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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초코파이로 이루는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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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초코파이로 이루는 통일
  • 신희섭
  • 승인 2016.12.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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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초코파이에 대한 기억이 있다. 사실 이 기억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공유하는 것이다. 종교 활동 시간과 초코파이. 초코파이를 하나라도 더 주는 곳이 교회거나 성당이거나 절이거나 그 어디가 되었든 무교신자들은 그곳이 천국으로 알고 그 종교를 선택하곤 했다. 종교를 뛰어넘게 만드는 초코파이의 기적.

더 놀라운 건 출퇴근 하는 방위들이다. 훈련소를 마치고 밖에 나가면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는 초코파이가 훈련소에서는 방위병들을 하나로 만든다. 학력, 연령, 종교 이 모든 것을 초월하게 하는 초코릿과 머쉬멜로의 은혜.

입은 머리보다 빠르다. 머릿속 이성은 저항해도 입은 쉽게 저항하지 못한다. 특히 달달함의 유혹 앞에서는.

초코파이는 북한에서 유명하다. 과거 개성공단근로자들에게 근로의욕고취 차원에서 제공된 초코파이는 북한의 시장을 변화시켰다. 하루에 2개꼴로 지급된 초코파이는 북한주민들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달달함의 충격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

초코파이는 그 인기가 높아 장마당에서 높은 가격에 팔렸다. 실제 초코파이 하나당 가격이 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북한 교사 한달 월급이 2,000원에서 3,000원 선이고 노동자 월급이 5,000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코파이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이런 초코파이를 많게는 하루에 10개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니 한 달에 장마당에 내다 팔게 되면 월급보다 몇 배 이상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초코파이 재벌의 등장이랄까.

또한 이렇게 밖으로 나온 초코파이는 기차를 이용해 전국 각지의 장마당으로 퍼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돈줄을 쥔 ‘돈주’와 이것을 전달하는 ‘중개꾼’, 실제로 이동시키는 ‘달리기 꾼’과 같은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들과 공모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중앙간부들까지 하나의 자본주의 네트워크가 구성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맛 본 달달함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이 된다. 장마당을 통해 전파된 남한의 드라마가 주는 유혹은 머리가 관장하지만 초코파이는 입을 점령하여 머리를 지배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코파이를 끊었을 때 금단현상이 얼마나 심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초코파이로 하나 된 북한.’

엄중한 시국에 뭔 초코파이 이야기인가? 스토리는 이렇다. 지난 2월 달에 개성공단이 폐쇄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다. 그 이전부터 개성공단은 진보와 보수사이에서 서로 상이한 평가를 받아왔었다. 그러다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나자 개성공단에 대한 폐쇄가 결정되었다. 남북관계에서 ‘통일 대박’을 이야기 했던 정부가 돌연 대북강경정책으로 선회했고 북한 길들이기로 들어간 것이다. 이번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정책의 기저에는 상호주의가 있다. 상호주의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도발에 대한 '맞대응(tit-for-tat)'이라는 견지에서 공단폐쇄 조치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제재수단이 별로 없어 마땅히 내세울 정책은 없었지만 보수층 지지결집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던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카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개성공단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현재 상황의 변화 때문이다. 탄핵정국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신뢰를 잃어버린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제는 다음 리더십을 기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어야 할 것인지는 정치 이론적으로나 현실 정치적으로나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차기 리더가 누가 되든지 관계없이 대한민국이 수행해야할 과제와 원칙들을 정하는 것이다. 2007년 부시 대통령이후 미국의 정책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동으로 제안했던 'SMART POWER 보고서'처럼.

국제정치 무대의 변화가 너무나 긴박하게 돌아간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차치하고 트럼프시대의 미국외교라는 변수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시대 외교 변화는 직접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이라고 하는 우리의 주변형세를 변화를 예상하게 한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도 변화의 방향과 폭을 예측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변화의 폭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되면 북한이 상황 반전을 위해 선수를 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과 거대한 딜을 시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 외교 패턴으로 볼 때 북한은 강력한 위협이 될 한 방을 날리고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의 국내정치로 혹시 불똥이 북한으로 튈까 조심하고 있지만 탄핵정국이 안정을 찾으면 북한의 도발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단기적인 위협가능성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이 이렇게 북한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다. 북한에 끌려 다닐 뿐 아니라 북한을 이용하는 중국에게도 볼모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변화무쌍한 이 지역질서에서 버티기를 넘어 발언권을 가지려면 북한이라는 변수를 줄여야 하고 결국은 통일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중장기적인 명운이 여기에 달려있다. 20세기 근대국가 버전도 되지 못하는 1인당 국민소득 1,000불짜리 국가의 재래식 위협과 핵 도발에 21세기버전의 국가가 인질처럼 끌려 다니는 것이 있을 법한 일인가!

이제는 우리 미래를 위해 통일계획이 절체절명이다. 과거 ‘햇볕정책’과 ‘비핵개방3000’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넘어서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초당적인 합의가 전제조건이다. 정부변경에도 대북정책유지가 필요하다. 그런 강력한 국내정치적 의지의 통일이 되어야 북한의 교란정책에 농락당하지 않으면서 일관된 자세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복잡하고 지난해보이는 통일그림의 한편에 초코파이가 있다. 초코파이의 강력한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다. 북한정부는 초코파이의 효과를 걱정해 다른 간식을 달라고 요구했었다. 또한 ‘초콜레뜨 단설기’라는 짝퉁 초코파이를 만들기도 했다. 달달함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을 북한 지도층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이외의 후보 선수들도 많다. 달달한 맥심 커피믹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대기 중이다. 이런 달달한 것들이 북한 시장을 만들고 북한 주민들의 입을 장악하게 해야 한다. 최근 북한 내 드라마와 K-pop 한류 열기까지 가세하면 북한 주민들의 입과 머리를 변화한다. 남한 버전의 ‘세뇌(洗腦).’

칸트가 일찍이 말하고 자유주의자들이 발전시킨 경제적 이성에 기초한 ‘상호의존’이 통일을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달달함의 유혹, 드라마의 유혹, 더 크게는 자본주의의 유혹. 달달함은 여전히 얼어있는 한반도의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다. 달달한 커피한잔 하면서 남북의 지도자들이 다시 머리를 마주한다면 좀 더 통일을 당길 것이다. 소소함이 역사를 만들 듯 다시 초코파이가 북한으로 들어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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