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기탁금’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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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기탁금’ 헌법불합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6.12.30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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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1인당 1,500만원…공무담임권 침해
연설·대담 금지·호별방문 금지 규정은 합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등록신청을 하는 정당에 후보자 1명마다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1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의 다수의견은 “정당에 대한 선거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는 인물에 대한 선거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고, 비례대표 기탁금 조항은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선거운동을 통해 선거의 혼탁이나 과열을 초래할 여지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적다고 볼 수 있음에도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기탁금과 동일한 고액의 기탁금을 설정하고 있다”며 “이는 후보자 추천의 진지성과 선거관리의 효율성 확보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액수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액수”라고 판단했다.

이어 “비례대표제는 거대정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양해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여 사표를 양산하는 다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고액의 기탁금액은 기탁금 반환 요건과 결합해 사실상 기탁금 전액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큰 정당에게는 아무런 제약으로도 작용하지 않는 반면,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에게는 선거에의 참여, 나아가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함에 있어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큰 금액의 기탁금을 설정함으로써 비례대표제의 당초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비례대표 기탁금 조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의 진지성,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과태료 및 행정대집행비용의 사전 확보 등의 공익에 비해 비례대표 기탁금 조항으로 인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나 이를 추천하는 정당이 받게 되는 공무담임권 및 정당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불이익이 매우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기탁금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재판관이 같은 의견이었지만 결론에 대해서는 6인의 재판관이 “적절한 기탁금액을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2018년 6월 30일까지 개정하지 않는 경우 효력을 상실하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반면 이정미, 이진성, 안창호 재판관은 즉시 효력을 상실시키는 단순 위헌 의견을 나타냈다.

연설 등 금지 조항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공선법 제79조 제1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및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후보자가 선거운동기간 중에 공개된 장소에서 연설하거나 대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미,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가 공개장소에서 연설·대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기존 결정례(2006. 7. 27. 2004헌마27 결정, 2013. 10. 24. 2012헌마311 결정)를 뒤집을 사정변경이 없다며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개인에게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을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 선거운동이 과열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우려는 지역구마다 연설할 수 있는 후보자의 수를 1인으로 제한해 등록하도록 하는 등으로 방식 및 조건을 제한함으로써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특히 지지율이 낮거나 소속 국회의원 수가 적고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은 선거공보의 작성, 방송연설, 신문광고, 인터넷 광고 등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헌 판단에 고려됐다.

위헌 의견이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에 1명이 미달한 결과 기존 결정례를 뒤집지는 못했다.

호별방문 금지에 대해서는 합헌 의견이 우세했다. 공선법 제106호는 선거운동을 위해서 또는 선거기간 중 입당을 권유하거나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의 통지를 위해 호별 방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호별방문금지 조항으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호별방문금지 조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선거의 공정과 사생활의 평온이라는 공익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며 합헌이라는 입장에 섰다.

하지만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호별방문이 가장 손쉽게 직접 유권자를 대면하고 다른 매체를 통한 정보의 습득보다 더 직관적이고 핵심적인 판단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특히 농어촌과 같이 인구가 밀집해 있지 않고 고령층의 유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직접 방문에 의한 정보제공이 절실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호별방문에 의한 선거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호별방문을 허용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선거과열 등은 호별방문을 할 수 있는 인적 범위를 제한하거나 호별방문을 원하는 호에 한해 실시하는 방안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정당제 민주주의와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고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또한 헌법재판소가 불법선거, 금권선거 등이 아직 잔존하는 우리 선거역사 및 정치현실 등을 고려해 호별방문금지조항에 대한 합헌의견을 최초로 밝힌 결정이라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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