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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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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
  • 법률저널
  • 승인 2004.07.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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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나 예비법학도가 꼭 읽어야할 주옥같은 글 모음”


한인섭
교수
서울대 법과대학·법학박사


한국현대사의 굴곡에서 법이 남긴 명암은 빛보다는 그늘이 훨씬 짙었다. 하지만 캄캄한 밤 속에서도 광채를 발하는 별과 같은 글들이 묶여져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

<정의의 법 양심의 법 인권의 법>(한인섭, 박영사)은 법을 통해 한국현대사 이해의 길잡이로 모든 법률가나 예비법학도가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저자인 한인섭 교수(서울대  법과대학·법학박사)는 20년간 법을 공부하면서 모았던 자료(1948년∼1993년)들을 지난 2년간 교무부학장으로 재직하면서 틈나는 대로 정리하고 자료의 일부를 지인과 학생들과 나누면서 감동 받았던 글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정의의 법 양심의 법 인권의 법>은 책 제목에서도 풍기듯이 한국사회의 어두운 시대에 법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실현하기 위해 외쳤던 인사들 가운데 법조인과 재야인사 뿐 아니라 옥중의 목소리를 반영한 21편의 다양한 주제의 글이 수록됐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에는 정치권력의 반법치적·반이성적 압력에 대해 법률가적 견지에서 ‘온몸으로’ 참다운 법을 실현하기 위해 굳건히 저항한 애끓는 심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저자는 책을 엮는데 △현대사에서 기념비적인 글 △온몸으로 쓴 글 △글을 통해 불이익을 각오하고 쓴 글 △오늘날에도 깊이있는 울림을 주는 글 △법학도가 정의·양심·언론의 가치를 항상 명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 등을 선정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은 전쟁의 와중에서 졸속재판에 임해야 했던 재판관의 고뇌를 담은 유병진의 ‘부역자의 처벌과  재판관의 고민’, 부천성고문 사건에서 피의자를 위한 철저하고 전방위적인 변론요지로 참다운 법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조영래의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피해자를 위한 변론요지’,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간 것으로 법률가에게 귀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성을 촉구하는 서준식의 ‘나는 처분대상이 아닌 인간이다’ 등을 꼽았다.

저자는 법이 권력자와 전문가에서 시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사법’을 위해서는 ‘국민에 의한 사법’, ‘국민의 사법’의 중요성이 크다며 국민주권주의 실현과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적극적인 사법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의 앞에는 <해설>을 달아 각각의 글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과 영향을 정리하고 필자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 상황을 모르는 독자들도 더욱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현상에 접근해갈 수 있도록 세세한 배려를 했다.

한편,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해 저자는 “현재 사법시험제도로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재양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법률가의 기본적인 자질과 양식은 강한  법학교육을 통해서 형성되어져야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병원에 갈 때, 그 의사가 의사고시를 몇 점으로 통과했는가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그 의사가 어떤 교육기관에서 어떤 종류의 교육을 받았는가를 보고 그것을 신뢰하고 진료를 받는다”며 “법조인 역시 사법시험이라고 하는 하나의 시험이 아니라 전체 프로세스 속에서 육성되어져야 한다”며 로스쿨 도입 지지를 밝혔다.


◇저자가 추천하는 심금을 울리는 명문장◇

진실로 법에 사로잡혀야 할 지경이라면 아니 법률이 노예가 될 지경이라면 나는 판사의 직에서 떠나버려야 한다. (유병진의 ‘부역자 처벌과 재판관의 고민’ 중)

 

사생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어찌하여  공생활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으며 사생활에서 평등권을 향유하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공법상 평등하다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어늘 신분법에서 평등의 원칙이 존재하지 않은 한 헌법에서 부르짖고 있는 남녀평등의 원칙은  한갓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전국여성단체연합회의 ‘친족편·상속편 초안 및 심의요강에 대한 의견서’ 중)법률가의 전통은 고상하고 명예로운 역사로 빛나 있으며 변호사로서 고귀한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훌륭하게 싸웠던 존경할 만한 법조인을 우리 변호사들은 언제나 추억하고 있으며 우리 자신들이나 법조후배들에게 이와 같은 전통을 상기하여 그 모범에 따를 것을  강조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강신옥의 ‘항소이유서’ 중)

이 성고문사건의 진전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 국가와 사회의 모든 기성의 권력과 권위들이 심각한 도덕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음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경찰과 검찰과 사법부 그리고 언론에 대하여 말한 것은, 우리 국가와 사회가 권양에게 가한 온갖 부도덕하고 비열한 박해의 일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우리가 봉착하고 있는 전반적인 도덕적 위기의 한 징후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본 변호인단은 확신하거니와, 이 도덕적 위기야말로 그 어떤 군사적·정치적 혹은 사회경제적 위기보다도 앞서는 우리 국가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위기인 것이며, 이것이 정당하게 극복되지 아니하는 한 우리들과 우리 자녀들의 앞날은 실로 암담한 것이 될 것입니다. (조영래의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피해자를 위한 변론요지’ 중)

패소를 해도 패소를 해도 또 패소를 거듭해도, 나의 입각점은 한없이 강하다. 나는 나의  이 비할 데 없이 강한 입각점에 굳건히 서서 당신들에게 ‘필부의 뜻’이야 말로 빼앗기가 어려운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끝없이 강한 이 입각점에 굳건히 서서 확신한다. 패소해도 패소해도 또 패소해도, 역사는 결코 서준식에게 패배를 선고하지 않을 것임을! (서준식의 ‘나는 처분대상이 아닌 인간이다’ 중)


 <정의의 법/양심의 법/인권의 법>
   박영사 刊/
463면/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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