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난파선, 새누리당 의원은 먼저 뛰어내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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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난파선, 새누리당 의원은 먼저 뛰어내려야 산다
  • 오시영
  • 승인 2016.12.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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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먼저 나가면 산다.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면 죽는다. 다름 아닌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서로 나가지 않겠다며, 상대방을 향해 서로 나가라고 삿대질이다. 친박과 비박의 당내 투쟁이 그렇다는 것이다. 아직도 당의 헤게모니를 놓고 암투가 치열하다. 남은 자는 반드시 죽는다. 새누리당의 옷을 벗지 않고 계속해서 입고 있으면 친박이 되었든 비박이 되었든 쪼그라들어 반드시 죽는다. 그게 촛불이 정의한 새누리당의 운명이다. 그런데도 풍찬노숙, 추위타는 게 싫어 따뜻한 아랫목에서 나오지 않겠다며 안달이다. 서서히 죽어가는 뜨거운 냄비 속 개구리가 되겠다는 것이다.

1,234,56,7의 신기한 숫자조합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가결되었다. 1명의 기권(최경환 의원), 234명의 찬성, 56명의 반대, 7명의 무효표와 2명의 기권표가 나왔다. 친박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나오고 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염치를 아는 자들이라면 스스로 부끄러워 자리에서 내려오겠지만, 예전의 행태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보면 후안무치의 극치이기에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올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패악의 중심에 서 있다. 7명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윤리위원회에 갑자기 친박세력 8명을 추가로 보임하여 그것만으로도 7:8의 구성을 이루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당내 징계절차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삼척동자도 알아챌 수 있는 윤리위원 보완을 해 놓고 여전히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도록 한 윤리위원회를 강화할 목적이었다고 변명 아닌 핑계를 대고 있는 그들의 작태를 보면 아예 “공의”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이 사퇴해 버렸다.

내일이면 또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릴 것이다. 이번 촛불집회는 국민이 연 민주주의 정치의 한마당을 어느 누구에게 희롱당하지도 않고, 빼앗기지도 않겠다는 국민의 준엄한 집단지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4ㆍ19의거와 1987년 6월 항쟁으로 얻은 피의 민주주의를 박정희의 5ㆍ16쿠데타로,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으로 허망하게 실패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국민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갖추지 못했던 일방통행식 여론형성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5천만 상호소통 여론형성의 시대이기 때문에 촛불집회의 결과를 방치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국민의 집단지성은 계속하여 감시할 것이고, 요구할 것이고, 고쳐나갈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세상, 그것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 1인에 대한 단순한 탄핵결정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이다. 당연히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임이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 아니 최순실의 말 한 마디를 붙들고 지키기 위해 발악 수준의 저항과 방어를 감수했던 친박에 대한 통렬한 불신임이다. 까닭에 새누리당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친박과 비박 모두 국민의 불신임대상자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음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죄가 적은 비박이 요행이라도 살아남으려면 하루 빨리 새누리당이라는 난파선에서 뛰어내리는 것뿐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중간노선의 보수세력과 결합하여 보수당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해나가려는 시도를 도모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국가의 민주적 시스템을, 헌법적 가치를 이렇게 처참하게 붕괴시키고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묵인 내지 방조한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 정권을 다시 맡겨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소리를 다시 한다면 정말 국민의 집단지성이 비웃음 이외에 무엇을 보내 줄 것인가?

이후의 총선이나 대선은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의 세몰이나 거짓이나, 조작된 이미지로 치러지는 선거는 이제 사라질 것이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검증할 것이고, 그들의 진면목을 세상에 알릴 것이다. 그러한 유권자동맹은 촛불로 상징되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부 지역, 여전히 맹목적 충성심에 비판의식을 상실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도 새누리당 전력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이번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집단지성의 힘은 새로운 역사를 전개하는 시금석으로 작동할 것이다.

박영수 특검의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네 개 분야로 국정농단 부분을 나누어 네 명의 특검보가 중심이 되어 분업체계로 진행될 것이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정미 헌법재판관 등 세 명의 재판관을 수명재판관(受命裁判官)으로 임명하여 재판의 효율성을 기하려 하고 있다. 법원에서 수명법관이라 하면 세 명의 법관으로 구성되는 합의부재판에서 그 중 한 명의 법관에게 사건 진행의 일부(예를 들어 현장 증거조사)를 맡기는 제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합의부가 세 명의 수명법관과 합의부 등 네 개의 재판부로 나뉘어 재판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9명의 헌법재판관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에서 위와 같은 방식의 수명재판관을 세 명 임명하여 분야별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잘 되었다고 본다.

