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에 관습법상 권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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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에 관습법상 권리 인정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1.19 1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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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법’ 시행 전 설치된 경우 ‘분묘기지권’ 시효취득 가능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분묘기지권’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돼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돼 왔다”며 “이러한 관습법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판결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를 사용하고 토지 소유자나 제3자의 방해를 배제할 수 있는 관습상의 물권이다.

대법원은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 획득하는 분묘기지권 외에도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관습법상의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다고 판시해 왔다.

이는 전통적인 조상숭배사상과 시신이나 유골을 땅에 묻는 매장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대한 관습법의 효력 상실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 다수 의견은 “관습법의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관습을 둘러싼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와 함께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의 기초가 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태도가 그 사회적·문화적 배경 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명백하지 않다면 기존의 관습법에 대해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같은 전제에 따라 먼저 장사법의 시행으로 분묘기지권의 존립 근거가 상실됐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장사법은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고 토주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해 토지 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규정, 분묘기지권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장사법은 법 시행 후 설치된 분묘에 한해 적용하는 것으로 그 적용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다수의견은 “이는 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 분묘기지권 내지 그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관습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의 변화나 소멸이 없었다는 방증도 된다”겨 “장사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의 존립근거가 위 법률의 시행으로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민법 제185조가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시효제도의 취지, 매장문화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등도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관습법으로서 존재한다는 근거로써 제시됐다.

이에 반해 김용덕, 박보영, 김소영, 권순일, 김재형 등 5인의 대법관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음에도 20년간 평온, 공연한 점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상 영구적이고 무상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종전의 관습은 적어도 2001년 1월 13일 장사법이 시행될 무렵에는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이런 관습의 법적 구속력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됨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상실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따라서 장사법 시행 전에 설치됐더라도 장사법 시행 시점에서 아직 20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분묘의 경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 대법관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에 관해 그 동안 형성된 법류관계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는 점, 장사법의 입법태도, 분묘의 특수성과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현실 등을 고려해 대법원은 아직까지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의 존립 근거가 상실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판결문 보기: http://www.scourt.go.kr/sjudge/1484807376209_152936.pdf
► 공개변론 보기(2016년 9월 22일): https://youtu.be/tXdzmPJM1g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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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2017-01-22 12:22:46
대법원 분묘기지권인정=최태민묘 분묘기지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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