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끊어지는 계층사다리 외면하며 ‘공정·희망’ 외치는 정치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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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끊어지는 계층사다리 외면하며 ‘공정·희망’ 외치는 정치꾼들
  • 법률저널
  • 승인 2016.12.15 21:12
  •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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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핏줄’을 넘어설 수 없는 닫힌 사회는 지옥이나 다름없다. ‘하면 된다’는 정신과 꿈을 꺾는 것이 큰 죄악인 이유다. 과거에는 그나마 빈곤 탈출과 사회적 성공을 꿈꾼 많은 젊은이들은 지치고 힘들 때마다 ‘하면 된다’는 신념에 의지하고 채찍질한 끝에 개인적 성취를 일궈낸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계층이동은 갈수록 불가능해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자수성가의 신화가 사라지면서 사회가 역동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돌파했던 1994년에는 국민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세대에서 계층이동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뒤 ‘하면 된다’는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3분의1 토막이 나 버렸다.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는 계층 사다리가 끊어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4년에 ‘노력하면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응답은 60%로 절반을 웃돌았지만 지난해에는 22%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노력해도 지위를 높이기 어렵다’는 사람은 5%에서 57%로 10배 이상 뛰었다. 특히 3040세대는 10명 중 7명이 계층이동에 비관적이었다. 자식 세대에서 계층이동이 성공할 가능성에 1999년 41%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31%로 추락했다. 1999년 11%에 불과했던 비관적 응답은 지난해 51%로 급증했다. 현대판 골품제 별칭까지 붙은 ‘5대(금·은·동·흙·똥)수저 계급론’ 같은 자조적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투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작동했던 교육 또한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학생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 일본과 달리 평생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 교육기회가 불평등하다면, 교육은 부모의 경제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부의 불평등이 결국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기회의 불평등이 곧 부의 불평등을 낳는 악순환이 고착된다.

위정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사이 계층의 고착화로 청년들은 희망을 잃고 있다. 빈부격차가 있더라도 계층이동 가능성만 있다면 불평등은 노력의 동기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격차사회’를 넘어 ‘격차고정’이 현실화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계층이동의 사다리 복원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특히 고비용 구조인 로스쿨 제도의 보완의 하나로 사법시험이 계속 존치돼야 한다. 부의 불평등이 기회 불평등으로, 기회 불평등이 부의 불평등을 낳는 악순환을 끊는 것은 우선 기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은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이 열려있고 계층이동의 가능성이 높은 제도다. 하지만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동면하고 있다. 법안을 가로막는 주범은 야권이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로스쿨 도입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19대부터 지금까지 국회 법사위에서 법안을 깔아뭉개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입만 열면 ‘서민’ ‘공정사회’ ‘희망’ ‘국민’을 외치는 그들이 기회균등의 대명사격인 사법시험 존치를 가로막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탐욕만 채우는 ‘정치꾼’임을 스스로 자백하는 꼴이다. 현재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역시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차별없는 ‘공정사회’를 입에 달고 다닌다. 그도 정작 사법시험 존치를 반대하는 정치꾼에 불과하다. 문 전 대표는 양산 자택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는 고시생들의 단식투쟁이 이어졌지만 그들의 주장과 아픔을 외면한 채 ‘공정사회’를 외치는 정치꾼이었다. 이 엄동설한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규탄하는 노숙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박 의원 눈에는 그들이 한낱 힘없는 고시생으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그 또한 국민을 4년짜리 국민으로 보는 정치꾼임을 보여준다. 정치인의 탈을 쓴 이런 정치꾼들에게 젊은이들이 분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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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 엄마, 2016-12-19 22: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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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 유라가 법조인이 되고싶다고 하는데.
공정한 사법시험 대신에,
면접으로 선발하는 금수저 로스쿨.에 가는게 더 낫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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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1 2016-12-19 14:53:08
우병우, 홍만표, 진경준, 김형준, 김진태 등과 같은 분들을 계속해서 보고 싶으시다면, 사시존치에 동참하여 주세요. 개인적으론 굳이 일본에서 우리보다 앞서 양제도를 병행했다가 망테크 타고 있는거 뻔히 알면서, 애써 모른체 기회균등 운운하면서 마치 약자를 위한 기회를 주자는 것처럼 포장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사실 극렬 존치운동하시는 분들 면면보면 (다는 아니지만) 수년간의 기회가 있었고 제도폐지를 분명히 예견했음에도, 고시촌에서 늦은나이까지 부모님 용돈받아가며 설렁설렁 수험생활을 그저 지속(패션고시생이라고 하지요)시키며 어디

본프레레2 2016-12-19 14:52:35
스터디같은데서 훈장질이나 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의 발로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정작 나라를 위하고 뜻을 펼치고자 했다면, 그들이 욕심을 조금만 버리고 급수불문 공직에서 봉사할 루트는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한방으로 인생역전이 가능했던 로또시스템을, 이미 8년전의 폐지입법에도 불구하고 서민들도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공평성'만을 강조하고 여론몰이하며, 자신들은 신림동 방구석에 앉아 그 '사행성'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빠져있는건 아닌지. 로스쿨 제도를 뜯어 고치고 탈탈 털고 가야하는건 맞는데, 사시존치가 그 대안이 될

본프레레3 2016-12-19 14:52:05
수는 없다고 보아요 전.

법룰 2016-12-18 22:42:59
초헌법적 발상 밖에 모르는 문재인은 정말 문제인이고 변호사인지 의구심이 든다. 헌재가 탄핵하면 혁명해야 한다는 문제인. 정말 자기 맘대로 안 되면 헌법기관을 부정하는 사고는 정말 극단주의자로 위험한 사람이다.이런 사람은 절대 대통령 돼서는 안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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