하는 경우 비교적 저비용으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재학생들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 일정에 맞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점은 학원 생활과는 또 다른 장점입니다. 휴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눈앞의 시험이 없어져서 풀어지기 쉬운데 그 부분을 잘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교의 치열한 분위기에 지쳐서 휴학을 한 경우라면 선택하지 못할 선택지라는 점은 문제입니다.

4. 복학 후 과정

개인 성향별로 다시 적응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저는 복학 첫 학기에 더 물러설 곳은 없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복학을 하고 첫 학기를 잘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지난 1년의 과정이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컸습니다. 겨울방학 기간 동안 그 다음 학기에 공부할 부분에 대해 미리 읽어보고 준비했고, 학기중에는 수강 과목 관련 스터디에도 참가하며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고 보니 휴학 이전에 비해 성적은 제법 올랐고 법학 공부 자체에 대한 흥미도 더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1년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복학 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며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복학을 하고 초기에 방황을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적응에 개인별로 차이를 두는 것일 뿐 각자 공부를 하며 잘 자리를 잡는것 같습니다.

다만 학업 이유의 휴학인 경우 휴학 이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했을 경우를 전제해야 합니다. 1년을 따로 공부하고 왔음에 불구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남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5. 결어

모두가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곳에서 나의 최선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많은 교수님들께서 법학은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학문이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시지만 다가오는 시험들을 보면 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 우리의 현재가 아닐까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험을 앞둔 불안한 마음은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마음에서 공부방법이나 휴학 등을 고민하는 것이라 봅니다. 휴학을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거나 했다면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었을텐데 저는 다만 조금의 안정을 되찾은 정도에 불과한 점이 아쉽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 생각보다 조금 긴 두서없는 글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정말 잘, 열심히 해서 방법론을 공유하는 명예로운 후기는 아니지만 동료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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