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학박사가 되기를 바란다.
상태바
[칼럼] 법학박사가 되기를 바란다.
  • 정형근
  • 승인 2017.01.13 10:5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형근 교수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난 1995년 서울에서 변호사 개업을 할 때 등록번호가 4517번이었다. 활동 중인 변호사가 4천명도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개업한지 3년이 지났을 때 개업비용도 갚고 집도 마련했다. 호시절이었음에도 법조시장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는 없었다.

장래를 위하여 전문분야를 공부하려고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 후 법률사무소를 전남 해남으로 옮겼다. 그러면서도 수업에 참석하려고 땅 끝이라는 해남에서 서울까지 오가야 했다. 수업 후에는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 3시 무렵 목포에 도착했다. 깊은 밤에 택시를 타고 해남까지 고요하고 드넓은 들녘을 달렸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자문하곤 했다. 박사학위 논문자료를 구하려고 일본을 두 번이나 갔다. 해남에서 지내던 3년 사이에 논문을 쓰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덕분에 사건수임과 처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

그러던 중 2007년 10월 하순경 경희대에서 앞으로 생길 로스쿨의 교수로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력서 한 장 메일로 보냈는데 한 달 후에 임용이 되었다. 10여 년간의 변호사개업을 휴업하고 학교로 옮겼다. 변호사 자격과 박사학위 소지자라고 대학으로 초빙 받았지만, 교수다운 실력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매일 밤늦게까지 연구실에서 지내야 했다. 그 덕분에 ‘법조윤리강의’, ‘공법기록형 공법소송실무’, ‘행정법’ 등의 저서와 연구논문을 낼 수 있었다. 특히 ‘변호사법 주석’ 출간을 계기로 현재는 법률신문에 ‘변호사법 조문해설’을 연재하고 있다.

로스쿨 출범 9년째를 맞고 있다.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무교수의 비율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졸업과 동시에 석사학위가 부여된다. 그런데 일반 석사과정과 달리 연구논문은 쓰지 않는다. 석사학위 논문은 각주 다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각주를 다는 것은 변호사가 준비서면이나 변론요지서를 작성함에 있어서도 필요하다. 각주는 그 글의 수준과 권위를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각주가 없는 글은 작성자의 독자적인 견해로 취급될 수 있다. 그래서 판례와 저명한 법학자의 이론을 인용한다.

로스쿨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교수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교수 채용 자격을 석사학위 이상으로 정해 놓는다. 실제로 이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채용되기는 어렵다. 다만, 2007년 로스쿨 인가신청을 할 때 실무교원을 채용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학위유무를 묻지 않고 채용한 적은 있었다. 앞으로 로스쿨 교수 같은 학계진출의 뜻이 있다면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전문영역 개척을 위해서도 학위를 받는 것은 좋다.

변호사로서 실무경험이 있으면 충분하지 별도로 박사학위가 필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 교수는 강의와 연구를 하는 직업이다. 강의는 축적된 기존지식의 전달과 새로운 연구의 결과를 전하는 과정이다. 이미 확립된 이론과 판례를 발전적인 측면에서 비판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다보면 이런 안목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학위논문은 대략 200면 정도의 분량이다. 그러니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이런 방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참고자료를 찾아야 하고, 그 자료를 읽고 이해하여 독자적인 이론전개를 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논문은 5명의 심사위원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박사학위는 자신의 이름으로 연구논문을 쓸 수 있다는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있다.

신입 변호사 입장에서는 과중한 업무로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수업을 이수하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학위논문을 쓰는 것은 더 어렵다. 모든 글은 첫 페이지를 쓰는 것이 가장 힘들다. 첫 장만 넘기면 어느 순간 탈고할 때가 온다. 학위논문도 이런 자세로 써나가면 된다. 굳이 멀리 높이 날기 위해서가 아닐지라도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학문의 길도 관심 갖기를 바란다. 법학박사 학위는 실무능력을 고양시키는 이정표 역할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는 계기도 제공할 수 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일무이 2017-01-13 19:05:41
대륙법계를 계수한 나라중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인 나라는 한국이외에 또 있나??ㅋ
얼핏봐도 이상하고 들여다 보면 더 이상한 제도가 한국형 로스쿨이야ㅋ

그렇죠 2017-01-13 11:42:05
일반석사들은 법조인시험칠 기회도주지않고 내팽개치는게 제맛! 전문석사만이 내 후배고 내 제자! 법대생들과 일반대학원생들은 버리는게 인지상정!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