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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63)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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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30  11: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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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감정을 담아 다시 한 번

“지옥같았던 한해는 이제 끝. 다시 시작하자.” 2009년말, 뉴욕의 지역신문 광고에 실린 이 두 문장을 수첩에 메모해 두었다. 마냥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2009년 연말은 힘들고 또 날씨는 유난히 추웠던 기억이 있다. 2009년 5월 로스쿨을 졸업하고, 그해 여름 뉴욕주 바 시험을 치르고 난 후 일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취직이 결정된 로펌뿐 아니라 많은 로펌들이 입사하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업무 시작 시기를 늦추었다.

로스쿨 교수님의 민사소송법 관련 논문 개정을 도우며 보낸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뉴욕 맨하탄의 남동쪽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아파트는 여름에는 꽤 서늘했지만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내가 옷을 껴입어도 덜덜 떨릴 만큼 추웠다. 회사 업무 시작 시기는 정해져있었지만, 경기 회복이 더디어 그 시기가 더 늦춰지는 것은 아닌지, 아예 입사가 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때 마침 이 짧은 두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물론 새해는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것, 허물었던 것, 고쳤던 것 위에서 비로소 새해가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해보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불안한 마음과 매일매일을 보내고, 뉴스에선 불황과 실업에 대한 소식뿐이었던 그 겨울도 지옥은 아니었다. 뉴욕 민사소송법 판례 조사와 논문 개정 초안 작성후 교수님과 한 문장 한 문장 짚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판례를 이해하는 법, 법률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일주일에 이틀은 The Door라는 이민 청소년 지원 NGO의 법무 담당 팀에서 난민법을 비롯한 이민법 관련 일을 하고 관련 연수를 받았다. 또 시간 여유가 있으니 브루클린 미술관의 연간회원이 되어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는 두 번, 세 번씩 관람하고 또 시를 읽는 수업이나 그림을 그리는 수업도 기웃거렸다. 요리를 잘하던 룸메이트들에게 영향을 받아 나도 흉내내는 정도의 요리를 하기도 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이런 시간을 보낼 기회는 좀처럼 없었고, 지금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 주말에는 회사 내부 회의에 참석하러 교토에 다녀왔다. 이제는 몇 번 만나 꽤 친해진 동료들, 또 이번에 처음 만나는 동료들과 함께 회의를 마치고 유명한 사찰을 거닐고 교토 요리를 함께 맛보고 또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쩌면 매일매일이 여행이라는 것을 핑계로 출장이 아니고는 여행을 거의 하지 않았던 와중에 있었던 고마운 기회였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후 이제 드디어 2016년을 1주일 남짓 남겨두고 있다. 2009년하고는 또 다르지만 2016년도 2016년 나름대로의 고민과 근심과 불안이 있었다. 게다가 이 시기면 언제나 찾아오는 생각, 즉 나는 1년간 얼마만큼 성장했는가 하는 자기 반성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와중에서도 1주일에 한 편, 이곳 법률저널에 글을 쓰는 것은 보람있는 과정이었다. 금세 글을 쓸 수 있었던 주가 있는가 하면, 분명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주제인데도 좀처럼 쓰기 어려웠던 주도 있었지만, 어떤 주이든 글을 쓰는 과정은 일과 일 밖의 생활에 대해 반추하고 글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소중한 시간이었다. 가끔이지만 잘 읽고 있다는 이메일이나 인사를 받으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기쁜 덤이었다. 때로는 정리가 덜된 생각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법률저널 편집국 분들의 한해 마무리와 새해의 시작이 순조롭기를 바란다. 한해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주변 사람들, 내 자신을 칭찬하고 다시 한 번 감정을 담아, 지치지 않고 시작할 준비를 할 시기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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