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산책 141 / 감정평가와 '머신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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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산책 141 / 감정평가와 '머신러닝'
  • 이용훈
  • 승인 2017.01.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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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프로 바둑기사가 AI에게서 배우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화제다. 흔히 바둑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 바둑고수의 기보를 익히고 이를 따라한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과 겨뤘던 바둑판의 내용을 그것도 프로기사가 익히려고 한다니 기사화될 만하다. 특정 바둑기사는 ‘AI를 따라는 하는데 아직 그 수가 좋은 수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는 자기고백도 했다. 승부처에서 감정의 변화를 보이고 시간에 쫓겨 실수할 수 있는 사람에 비해 감정의 변화가 없고 계산속도가 너무나도 빠른 인공지능에게서 허점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이 두 점에서 네 점까지 접바둑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간이 이래저래 기계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어떤 ‘단어’로 검색을 하면, 검색엔진은 그 단어와 연관돼 검색된 또 다른 단어를 노출해 준다. 흔히 연관검색어라고 부른다.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몇몇 프로그래머는 이런 인기단어가 검색될 때 특정 블로그가 노출되도록 프로그래밍을 짠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부동산학 논문도 부동산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머신러닝’과 관련된 논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어떤 단어의 검색 또는 노출횟수에 따라 후속적으로 나타나는 부동산 현상을 연결 짓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네트워크분석’이라는 통계 프로그램은 부동산 가격 들썩임의 진원이 어디고 이 진동이 어떤 지역으로 전파되는지 예쁘게 그려준다. 그래서 결국 부동산가격 변동의 중심이 강남 3구임을 입증해 낸다.

사람이 학습하는 방법대로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만 충분히 제공하면 기계가 공부를 한다는 것. 이를 ‘머신러닝’이라고 부른다. 공중파 프로그램에서는 솔로 출연자가 기계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몇몇 기업은 ‘챗봇’이라고 통칭하는, 사람과 채팅하는 컴퓨터를 개발해 냈다. 이제 컴퓨터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 주기만 하면 학습능력이 사람보다 못하지 않다. 인공지능의 종착점이 과연 어디일까 심히 두렵기도 하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나겠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도 들린다.

한 공기업이 부동산의 담보대출액을 스스로 가늠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감정평가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홍보한 적이 있다. 부동산 통계전문기관으로 자임하는 곳이다. 이 공기업이 가진 데이터는 실제 거래된 가격정보다. 십년에 걸쳐 수 천만 건의 실거래자료를 갖고 있다고 홍보했고, 과세가격인 공동주택, 단독주택, 토지의 공시가격에 대한 데이터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공동주택의 경우 거래가 빈번하다. 이런 노출효과는 일반인도 쉽게 가격을 추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어느 지역 어떤 아파트가 ‘평당 얼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꼭 부동산 전문가만이 아니다. 평범한 일반인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공기업이 모든 부동산의 가격을 축적된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부동산 주변으로 거의 동일한 부동산의 거래 자료를 확보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부동산의 가격변동률을 결정할 때 ‘반복매매모형’을 활용하는데, 사실 동일한 부동산이 시간을 달리하며 반복적이면서 또 짧은 주기로 거래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지가변동률을 결정할 때도 거래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면 누군가가 추정 거래가격을 넣어줘야 한다. 그래서 지가변동률이 실제 토지가격변동과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 때 부동산광풍이 불었던 제주 땅 값의 체감 변동률과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에 위탁하여 조사, 산정하는 지가변동률의 괴리가 커 기사화된 적도 있다. 이 괴리를 종국적으로 머신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 공기업이 다른 것도 아닌 담보시세 자동 산정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머신러닝시대에 부응하는 잰 걸음이다. 왜 ‘담보평가’라고 하지 않고 ‘담보시세’라고 했는지는 속보이는 일이다. 감정평가업계는 이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감정평가를 할 수 없는 공기업이 감정평가와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 이를 수익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지 않는가. 머신러닝에 의해 감정평가를 흉내 내는 것은 일부 영역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현 시점 이 공기업에 조언을 하자면, 유사감정평가라는 비난에도 대비해야 하고 담보시세 자동산정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했을 때 그 위험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도 고민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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