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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62)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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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3  1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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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라쇼몽과 사실 조사

다른 변호사들의 업무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내가 담당하는 안건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클라이언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는 물론 정부조사나 소송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불리한 사실관계 역시 다른 누구보다 먼저 파악해서 상대방이 문제삼기 전에 먼저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뒤늦게 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에는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나는 멋대로 이 영화가 주로 관계자의 증언 및 설명에 의존하는 변호사의 사실 조사의 어려움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동일한 사실이 영화 등장인물의 증언처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가. 물론 변호사에게 작정하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보다 일반적으로는 사실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 및 시각,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의 왜곡이 보다 큰 원인일 것이다. 또 정부조사, 소송을 앞두고, 형사 절차의 경우 자칫하면 형사처벌의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과거 행동, 그 외의 사실관계에 대해 방어적으로 나오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사실을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나 내가 속한 케이스 팀이 비교적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같은 안건에서 공동 변호단(joint defense group)을 구성하여 각각 다른 피고를 대리하면서도 공통되는 문제에 대해 대리 활동을 서로 돕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우리 회사의 팀이 보다 자세하고 설득력이 있는 내용을 알아내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도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안건과 관련하여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회사의 상사, 선배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효과적인 사실관계 조사에 대해 많이 배우는데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이러하다.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문서를 활용할 것. 정부조사나 소송의 대상기간에 따라서는 5년 전, 10년 전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본다. 지금에야 조사와 소송이 있으니 중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일상적으로 처리한 업무일 수도 있고 그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럴 경우 만나서 이야기하기 전에 당시의 이메일이나 다른 내부 문서가 있는지를 조사해보고, 가능하면 그 문서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결과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경험이 많다.

여러 사람의 설명을 종합해서 이해할 것. 라쇼몽의 교훈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현상을 인식하고 동시에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 이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렇고, 변호사 일을 하면서도 그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은 문제가 되는 일을 함께 처리했던 상사, 부하직원, 주변 동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종합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증인의 모국어로 조사.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증인의 경우, 증언 내지는 설명이 영어로 통역, 번역되는 과정에서 뉘앙스가 불가피하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통역, 번역가를 팀에 두고 일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변호사 자신이 해당 외국어를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증인과의 관계 형성. 많은 사람들이 일생에서 처음 변호사 조사라는 경험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변호사들에게는 이것이 일상이므로, 이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건조하게 처리하는 변호사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증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회사에 고용된 변호사들은 회사의 변호사이지만, 회사의 구성원인 개개인, 즉 증인들을 돕기 위해 있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고 좋은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지금 회사의 선배 변호사들을 통해 배웠다.

마침 지난주에는 10년 가까이 계속되어 오던 안건이 마무리되면서 이를 축하하기 위한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클라이언트 회사의 중역이 이런 말을 했다. "변호받는" 위치에 있는 우리들은 그 과정에서 유쾌하지 않은 경험도 많이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우리들을 이해해주고 끈기를 가지고 대리해준 팀에 감사한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변호사들의 일은 꼭 법적인 부분에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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