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법부 사찰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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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법부 사찰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악이다
  • 강신업
  • 승인 2016.12.23 1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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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법무법인 하나·대한변협 공보이사 

1981년 이영섭 당시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사법부’를 한자로 적으면서 ‘司法部’라고 썼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 때 대법원장에 취임해 전두환 초기 정권에서 퇴임한 그는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한 축인 ‘부’(府)가 아니라 정부의 한 부처에 불과했다는 뜻으로 ‘부’(部)라 적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 등 사법부 고위 간부를 사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정윤회 문건 중 알려지지 않은 8개 파일 중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찰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폭로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사법부 사찰의 망령이 되살아 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독재정권시절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권력은 정보기관을 앞세워 법관들의 뒤를 캤었다. 1984년 9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서울남부지원 강금실 판사가 시국 관련 시위에 나선 대학생에게 ‘즉결심판 형 면제’를 선고하자 강금실 판사를 내사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가 입수한 당시 안기부 보고서에는 강금실 판사의 아버지 재산을 비롯해 친정·시댁 가족관계, 재학 시절 시위 전력 등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국조특위에 제출된 사찰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등산 등 일과를 낱낱이 사찰해 청와대 보고한 내용과 2014년 당시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거나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을 하고 다닌다는 등의 내용이어서 법관의 뒤를 캤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사찰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 공개된 문서의 복사본 중앙 상단에는 '대외비' 표시가 돼 있고, 왼쪽 상단과 오른쪽 상단, 중앙에는 마치 도장을 찍은 것처럼 '차'라는 글자가 있는데, 이 글자는 문건 유출 경로를 역추적 하기 위해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워터마크라는 것이다. 논란이 붉어진 뒤 국정원도 국정원 문건이라고 인정했다 - 이제 대법원장 등을 사찰한 목적이 무엇인지, 이 문건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사법권의 독립이란 권력분립 차원에서 사법권이 입법부와 행정부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 누구의 지시나 명령에도 구속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헌법 제101조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 한다”고 하여 법관의 독립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도 법관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법의 적용과 집행에서 편파성을 제거하고,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여 국가 분쟁해결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하며,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사법권의 독립은 우리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지탱하는 핵심요소다. 청와대가 사법부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헌법위반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사법부를 통제하려했던 정황은 최근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2014년 9월 6일 ‘법원 지나치게 강대, 공룡화…견제수단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이라고 적혀 있고, 2014년 대법관 추천을 앞두고는 ‘임기만료인 양창수 대법관 후임으로 호남 출신을 배제하고, 검찰 몫 획득을 위해 양승태 대법원장 등과 교류하라’는 내용의 메모가 들어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이 불거진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필요하다면 인지수사 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이 인지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건 별도의 고발이 없더라도 직접 범죄 단서를 찾아 수사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 국정원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적어도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인지수사의 단초는 마련되어 있다. 특검은 이번 대법원장 사찰이 박근혜 정권의 인사농단, 교육농단, 시장농단, 의료농단에 이은 사법농단일 가능성을 염두하고 사건을 조속히 인지해서 수사해야 한다.

사법권의 독립은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르고도 꼭 이겨내야 할 우리의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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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17:24:38
사찰이라는게 도대체 뭔지 알수도 없고

그 내용을 봐도 거악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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