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 때 그 법대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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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 때 그 법대생이 궁금하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12.30 11: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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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인생은 부대낌의 연속이다. 그러다 하루하루가 모이다 보면 어느덧 365일이 채워진다. 그러면 한 살이 더해진다. 매일 부대끼는 삶을 살다보면 어느새 머리에는 새치가 생기고 어느 순간부터 여기저기 성인병이 휘몰아쳐 오는 듯하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옛말을, 실제 체감을 하고서야 깨닫게 되는 우둔한 삶을 반복하며 산다.

수일전 퇴근길에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던 한 라디오 진행자의 말이 뇌리에 맴돈다. 프로(professional)와 아마추어(amateur)의 삶에 대한 소개였다. “프로는 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반면 아마추어는 이기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는 새롭지 않은 말을 왠지 그날 이후 자꾸 되새김하게 된다. 한 살을 더 먹어야하는 자연의 이치 앞에 왜소해지는 초라함에 스스로 그렇게 살지 못한 자괴감 때문일까.

12월 중순 경, 고시촌 일대에서 우연찮게 3명의 지인 수험생을 만났다. 한 명과 대화를 나누고 갈 길을 가다가 또 한 명, 다시 길을 가다가 또 다시 한 명을 만났다. 우연의 일인지 이들 모두 올해 여러 번 진로에 대해 상담 아닌 상담을 나눈 적이 있다. 모두 한결같이 “이번 마지막 1차시험마저 떨어졌는데, 사시존치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로스쿨, 또는 다른 진로를 택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남의 인생사에 누가 감히 관여할 수 있을까 마는 “법조인의 꿈을 포기하기 싫으면 당연히 로스쿨에 가야죠!”라고 무턱대고 조언이랍시고 꺼냈다. 솔직히 사시존치 여부의 미래를 알 수 없는데다 법조인이 되고 싶으면 달리 방법이 없는데 당연한 답변이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로스쿨이 대세라는 것과 나름의 장점도 많고 입학 후 하기 나름이지 않나 싶어서, 수험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종종 걸려오는 문의에 늘 답하는 피상적인 해법을 전해 주었다는 죄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 분야 전문지 기자여서 꽤나 물어오는 이들이 적잖은데다 이들 3명 모두 쾌활하고 매우 진취적인 모습에 적극적으로 로스쿨 진학을 권했다.

이들 중 한 명이 로스쿨에 합격을 했다며 지나가는 기자를 불러세웠다. 기자 역시 그의 기쁜 소식에 흔쾌히 축하해 줬다. 다른 한 명 역시 로스쿨에 합격했다며 환한 얼굴로 반겼다. “3년 과정을 잘 거쳐 꼭 법조인 꿈을 이루시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응원을 전하는 심정이다. 사법시험 마지막 1차시험에 불합격한 힘겨움과 향후 진로에 갈등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들에게도 로스쿨 입시에 도전을 했다가 혹여나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를 이겨낸 대견함이 값져 보였기에 축하의 그 순간이 꽤나 기억에 난다. 또 다른 한 명은 올해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지 않았고 현재도 진로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2016년을 보내며 나는 과연 프로로 살았는지 반추해 본다. 나름의 목표를 이룬 수험생들은 희열을 만끽했을 것이며 진정한 도전과 결실의 세계를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한탄에 저물어진 해를 자꾸 뒤돌아보는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2009년 6월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10학년도 로스쿨 입학설명회가 서울의 모 로스쿨에서 열렸다. 그 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했다는 한 법과대학 학생이 설명회 상담 교수에게 “지금 상황에서 사법시험을 계속 도전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로스쿨에 진학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어느 분야로든 진로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수험생들은 늘 고민과 갈등을 메고 살 수 밖에 없다. 다만 수험생활에도 프로와 아마추어는 엄연히 존재한다. 선택도 빠르고 집중도 빠르기에 프로다. 스스로를 뒤돌아보며 내년을 다시 다짐해 보는 시점이다.

그 때 그 법대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되어 있을까. 불합격하고 지금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 아니면 로스쿨을 나와 법정을 누비며 분주하게 살고 있을까. 이도 아니면 이미 다른 분야에 취업해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고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때 그 법대생이 저무는 해에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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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존치 2016-12-30 20:35:20
내일 광화문 광장 자유발언대 적극 참여로 사법시험 존치 꼭 이루길 바랍니다.
또한 여러 의원님들 사무실 전화번호 메모했다가 반드시 확답 받아냅시다.

2016-12-30 20:34:42
법조인 선발의 문제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국민의 문제다.

왜 소수의 금수저에만 유리한 로스쿨
로 일원화해야 하는가?

국민 85%가 지지하는 사시를 없애는
국가는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국회는 사시를 존치하여 국민 뜻 담아라~~

9941 2016-12-30 18:47:34
내일부터 시시존치운동하세요. 국민동참해서 존치해야지요.사시존치될때까지 법사위구성한 국회의원 기억했다가 차기국회의원 선거때 여지없이 뭉게버려야되요.국민의 마음를 모르고 자기자녀 로스쿨보낸놈들 부역자 제다 선별해서 심판해야되요.그리고 요번 대한변협회장고약으로 사시존치주장하신분 당선되었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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