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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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크리스마스 선물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12.2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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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최초로 가결됐던 2004년 3월은 기자가 막 대학에 입학한 해다.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고 바닥에 누워 울기도 하면서 저지하려던 대통령 탄핵안이 기어코 넘어가는 뉴스를 보면서도, 사안에 깊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란 한껏 들뜬 신입생으로서는 퍽 어려운 일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두 번째로 가결된 지금, 많은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헌재의 탄핵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를 주시하고 있다.

한껏 조여오는 여론의 압박과 국민적 관심에 부담을 느낀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보장된대로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헌법 제103조)’ 재판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는 않다.

물론 헌법과 법률, 재판관들의 양심에 따라 재판한 결과가 국민 법감정과 너무도 다르다면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위 헌법 조항은 그저 법관의 면피 조항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법관의 독립이란 내부로부터의 독립과 외부로부터의 독립으로 나뉘어서 이야기된다. 법원 조직의 상하관계에 따른 압력 및 영향에서 자유로울 것과 법원 외부의 사회세력이나 언론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모두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재판을 내리는 근거로서 ‘헌법과 법률, 법관의 양심’을 ‘조직 내부의 위계질서나 사회세력, 언론 등’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재판을 받는 당사자로서는 자신이 헌법과 법률,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을 받은 것이 아니라 내외부적 압력에 영향을 받은 재판을 받았다면 부당한 재판을 받았다고 느끼게끔 유도 혹은 허용하는 측면도 있다.

조지형의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책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로운 이성에 근거한 판결 비판이란 사법권의 독립을 해치는 정도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외부적 요소 중 ‘사회세력’에 해당하는 예로 ‘보수세력 혹은 진보세력’ 식의 언급을 하는 것을 보면 지금의 운집한 군중은 해석하기에 따라 법관독립을 해치는 요소 중 하나인 ‘사회세력’으로 이해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즉 재판받는 입장에서 판결의 결과가 맘에 들지 않을 때 걸고 넘어질 핑계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국민’과 ‘국민의 뜻’이라는 표현은 헌법조항만큼 추상적이다. 국민 개개인의 이해관계는 다 다른데다 보통은 왕왕 상충하기도 하거니와 그런 국민의 뜻을 한 가지로 모으기란 더욱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민주주의가 다수결과 대의제를 필수요소로 하는 것은 이런 현실적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함과 동시에 국민 개개인에게는 ‘결과에 승복 내지는 대의기관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기술적 장치가 결정하기보단 그 기술적 한계를 메울 국민 개개인의 민주의식, 즉 다수가 선택한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와 직접 선출한 대의기관의 결정을 그 임기동안은 믿어주는 자세에서 비롯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따뜻한 촛불을 사이에 두고 서로간 연대를 확인하며 한 마음, 한 목소리를 외치는 오늘의 광장은 이 팍팍한 세상에서 분명 아름다운 공간이다.

다만 재판관 각자가 ‘헌법과 법률, 양심’에만 근거해 결정했다는 사실에 떳떳하다면, 우리 국민은 그 결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이성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비판·토론 및 시위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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