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촛불은 질문이다, 송곳 같은, 바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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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촛불은 질문이다, 송곳 같은, 바늘 같은
  • 오시영
  • 승인 2016.12.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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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촛불은 질문이다. 촛불의 흔들림은 들풀의 흔들림이다. 다시 말하지만 촛불은 국민의 엄중한 질문이다. 독재권력에게, 부패권력에게, 탐욕과 불의에 찌든 권력에게 “너는 무슨 죄를 지었느냐?”는 민초들의 준엄한 질문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3장은 하나님이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을 향해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최초로 물었던 질문은 “네가 어디 있느냐?”였다. 이에 대해 아담은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라고 대답한다. 하나님의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은 인간 실존을 묻는 본질적 질문이다. 우리 사회도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어디 있느냐고. 그래서 하나님의 대언자들인 국민이 박근혜에게 묻는다, “너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이 질문은 “왜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느냐?”라고 묻는 것이다. 똥통에 빠진 파리새끼처럼 왜 악취의 지옥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다. 아담의 “내가 벗었다”는 고백은 자신이 하나님의 명령, 선악과를 따 먹지 말라는 그 명령을 어긴 범죄에 대한 부끄러운 자백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답이 없다.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재판에 대한 답변은 “나는 아무런 죄가 없소”이다. 후안무치이다.

그러자 하나님은 두 번째로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라고 묻는다.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아담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라고 대답한다. “예 내가 그 열매를 먹었습니다”라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대신 사랑했던 여자 이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이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것은 최순실이 했을 뿐”이라는 핑계대기와 유사한 장면이다. 금단의 과일을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하나님은 여자, 이브에게 묻는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라고. 마치 특별검사가 장차 범죄관련자들에게 물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을 하나님은 인간 조상 아담에게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이브가 대답한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라고. 국회청문회장에서 수많은 증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고,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이 잘못했을 뿐이라고 책임 회피하듯 이브도 뱀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마지막으로 뱀을 향해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 있는 동안 흙을 먹을지니라”라고 판결한다. 마지막 행위자를 용서하지 않고 벌주시는 공의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남자에게는 평생 땀 흘리는 수고를, 여자에게는 해산의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뱀을 향해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라고 비참한 뱀의 미래를 예고한다. 수많은 뱀들, 박근혜 대통령을 칭칭 감고 있던 최순실을 비롯한 수많은 부패부역자들이 특검 막바지에 이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발꿈치를 물어뜯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그들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다. 실타래처럼 얽혀 네 것 내 것을 구분하지 못하던 무질서가 개이고, 질서 있는 투명함이 드러나면 그들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노출될 것이다. 마치 아담이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은 것”처럼 그들은 스스로의 수치심에 두 눈을 감을 것이고, 두 손으로 자신의 치부를 가릴 것이고, 아담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에덴동산 나무 사이에 숨을 것이다. 창세기 3장은 인간 최초의 범죄현장을 하나님의 눈으로 보고 듣고 행한 것을 너무 리얼하게 기술하고 있다. 천지창조의 모델, 에덴동산에서 최후의 심판이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촛불은 질문이다. 국민이 묻기 시작했다, “이게 나라냐?”라고. 그리고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무엇 했느냐?”라고. 독재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질문이다. 질문은 언제나 송곳이 되어 독재자의 심장을 찌르기 때문에 독재자는 정말 질문 받는 것을 싫어한다. 질문자는 몰라서 묻기도 하지만, 너무 잘 알아서 묻기도 한다. 몰라서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독재자도 몰라서 대답을 못하고, 알아서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질문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대답을 못한다. 독재자는 이렇든 저렇든 대답을 할 수 없기에 질문을 싫어한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호통을 칠 뿐, 상대방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깊이 생각하고, 진지하게 답변을 할 줄 모른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기뻐할 때가 아이가 질문할 때이다. 지혜로운 부모는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한다. 그리하여 아이의 지혜를 깨우고, 무지를 밝혀준다. 질문이 많은 아이는 나중에 지혜로운 아이가 된다. 탈무드의 교훈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부모는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하고, 시간을 뺏는다고 짜증을 낸다. 나아가 “네가 알아서 뭐해?”하면서 꾸중하기조차 한다.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입을 닫고, 지혜의 문을 닫고, 어둠속에서 분노를 키워 나중에 잘못될 염려가 많다.

