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 변호사의 값진실패, 소중한 발견(37)-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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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변호사의 값진실패, 소중한 발견(37)-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2)
  • 고성춘
  • 승인 2017.01.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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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의 위 두 가지 말씀 속에 그 비결이 담겨있다. 어느 시험의 출제위원이든지 공통점은 반드시 이것만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어 한다. 그것은 공부한 지식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어떻게 활용되는가이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라고 요구하는 출제위원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이와 같이 어떤 책이든지 그것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단지 암기해서 시험 잘 보라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이롭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출제위원들도 바로 그 점을 물어보려고 한다. 따라서 위 원리만 알고 있어도 어떤 논술시험이나 구술시험이라도 그들이 원하는 답을 이리 저리 꿰맞춰 말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속에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듯한 깨달음이 느껴져서 더위를 모르게 되는데 무슨 병이 생기겠는가. 이 책에는 무한한 진리가 담겨져 있어서, 읽으면 읽을수록 정신이 상쾌해 지면서 마음에 기쁨이 솟아오를 뿐이네!”

문밖출입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책만 읽고 있던 퇴계 선생이 건강을 염려한 친구에게 해준 말이다. 선생의 말씀을 이해하기까지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럽다.

책을 읽는 방식(정독인가 속독인가) 

凡看書, 默誦其文, 玩索其意, 參以註釋, 潛心溫繹, 若徒寓目而心不在, 亦無益也.
; 무릇 책을 볼 때에는 글을 마음속으로 외면서 뜻을 음미하되 주석을 참고하고 마음을 집중해서 그 의미를 풀이해야 한다. 한갓 눈으로 보기만 하고 마음을 두지 않으면 아무런 소득이 없다. -洪大容

홍대용은 독서의 방법으로 마음을 집중해서 그 글의 깊은 의미를 파악하는 정독을 권했다. 마음을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퇴계 이황선생은 책을 남달리 정독하는 편이어서 무슨 책이나 읽기 시작하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시 읽어,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참된 뜻을 완전히 터득하기 전에는 그 책을 결코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공자는 주역(周易)을 삼천 번이나 읽느라고 가죽으로 묶은 끈이 세 번씩이나 끊어졌다는 고사(故事)가 있다.

옛 분들의 말씀이 전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문하는 사람과 수험생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했듯이 제한된 시간 내에 필요한 분량을 공부해야하는 수험생이 과연 책 한권을 가지고 가죽 끈이 끊어질 정도로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따라서 수험생에게 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점을 참조하면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회독수가 많아질수록 정독보다는 속독이다. 저절로 그렇게 되어진다. 문제는 처음 책을 읽을 때이다. 책을 읽을 때도 강약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유심히 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쭉 읽고 넘어간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은 정독으로 읽어야 한다. 강의 등으로 내용이 한번이라도 숙지가 되었다면 강약을 주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지를 전혀 모르는 경우라면 비교할 만한 다른 책과 동시에 읽어봄으로써 중요한 부분을 추려낼 수 있다.

흔적을 남긴다 

수험생은 두꺼운 책을 대할수록 전체를 한번 빨리 읽고 싶어진다. 보통 교과서 한권이 500페이지 정도가 된다면 한 시간에 10페이지씩 읽어 하루 10시간 이라면 100페이지가 되고 5일이 되어야 책 한권을 읽게 된다. 이렇게 한 과목에 한권씩만 읽어도 8과목이라면 2달이 걸린다. 따라서 수험생의 심리는 책을 빨리 빨리 읽고 싶어진다. 그러나 순서가 있는 법. 순리대로 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은 자기 인생에서 두 번 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이 페이지는 두 번 다시 지금만큼 자세히 볼 수 없다. 수험생은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 1시간에 10페이지를 봤다면 두 번 볼 때는 20페이지는 봐야 한다. 그러려면 책을 읽을 때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이나 단어에 밑줄을 쳐야 한다. 또한 이해가 된 것을 정리하고 또 그것을 책 여백에다 적어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연필로 하도록 한다. 반복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밑줄을 치는 방법도 처음에는 몇 줄 정도 밑줄을 그었다면 회독수가 많아질수록 문장보다는 단어중심으로 하도록 한다. 시험전날 짧은 시간에 책을 보기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흔적이 간략한 것이 좋기 때문이다.

급하더라도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착실히 위와 같이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해놓으면 마무리 기간 동안 속도가 붙는다. 그 기간에 최소한 2~3회독이 되어지므로 전체적으로 충분히 5회독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처음 읽었을 때 10페이지에 1시간 정도 걸리던 것이 시험 직전이 되면 반나절에 책 한권이 읽혀지고 시험당일 시험장에서는 1시간 만에 책 한권이 섭렵이 되어진다. 책을 덮어도 단어 하나만 자극을 주면 내용이 줄줄 나올 정도이다.

이와 같이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 없이 한번 볼 때 두 번 못 본다는 심정으로 책을 보면서 밑줄을 되도록 짧게 치다보면 저절로 속도가 붙어지는 때가 오므로 처음부터 속도를 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착실히 하다보면 때가 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목차 정도의 제목만으로도 얼마든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따라서 정독, 속독의 구분보다 공부한 내용을 그때그때 얼마나 확실하게 정리해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시 손에는 필기구가 있어야 한다. 다만 볼펜보다는 연필이 훨씬 낫다. 회독수가 많아질수록 계속 고치기 때문이다.

책을 눈으로만 읽는 것은 그 당시는 알았더라도 내 것이 아니다. 사람의 머리를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시간이 하루만 지나도 밖으로 새버린다. 연필로 흔적을 남긴 것만이 그나마 내 것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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