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1세기 문화시민, 문화경찰, 문화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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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1세기 문화시민, 문화경찰, 문화국가
  • 이관희
  • 승인 2016.12.0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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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 /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

우리 현행 헌법 총강 마지막 조문 제9조는 ‘문화국가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이 ‘문화국가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고 결국 모든 국민의 문화감성의 선진화가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임은 췌언을 요하지 아니한다.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지난 26일 광화문일대의 150만(주최측, 경찰추산 27만)촛불집회는 그 평화적이고도 질서정연함에 세계가 놀라고 있고 그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 사태의 불행 중에도 우리가 세계 제1의 문화시민, 문화경찰, 문화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희망이 되었다. 안치환, 양희은 등 의식있는 유명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광야에서’ 등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며 자칫 격앙되기 쉬운 집회를 문화축제의 장으로 만들었지만 그에 따르는 일반시민의 노력 또한 감동적이었다. 일부 과격행동 조짐에 자제를 요구하는 함성과 경찰차벽에 붙은 꽃그림 스티커와 시위 후 의경들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스티커를 다시 떼내는 손길들.. 경찰도 애초부터 최루탄 살수차 등을 제쳐놓고 평화적 집회관리를 다짐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오면서 4대 국정지표의 하나인 문화융성정책은 K스포츠·미르 재단 등으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권위주의적 방법이 아니라, 예컨대 ‘온 국민 시 한 수 외우기 운동’ 등으로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스스로 문화감성을 높이면서 행복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진정한 문화국가 완성에 주안을 두었어야 했다. 그리하여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가정의 날)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120만 공무원들이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족 친지와 함께 각자 좋아하는 장르에 문화행사에 참여했더라면 우리의 문화계는 크게 진정한 활력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와 같이 초등학교 때 몇 편의 시를 외우게 한다든가, 각종 국가고시에도 시를 10편 정도 외우게 한다면 이 정부에서 계획했던 몇 천억짜리 문화창조센타 건립 이상의 문화융성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그 자체도 훌륭한 사업이지만 문화라는 후광효과가 있어야 경제도 명품이 되는 것이다. 선진제국경제의 그 문화적 분위기와의 관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정부하에서 문화융성정책이 국정농단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그 정책 자체를 폄훼하거나 폐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새로운 문화융성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그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21세기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시민들이 성숙한 문화시민으로서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읊조리며 질서를 지키고, 경찰은 품위있는 문화공무원이자 문화경찰로서 윤동주 시인의 ‘서 시’를 읊조리며 시민과 소통하는 엄격한 법집행을 천명한다면 백범 김구 선생이 1947년 ‘나의 소원’(백범일지 참조)에서 예견하였던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문화국가’ 완성은 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현재 불행한 정치적 사태로 어려움을 격고 있지만 이 과정을 거쳐서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은 세계 제1의 선진민주국가 체제이며 결국 그 체제를 튼튼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은 성숙된 문화적 시민의식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촛불집회는 성숙된 ‘촛불시민혁명’으로 승화되어서 우리의 고장난 국정시스템을 수리하는 에너지로 전환돼야 하고, 계층·지위·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로 전환되기 위한 마중물로 쓰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온 국민 시 한 수 외우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우선 윤동주 시인의 ‘서 시’부터 공직자나 시민이나 모두 외워서 입에 달고 다니면 분명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질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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