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 라운드테이블'...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익변호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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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 라운드테이블'...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익변호사란?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1.19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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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회 ‘2017 프로보노 라운드테이블’ 개최
변호사-활동가 입장·사안 공유, 협력방안 모색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1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프로보노지원센터(센터장 염형국 변호사)가 주최하는 ‘2017년 프로보노 라운드테이블’이 변호사교육문화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오전 11시부터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참여율을 제고하고, 각 영역별로 특성에 맞는 공익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공익활동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변호사들과 활동가 등 총 50여명이 참석한 바, 주최측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활발한 논의를 전개했다.

이 날 전체 진행은 프로보노지원센터장이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맡았고 패널로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은진 변호사,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서동운 센터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나섰다.

논의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양상 및 현황 △공익단체별 활동양상 및 현황 △변호사와 공익단체간 공익활동 협력방안이었다.
 

▲ 사진 김주미 기자

위은진 변호사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은 꼭 있다”

올해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은진 변호사는 “현재 공익변호를 전담하지는 않고 일반사건을 더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나의 경우가) 공익활동을 기존 업무와 병행하려는 변호사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위변호사는 변호사가 공익활동의 기회를 접할 수 있는 경우로 크게 ‘기존 단체와 결합하는 방식’과 ‘개별사건마다 결합하는 방식’을 들었다.

기존의 단체로는 가장 먼저 모든 변호사가 의무로 가입하고 있는 대한변협이 있는바 대한변협 소속의 각종 위원회·소위원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위변호사는 “공익활동을 병행하려는 경우, 전담이 아니므로 욕심대로 모든 일을 해낼 수가 없다”며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해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좋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 외의 단체로는 민변을 들었다. 위변호사 역시 임의단체인 민변에 가입해 있다며 “거기서 뜻이 맞는 변호사들과 함께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사안에 합류하는 방식에 대하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있는 경우 공동변호사단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다만 개별사건에 합류하고 싶은 경우, 사안을 직접 발로 찾아다닐 것을 권장했는데 “가만히 앉아있는데 누군가 알고 찾아올 리 없지 않느냐”라는 것.

위 변호사는 “어딘가에는 꼭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뜻을 품은 사람이 있다”며 본인이 직접 주도적으로 기획해서 사람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2년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위 변호사는 당시 여성변호사가 많지 않았던 탓에 자연스레 여성인권 분야에 주력하게 됐다고 한다. 특별히 성매매여성 지원활동을 많이 해 다시함께센터 등과 연계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녀는 현장의 활동가들 말에 변호사들이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어떤 면에서 변호사들은 해가 갈수록 도전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변호사들은 어느 사안을 접했을 때 승소가능성을 중요하게 따져본다. 속에서는 부당하다는 마음이 막 솟아오르는데도 법리적·경험적으로 막막한 사안의 경우 승소가능성을 낮게 보고 주저한다”는 것.

“오히려 ‘이런 사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뒤집어야 한다,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변호사들보다 활동가분들에게 더 있다”며 “변호사들이 활동가들과 깊게 대화를 나누어 설득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동운 센터장 “현장에 법률가들은 꼭 필요한 존재”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의 서동운 센터장은 장애우들의 권익 향상에 법률가들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사례를 통해 열거하며 현장에 더 많은 법률가들이 참여해주기를 독려했다.

그는 먼저 “지금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하철 역사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다”며 “지금은 당연하면서도 꼭 필요하게 여겨지는 이 시설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절대 해줄 수 없다던 일이었다”며 운을 뗐다.

당시 장애인 편의시설을 요청했을 때 듣게되는 답변은 언제나 “그렇게 쓸 예산이 없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는 것.

즉 “이게 법으로 만들어지니까 절대 안 된다던 일이 그냥 당연하게 되었다”며 법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센터장은 최근 정신보건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나자 법이 바뀌어 ‘20년간 보호시설에 갇혔 지냈던 사람이 원래는 안 그래도 됐던 경우’가 되어버린 점도 지적했다.

“소송이라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권리를 찾아주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중요하다”며 “현장의 활동가들이 느끼는 중요한 이슈와, 법률가들이 소송법적으로 느끼는 한계점을 잘 융합하면 의미있는 소송들을 낭비없이 잘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 좌로부터 염형국 변호사, 위은진 변호사, 서동운 센터장, 이미경 소장, 황필규 변호사

서센터장은 염전노예 사건과 같이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던 사안 앞에서 느꼈던 활동가들의 한계점도 소개했다.

