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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69)-구두변론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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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6  16: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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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스님처럼 묵언 수행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한 달 이상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적이 있다. 의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을 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묵언의 시작은 고시공부를 하던 어느 해 이맘 때 즈음으로 기억된다. 새해를 맞았고, 사법시험 1차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이라 공부에만 집중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밥을 먹었던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공부하고 밥을 먹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시작된 혼자만의 고시생활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 공부량은 늘였지만, 상대가 없으니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후 사법시험 1차를 마침과 함께 뜻하지 않게 시작된 묵언도 끝이 났다. 그런데, 시험 후 마련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이전과 다르게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이 제때 입을 통하여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보니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이다. 그후 예전처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상적인 말도 한동안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은 어떨까?

변호인 또는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법정에 선 초창기에는 법정에서 할 말이 많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말을 할 기회가 그렇게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재판장의 소송 진행에 “예”라는 말만 하고 끝나게 되는 재판도 많았다. 대부분 이미 제출되었거나 제출하는 서면이 구두진술을 대신하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법정에서의 구두변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연습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여느 재판 때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참석한 어느 재판기일에 재판장이 주장의 요지를 진술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재판때처럼 “이미 제출한 서면의 내용과 같습니다”라고 간단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당황한 마음을 추스르고 나름 정리해서 진술하고자 했지만 묵언 공부 후와 마찬가지로 머릿속 생각이 말로 정리되어 나오지 못했다. 법정을 나와서도 한동안 불만족스런 변론이 못마땅해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 재판 이후에는 재판시간 보다 일찍 법정에 나가 재판장이 재판진행을 어떻게 하는 스타일인지 살핀 후 구두변론을 중시하는 경우에는 미리 변론을 할 사항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중얼거리며 연습해보게 되었다. 지금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구두변론을 강화하고자 하는 법원의 정책에 따라 거의 모든 재판에서 구두변론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법정에서 변론하여야 함을, 형사소송법은 공판정에서의 변론은 구두로 하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어 구두변론이 원칙적인 모습이지만, 그동안 많은 사건 수에 따른 신속한 재판진행의 필요성 때문에 서면위주로 재판이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서면이 주장이 구체적이고 자세히 정리되어 있는 등 나름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법정에서 말로써 진술되었을 때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보다 명확해지고 재판부를 설득하는 효과도 더 크다. 구두변론을 하게 되면 그 내용 뿐만 아니라 말투, 억양, 표정 변화 등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주장에 근거가 있고 논리적인지 등을 직관적으로 알 수가 있다. 주장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리되어 있지 않을 때는 말이 길어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목소리가 떨리거나 높아지게 되며, 자신이 주장이 논리적이지 못할 경우에는 감정적인 부사나 감탄사의 사용빈도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느낀다. 사람이 말을 할 때 나타나는 이러한 모습 때문에 법정에서의 구두변론 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대면조사가 필요하고, 진술서 보다는 법정에서의 증언이 더 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구두변론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법정에서 주어진 짧은 시간에 어떻게 말로써 재판부를 설득할 것인지 고민과 연습이 필요하게 되었다. 필자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그에 대하여 공부하거나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법원 등에서 개최하는 법정변론경연대회나 모의재판 대회 등 여러 가지 기회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멋진 구두변론을 하는 법조인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글은 생각을 정리해서 쓸 수 있고 무엇보다 다시 고칠 수 있지만, 말은 그렇지 못하여 그 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치를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직무가 정지중인 대통령이 기자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연설문 없이 대통령이 말하는 모습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다. 그런데, 그 영상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은 필자만이었을까.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이 받는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명했던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진행 중인 탄핵심판에는 출석하여 변론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대통령에게는 그 편이 더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탄핵심판정에 나가 기자간담회에서와 같이 변론하다면 결코 유리한 구두변론이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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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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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창희 2017-01-06 23:22:21

    변호사님 말씀!
    늘 귀감이 됩니다.저는 법률적 지식에 문외한인 치과의사이지만 이 칼럼을 통해 삶의 지혜를 늘 배우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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