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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낮술푸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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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낮술푸게하는 사회
  • 신희섭
  • 승인 2016.12.16 10: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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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얼마 전 낮술을 한잔했다.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가 국물이 좋아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날씨가 적당히 춥기도 해서 술을 한 잔 하니 몸도 따듯해지고 좋았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옆 테이블에 있던 유니폼을 입고 온 두 사람이 우리 자리를 자주 보며 한참 고민하더니 소주를 주문했다. 직장에 가서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낮술을 거부하기 어려웠던 듯하다. 낮술의 유혹은 그만큼 크다.

“이러면

안되는데”

김상배 시인의 낮술이라는 시다. 이 시는 낮술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이러면”을 생각하지만 “안되는데”라는 감정이 거부하는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는 “이러면”이 있지만 찰나의 순간 “안되는데”라고 스스로 거부를 거부하는 것이다.

살면서 합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여러 순간들이 있다. 한편 합리성을 거부하거나 합리성을 뛰어넘으려는 순간들도 있다. 서양철학이 토대를 두고 있는 아폴로의 합리적 세계와 디오니소스의 감성적 세계가 마주하고 충돌하는 시간들인 것이다.

몇 일 전에도 낮술을 했다. 외국에서 살다 오랜만에 들어온 여동생가족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낮술을 했다. 한국에 오랜만에 나왔으니 휴식을 하기에 낮술만한 게 없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낮술을 주문하면 할인을 해 주는 점도 유혹적이었다. 직장인들이 많은 광화문에서 낮 술 할인은 낮술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이야기 해준다.

생각해보았다. 왜 낮술을 마실까? 그전에 술을 마시는 이유를 따져보자.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단순화하면 몇 가지 중요한 이유들로 축약될 수 있다. 첫째, 즐거워서 마신다. 둘째, 슬퍼서 마신다. 셋째, 화가 나서 마신다. 넷째, 이유 없이 마신다. 다섯 째, 신선이 되기 위해 마신다. 다섯 번째 이유의 인간계 버전은 한량이 되고자 마시는 것이다.

그럼 낮술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신선이 되기 위해서. 둘째, 여유를 즐기기 위해. 셋째, 즐거워서. 넷째. 이유 없이. 낮술을 마실 때는 대체로 슬프거나 화가 나서 마시는 일은 적다. 낮에 술을 마실 때 저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합리성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하거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화가 난다고 술을 마시기보다는 긴장을 유지한 채 화가 나게 만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저녁에 합리성이 무너지면 화를 풀기위해서 술을 찾는다. 저녁의 어둠은 감정을 증폭시키면서 ‘말’을 통해서 화가 날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낮에 술을 먹을 때는 긴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마시게 된다. 마치 여행을 갔을 때처럼.

실제 낮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유가 뭔지 물으면 답은 달라진다. 가장 큰 차이는 나이에 있다. 20대 대학생들, 30대 40대 50대 직장인들, 50대와 60대 은퇴자들, 70대 이상 노인들. 세대별로 차이가 있기 보다 연령별로 직업과 관련하여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나이와 은퇴 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경우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요즘은 낮술이 많이 당긴다. 평소 보다 더 많이 댕긴다. 왜그럴까?

낮술을 찾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상황을 비껴가고 싶어서 일 것이다. 탄핵까지 가게 된 현재 한국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한심하다는 생각과 참담하다는 생각.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따지면서 개선하고 정면 돌파하는 방법, 촛불시위 등에 참여하면서 현 상황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역사의 긴 호흡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면서 초월하는 방법, 현재 상황을 무시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방법, 현재 상황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여 현 상황을 피하는 방법, 이 사태의 본질에 좌파운동권이 있고 국가 거부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현재 상황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실세계에 화가 나는 것을 거부하고자 하는 심리도 동일하다. 현실에 대한 부정과 외면이 될 수 있고 적극적 개선을 위한 심리적 에너지 축적이 될 수 있다. 성인(聖人)처럼 초월의 심리가 될 수도 있다.

낮술을 찾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느끼는 참담함은 여러 차례의 거짓과 기만으로 인해 분노로 바뀌었다. 분노는 위로를 필요로 한다. 위로를 통해 현 상황을 넘어서고자 한다. 현실변화보다 심리변화가 더 빨리 작동하는 것이다.

낮술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첫 번째인 신선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심리적인 초월을 통해 현실을 넘어서고자 한다. 여행자의 심정으로 이 세상을 관조하고 싶은 심리가 합리적인 이성을 뛰어넘게 하는 것이다. 적당히 느슨해질 수 있도록 심리적인 휴식을 주고 싶은 것이다.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극복하기 위한 현실에 대한 부정과 초월로도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체력과 에너지를 소진하였을 때 느끼는 무기력함처럼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한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한 위로추구.

민주주의는 분노와 같은 감정들에 의해 움직인다. 민주주의의 주인인 자연인으로서 인민(people)들은 이성과 감성사이를 오간다. 거창하게 말해, 태양이 이성을 상징하고 달이 감성을 상징한다면 낮술을 찾는 것은 이성과 감성사이에서 조화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감성적으로 위로를 받지만 이성의 끈을 놓은 채 저녁의 지나친 감성에 취하지는 않으려는 심리적인 노력이 있는 것이다.

청문회. 특검. 탄핵. 오늘도 낮술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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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6-12-16 16:52:29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시나.. 몇 일 ㅡ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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