법전문가가 아닌 활동가들은 사안을 법적으로 풀어서 정확하고 적절한 문제제기를 할 수가 없다는 것. 법률가들이 현장에 꼭 필요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기도 했다.

나아가 서센터장은 “우리도 여성 활동가들을 벤치마킹해서 장애우 권익과 관련된 판례들을 분석해 잘 된 판례와 권익보장에 방해가 되는 판결을 각각 ‘디딤돌, 걸림돌 판례’로서 선정·논평한다”며 “이런 작업들 역시 변호사들이 해 주어야 정확하고 효과적일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미경 소장 “활동가의 삶 선택하는 변호사들 기다린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 역시 성폭력분야의 법제화과정에서 변호사들의 역할이 얼마나 절대적이었는지를 소개했다.

1970년 아내강간은 성립할 수 없다는 판례의 태도에 도전한 소송이 2004년 승소 판결을 얻어 아내강간죄를 판례상 인정하기에 이른 점, 성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해 6월 이내 고소해야 하는 제한을 깨뜨린 점, 근친에 의한 성적 피해를 고소할 수 없던 법적 불합리를 시정한 점, 성범죄를 ‘정조에 관한 죄’로 칭하는 문제를 지적해 개선한 점 등의 성과를 나열하며 감사를 전했다.

“성폭력특별법제정이나 성희롱 관련법안의 단초를 마련한 것도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 변호사들이 무료 변론으로 공동변호인단을 형성해 수년간을 끝까지 싸워준 덕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소장은 “성범죄는 법과 제도로 권익보호 장치를 마련해놨어도 이행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나영이 사건이나 밀양 성폭력 사건 같은 경우 많은 변호사들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무료로 진행해 줘 실제로 배상을 얻어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소장은 매달 성범죄 관련 판례를 평석해서 전국 법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지난 13년 동안 꾸준히 ‘디딤돌, 걸림돌 판례’를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는바 13년간 총 164건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박유천 사건의 피해자가 무고죄 판결을 받은 사안과 관련하여 변호사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소장은 “우리 판례가 업소여성들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 특히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는데 이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소장은 그 밖에도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쪽 변호사를 대할 때 안타까운 경우들이 있었다며 “변호사들이 가해자를 대리해 피해자를 공격할 때 피해자의 과거 성 경력을 들추어내는 경우가 참 많다”는 것.

“이것은 아주 심각한 인권침해고 변호사들이 이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며 “변호사들이 이 부분에 대한 인권감수성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녀는 “단체활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해 주는 변호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연봉이 천~2천에 불과하더라도 활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변호사가 꼭 나올 것이라 믿는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소장은 “NGO는 사회의 맥박과도 같은 존재니 함께 사명감을 갖고 좋은 세상, 신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제안으로 말을 마쳤다.

황필규 변호사 “서로에 대한 이해 높이고 기대수준 맞춰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공익활동을 하다보면 생각처럼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참석한 여러 변호사들에게 따뜻한 위로부터 전했다.

변호사의 20시간 공익활동의무가 2000년 도입됐는데 그 때부터 시민단체와 변호사를 중개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있었고 황변호사 역시 직접 해봤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황변호사는 “변호사들의 공익활동도 사실은 자기가 하고싶어서 해야한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면서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며 “변호사와 단체의 중개를 위해서는 변호사 개인의 관심사들을 잘 캐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또 “변호사들이 별 생각없이 어쩌다 공익활동을 하게 됐는데 먼저 와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보니 사람이 좋아 그대로 따라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며 먼저 공익활동을 시작한 변호사 개인이나 단체들은 이처럼 여러 경로로 새 인원이 뛰어들 수 있음을 인식하고 다양하게 관심을 갖고 끌어줄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한편 황변호사는 “변호사와 단체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대수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호사와 단체 양쪽에서 서로를 향해 아쉬움들을 토로한 내용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변호사들에게 준 피드백으로는 ▲변호사들이 피해자나 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지원하는 단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변호사이면 좋겠다 ▲기계적으로 일만 하려는 변호사보다 단체와 함께 간다는 느낌으로 고민도 함께 나누는 변호사가 필요하다 등이었다.

반면 변호사들이 토로한 내용으로는 ▲돈을 받지 않아서 그런지 변호사의 일을 쉽게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법적으로 맞지 않는 신념으로 법률가들을 불편하게 한다 ▲어렵게 일을 처리해 주어도 고마워하기보다 당연히 여긴다 등이 있었다.

황변호사는 “함께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아쉬움들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서로의 입장차를 이해해주고, 작은 일을 하나 하더라도 마음을 같이 하여 함께 해낼 때 진정한 파트너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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