이번 국회의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를 지켜보며, 위와 같은 수명법관제도 같은 소위원회 청문회를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즉 십여 명의 청문회 구성 여야 국회의원을 여야 국회의원 두 명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를 여러 개로 쪼개어 특정 증인이나 참고인에 대해 집중적인 신문절차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진실 규명에 훨씬 효율성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이크가 꺼지는 현상을 지켜보며, 한 두 사람에 대한 집중적인 신문이 이루어질 때 보다 더 진실규명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친박 국회의원들은 이판사판의 자포자기적 상태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능히 할 태세이다.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박근혜바라기로 살아온 자들의 초라한 현실이다. 자기 정치를 한 것이 없으니, 보스인 박근혜 대통령이 건재하면 그 앞에서 호가호위하며 권세를 누리고 살 수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망하면 덩달아 망할 수밖에 없는 무가치의 존재들이기에 어떻게든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구약성경 잠언에는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은 얼굴에 근심하는 것이 마음에 유익하기 때문이니라.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혼인집에 있느니라. 지혜로운 사람의 책망을 듣는 것이 우매한 자들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나으니라. 우매한 자들의 웃음소리는 솥 밑에서 가시나무가 타는 소리 같으니 이것도 헛되니라.”라는 구절이 있다(7장 3절 이하). 잠언 기록자는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낫다고 기록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끝이 죽음에 이른다는 점에서 모두 같기 때문에 그 죽는 순간에 어떤 가치의 인물로 평가될 것인가 하는 점을 강조하며 옳고 바르게 살 것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인식하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은인자중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혜롭지 못한 자는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인 양 생각하고 행동하며 많은 죄악을 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러한 죄악에 대해서는 반드시 징계함이 있기 마련이다. 솥 밑에서 가시나무가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읽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훼손된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는데 목숨을 걸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충성이 아닌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진실을 규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어둠 속에 감추어져 있던 추악한 실상들을 모두 밝혀내어 도려내고 환부를 수술하는 과감한 개혁의 밑그림을 그려내어야 한다. 국민들도 끊임없이 지켜볼 것이고, 응원할 것이다. 청문회 과정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끊임없이 미용시술을 받아왔음이 밝혀졌다. 그거야 나쁠 거 없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래서 미용시술을 받아온 사실에 대해 비난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러한 미용시술이 대통령직에 취임한 이후에는 사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은 사적인 인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행정수반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귀중하고 수중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고,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밝혀진 사실들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집무실이 있는 본관으로 거의 출근하지 않았던 듯하다. 자신이 주재해야 하는 국무회의 때나 외부 인사나 내부 인사를 접견해야 하는 시간만 관저에 잠깐 얼굴을 보인 후 대부분의 시간을 사저인 관저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티비를 보고 놀았던 것 같다.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에 얼마나 할 일이 많고, 만나야 할 사람이 많으며, 상의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을 것인데 전혀 그런 일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듯싶다. 최순실에게 보여주고, 최순실이 결정해 오면 그것을 또박또박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국어책읽기 수준으로 읽어나가고,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니 토론을 하지 못하고, 질문을 받지 못하였던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 읽기를 마치면 다시 관저로 돌아가 혼자 밥을 먹고, 티비를 보고 마냥 공주놀이하듯 놀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최순실과 정윤회, 문고리 3인방의 비리에 관한 첩보가 보고되거나 언론에 보도되면, 누군가 비선실세들의 행태를 건드리면 발끈 하여 이를 막기 위해 국가의 사정기관을 총동원하여 이를 막고, 관계자를 처벌하고, 자르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때만은 아주 능동적으로, 강하게 대처해 왔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는 위험을 느낀 최순실이 자신이 살기 위해서 이것을 막아야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빨리 나를 비선의 암흑 속으로 도로 돌려놓으라!”라는 최순실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 왔던 것이라고밖에 달리 평가할 수가 없다.

여전히 어둠은 강하다. 친박 중 일부는 조용히 움직인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만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금 전에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행동을 했는지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어떻게 저다지 부끄러움을 모를까 싶다. 이정현 대표는 “전라도놈이 새누리당에서 당대표까지 했으면 되었지,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겠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저 말이야말로 그의 간신됨을 자백하는 백미의 말이다. 정상적인 정치집단이라면 출신 지역이 무슨 상관인가, 전라도가 되었든 경상도가 되었든 충청도가 되었든 능력이 있으면 당 대표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치 전라도 출신이 새누리당의 당대표가 된 것은 크나큰 은혜를 입은 것처럼 감사하며 옳고 그름 분별없이 무조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자기모순의 간사함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호남지역당이라는 억울한 굴레를 뒤집어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는 경상도 출신들이 많았다. 문재인 전 대표도 그렇고, 현 추미애 의원도 대구 출신이다. 이정현 대표는 앞으로 전라도놈이라는 말을 쓰지 말기 바란다. 그 말 듣는 전라도 분들이 아주 기분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난파선이다. 먼저 뛰어내리는 이만이 살 것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사태와 너무나 반대이다. 세월호에 탄 아이들에게는 나가지 말라고, 그냥 있으라고 하더니, 새누리당은 서로 나가라고 야단이다. 세월호 때 그렇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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