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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의 부동산 경제 (21) -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차경은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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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6  17: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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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 경제학 박사

‘조물주 위에 건물주’만큼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원인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싶다. 낙후된 지역을 살린 임차인들이 종국에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뜨는 상권을 만든 임차인들의 노동의 몫은 그대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에게 귀속되고 임차인들은 계속해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속도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빨라진 탓에 자본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자본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계급이 세습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래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낙후된 지역에 ‘신사’를 뜻하는 ‘젠트리 중산층’을 대거 유입시켜 해당지역의 활력을 도모하려는 영국의 주택정책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러나 본래의 의도와 달리 중산층 유입으로 낙후지역이 고급주택가로 바뀌면서 임대료가 치솟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원주민이 오히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오늘날에는 도심재생과정에서 외지인들로 인해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뉴욕 맨하튼 남부 소호(SOHO)와 브루클린 덤보(DOUMBO)지역이 대표적으로 회자되고 있으나 서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화가, 디자이너, 사진작가, 인디밴드 등이 모여 예술적인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던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과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경복궁 옆 서촌, 경리단길, 성수동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 등이 유명해져 유동 인구가 늘어났지만 이들이 생산한 부의 가치는 가맹점을 앞세운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높인 임대료로 인하여 자본가에게 100% 귀속됐다. 홍대상권의 경우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유입으로 독특했던 분위기는 점차 획일화 되어가고 외곽으로 밀려난 기존 임차인들은 합정동, 망원동, 연남동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언제 밀려날지는 시간문제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에 ‘건물주’라는 직업이 새롭게 떠올랐다고 할 만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꿈꾸는 ‘건물주’. 그러나 노동의 가치만으로 건물주가 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한 언론에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토지 등 약 100군데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증여나 상속을 받은 토지가 42곳이었고 이중 증여나 상속받을 당시 미성년자는 8명, 가장 어린 토지소유자가 ‘6살’ 이었다고 한다. 작년 세입자분쟁으로 말이 많았던 힙합 듀오 리쌍이 공동 투자한 강남구 신사동길에 위치한 ‘명문빌딩’의 경우 90억원에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2012년 53억 원에 매입한 이 건물이 호가대로 거래된다면 불과 5년 만에 시세차익만 37억이다.

1879년 ‘진보와 빈곤’을 통해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토지사유화로 인해 지주에게 불로소득이 귀속되기 때문에 사회가 발전함에도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의 가치로 생산되지 않고 자연 공유물인 토지의 경우 지대의 100%에 가까운 토지단일세를 부과하여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헨리 조지가 주장한 토지단일세는 토지사유화를 전면 부정하고 토지와 건물이 생산한 부의 가치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측면 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불로소득의 귀속문제를 해결하여 임차인과 임대인이 함께 상생하고자 했던 측면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토지의 세습화가 견고해지기 전에, 노동이 생산한 부의 가치가 토지소유자에게 모두 귀속되기 것을 막기 위해, 임차인과 임대인이 함께 상생하기 위해 현행 재산세와 임대소득세의 세율을 강화해야한다. 특히 이들의 세율인상으로 인한 세금부과가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한다.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를 지역실정에 맞도록 확대하고, 권리금 보호규정을 폭 넓게 인정해야하며,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기간을 임차인이 제공한 노동의 몫이 환수 될 수 있도록 연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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