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그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현행 5급 공채인 행정고시 폐지를 골자로 한 ‘공무원 인사제도 개혁방안’을 최근 내놓자 “서민의 정당임을 외치며 ‘서민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다”며 행시 준비생들과 대학생들이 발끈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도입이 결정됐듯,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행정고시 폐지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나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주관하고 더좋은미래와 더미래연구소 공동 주최로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핵심 아젠다 연속토론회 ‘국민을 위한 관료: 공무원 인사제도 개혁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현행 5급 공채 시험인 행정고시를 없애고 7급 공채 시험과 통합하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공채 중심 관료사회가 가져온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방성을 높이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직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행정고시까지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계층이동 사다리를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로스쿨이 ‘금수저’를 위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듯, ‘행정고시 폐지-개방직 확대’ 역시 같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방직 확대에 대해 수험생들은 금수저를 위한 ‘현대판 음서제’를 만들려는 꼼수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개혁안은 ‘제2, 제3의 정유라’ 자리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당 정책위원회는 물론이고 정책연구원에서도 이같은 논의는 공식적으로 단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비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시생 모임은 규탄 성명에서 “행정고시를 폐지시키고 7급으로 통합하면 승진 기회가 많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행정고시 공채만 폐지시키고 민간 특채는 그대로 둔 채 폐지되는 공채 인원을 민간 특채 형식으로 해서 로스쿨 출신들로 채우겠다는 것이 행정고시 폐지의 숨은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폐지시키고 그 자리를 기득권과 특권층의 자녀를 낙하산으로 채우는 현대판 신분사회를 만들려는 것이 민주당의 목표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돈과 빽으로 만든 스펙으로 무장한 금수저에게만 기회를 주는 로스쿨과 특채는 기득권의 신분세습 도구로서 서민의 기회를 빼앗는 날강도 같은 제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고시생 모임은 “사법시험과 행정고시가 폐지된다면 서민에게는 기회가 없다”며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더민주가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것은 표를 의식한 위장술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미 대표적인 계층이동의 사다리인 사법시험을 폐지시킨 장본인이다.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고 있지만 더민주는 가로막고 있다. 19대에서 더민주 이상민 의원이 법사위원장이라는 완장을 차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끝내 뭉개버렸다. 로스쿨에 가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우회로를 열어달라는 서민들의 절규는 그의 완장 노릇에 묻혀버렸다. 이번 20대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더민주 소속인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이 ‘제2의 이상민’임을 자처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심의하는 제1소위 위원장 완장을 꿰차고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을 가로막고 있다. 19대에서 서영교 의원이 상법과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묶어 저지시켰듯이 이번엔 박범계 의원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 상정을 요구하며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전체회의 상정을 거부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이 그 알량한 완장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지금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모하고도 이율배반적인 형태에 신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