되돌아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싫어했던 것이 바로 “국민의 질문”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정말 지지리도 질문 받는 것을 싫어했다. 오죽하면 수족처럼 부리는 수석비서들이나 국무위원들의 대면보고조차 받기를 두려워했을까? 그러니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의 질문 받는 것은 더더군다나 싫어했다. 질문할 줄 모르는 기자는 기자도 아니다. 글을 쓰는 자들의 본질은 “질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물어야 한다. 처음에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내면의 자기에게 묻고, 상대방에게 묻고, 세상에게 물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에게 물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게 또 물어야 한다. 묻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그 잘난 기자들은 언제부터인지 묻지 못하는 벙어리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다는 짓이 “으허허”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스스로의 무안함을 지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멋쩍은 줄은 알았던 게다. 나쁜 사람들이었다, 대한민국 수많은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 그렇게 수없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었으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한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었다. 아니 나쁜 놈들이었다. 한국어 문법상 “나쁜”이라는 단어 뒤에는 “사람”이라는 단어보다 “놈”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도둑놈을 도둑놈이라 하지 도둑분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언어체계를 “연어(連語)체계”라고 한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질문으로부터의 회피”를 통해 “독재자의 길, 권력부패의 길”을 걷다가 “국민의 촛불”이라는 “집단지성의 질문” 앞에서 당황하고 있다. 탄핵심판절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평생 들었던 질문보다 더 많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질문 하나하나가 역사책에 기록될 바늘보다 더 피를 철철 흐르게 할 질문일 것이다. 최소한의 지혜가 있다면 스스로 하야의 길을 택해 역사의 기록에 자신의 잘못이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길을 택하였겠지만, 어리석게도 스스로 역사의 부끄러운 기록이 되겠다며 말도 되지 않는 답변을 적은 답변서를 제출하는 것을 보며, 참으로 대책이 없다라는 생각뿐이다.

창세기 3장에서 하나님은 뱀을 향해 냉정하게 단죄하였다,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 있는 동안 흙을 먹을지니라”라고. 헌법재판소도 탄핵심판 결정문을 통해 말할 것이다. “네가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니 탄핵하노라”라고. 대한민국 최초의 탄핵받는 대통령으로 역사책에 오래오래 기록될 것이다. 5천년 역사에 이은 오늘 그렇게 기록되어 이후 5천년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연산군을 기록하고 광해군을 기록하였듯, 한명회를 기록하고 임사홍을 기록하였듯 기록할 것이다. 1961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쿠데타에서 시작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이 2017년 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종결되었음을 기록할 것이다. 잘못 뿌려진 씨가 소멸하기까지 56년이나 걸렸다.

지난 주 필자가 새누리당이라는 난파선에서 먼저 뛰어내려야만 그나마 살아남을 것이라 하였더니 새누리당 비박계 30여명의 국회의원이 집단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종래 새누리당은 골수 친박계 의원들이 남아 난파선을 붙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차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 후 그들의 존재는 깨진 유리 파편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말 것이다. 길어야 두 달, 아니 정말 길어도 석 달을 버티지 못하고 친박계 의원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퇴출과 함께 정치 무대 전면에서 사라질 것이다. 더러 몇몇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시 변신에 변신을 꾀하겠지만, 그리고 한 둘은 살아남겠지만, “명도 긴 그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게 촛불을 통해 던진 국민의 질문의 힘이다.

질문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질문 앞에서 뽐낼 자 없고, 질문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자 없다. 질문은 아무런 힘이 없는 듯하지만, 질문의 힘은 그렇게 강하고, 질기고, 날카롭다. 지금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묻고, “네가 무엇을 했느냐?”라고 묻고 있다. 많은 이들은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하나님은 아들의 이름으로, 딸의 이름으로, 선생의 이름으로, 제자의 이름으로, 상사의 이름으로, 부하의 이름으로, 이웃의 이름으로, 촛불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질문한다. “네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라고 묻고 있다. 사람 쪽수가 많다는 이유로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을 실시할 수 없다고, 대의민주주의, 간접민주주의에 세뇌되어 왔던 현대인들이,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에 환호하고 있다. 간접민주주의에 세뇌되어 그 못되고 나쁜 정치꾼들에게 나라를 맡겨 놓았더니 제대로 된 분은 별로 없고, 못되고 못된 놈들이 득세하는 이상한 야바위판 같은 정치판을 만들어 버리는 것을 참다못해,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며, 촛불집회를 통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직접민주주의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거대한 물결을 타버린 국민들은 쓰나미가 되어 기성정치권을 강타한다. “너희가 변해라,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엄중한 경고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2천 년 전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죄목은 “종교지도자로서의 잘못”이 아닌 “반역죄”였다.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칭한 예수를 기성 정치권이 용납할 수 없다며 그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정신은 살아 지금도 우리에게 질문한다. “내가 유대인의 왕”이었던 것처럼 “너도 대한민국의 왕”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왕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임을 명심하라고, 거짓 권력 앞에서 움츠러들지 말라고 역사하고 있다. 인간 존엄을 가르쳤다.

성탄절이다. 지적재산권 때문에 캐롤이 주변에서 사라져버렸다. 조금은 썰렁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인 내일도 촛불집회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또 촛불을 통해 질문할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고. “우리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가?”라고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고 있다. 김수영 시인의 “풀”을 읽으며 글을 마감한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전문).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모두 되묻고, 이웃을 돌보고, 작은 선행이라도 하는 성탄절이었으면 한다. 모든 분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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