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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경의 행정학 특강 (32): 성인지 예산제도
최윤경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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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02  11: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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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인지 예산의 의의

성인지 예산제도(Gender Budget)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하여 이를 예산편성에 반영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예산의 수혜를 받고 예산이 성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행되었는지를 평가하여 다음연도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제도이다.1) 성인지 예산은 모든 수준의 예산과정에서 젠더(gender) 관점을 결합하고 성 평등을 위해 세입과 세출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은 여성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에 대한 예산의 차별적 효과를 분석해 성차별을 개선하도록 재정운용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윤영진, 2015). 공원 화장실에서 유독 여성 대기줄이 긴 점을 감안해 공원 조성 때부터 여자 화장실을 많이 설치하도록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는 2010년 예산부터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되었다. 「국가재정법」 제16조 제5호는 “정부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편성에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성인지 예산제도 운영의 한 형태로 성인지 예산서와 결산서의 작성 및 국회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지방재정에서도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해 지방의회에 보고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제26조, 제57조, 제68조의2, 제73조의2에 따라 정부는 성인지 예산서와 결산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고, 동법 제34조, 제71조에 따라 성인지 예산서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의 첨부 서류로, 「국가회계법」 제15조의2에 따라 성인지 결산서는 결산보고서의 부속서류로 국회에 제출된다.

2. 성인지 예산의 주요 내용

성인지 예산서란 ‘사업(예산)이 성 평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성별 수혜분석과 성과목표 설정을 통해 사업(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를 말하고, 성인지 결산서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사업(예산)의 수혜를 받았는지 또한 성평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업(예산)이 집행되었는지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의미한다.

성인지 예산서와 결산서에 포함된 내용은 크게 세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하는 총괄부문, 성인지 예산사업이 있는 각 부처에서 작성하는 부문, 그리고 개별사업 수준에서 작성하는 부문이다.
 

 

   
 

3. 성인지 예산제도의 기대효과 : 양성평등 효과

성인지 예산은 예산과정에 대한 ‘성 주류화’ 가치의 적용이며,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의 결과와 과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성인지 예산서 작성에 그치지 않고 예산재원 배분 및 재정사업의 성별 영향 분석 과정을 통해 양성 평등 인식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예산 배분의 변화 유도를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가 각 부처별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예산사업 단위에서 수혜자의 성별 영향을 식별하고 예산재원 배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분야가 확대될수록 여성들에 대한 예산재원 배분 규모가 전체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여성의 예산 사업 참여자가 확대되면 해당 사업의 운영이 좀 더 여성친화적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양성평등 측면에서 상승효과가 창출된다(이종수외, 2014).

4. 성인지 예산제도의 현황 및 문제점

정부의 ‘2016년 성인지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성인지 예산 대상 사업은 정부 부처 등 43개 기관이 선정한 332개 사업, 27조7602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1조513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대비 사업 수는 사업간 통폐합 등으로 12개 감소하였고, 예산규모는 보건복지부 기초연금 지급 예산 2,868억원(7조 5,824억원 → 7조 8,692억원) 증가, 고용노동부 모성보호육아지원 예산 1,250억원(8,047억원 → 9,297억원) 증가 등으로 1조5136억원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성차별을 개선하고 정부 예산의 혜택을 남녀가 동등하게 누리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성인지 예산제도’가 시행 8년째인데도 겉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평등 사업이 일부 부처에 편중된 데다 이마저 현실과 동떨어진 성과 목표와 지표를 설정해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인지 예산 대상사업 332개 중 절반가량인 164개(49.4%)가 고용노동부(41개)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각 40개), 문화체육관광부(22개), 중소기업청(21개) 5개 부처에 편중되어 있으며, 예산 규모로 따져도 전체 성인지 예산의 51.6%에 해당하는 14조3146억원이 복지부 사업이었다. 중소기업청이 5조4248억원, 고용부가 4조1439억원, 국토교통부가 1조2445억원으로 그 뒤를 이어 성인지 예산이 특정 부처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인지 예산제도의 성과 역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5년 성인지 결산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지 예산 성과목표(구체적인 성평등 실현 방안) 달성률은 70.9%에 그쳤다. 2012년 71.1%에서 2013년 73%, 2014년 68.8%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일반 정책 성과목표 달성률이 평균 80%인 점에 비춰 보면 부진한 실적이다. 특히 성인지 예산 성과목표 달성률이 성평등 정책의 효과적 시행 여부를 실질적으로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각 부처가 예산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성과 목표와 지표를 설정하거나 수혜자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지부는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평등과 무관한 요양시설 이용자 만족도를 성과목표로 삼았다. 고용부가 추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도 여성 친화적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았는데, 성과목표로는 정작 여성 수혜자 비율이 아닌 선택제 일자리 지원 인원을 설정했다. 성인지 예산제도 취지와 동떨어진 목표 설정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2016. 10. 25. 세계일보).

5. 성인지 예산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성인지 예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각 부처의 성인지 예산 대상 사업이 실제로는 5〜6개 부처에 편중된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으며, 대상사업 선정 중심으로 동 제도가 운영되고 부처의 성평등 목표는 단지 형식적 서술에 불과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기관이 한 개 이상 성인지 예산 대상 사업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 부처마다 성평등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들을 재정리하고 추가 발굴한다면 편중 문제를 해결하면서 제도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예산사업에서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면 기존에 형성된 성과 창출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성과주의 예산제도와 성인지 예산제도가 상충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참여 확대가 재정사업의 성과 제고로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사업 운영방식과 내용을 조정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또한, 각 부처의 성평등 목표와 사업들을 오스트리아 제도와 유사하게 성과관리제도 내의 핵심목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성과평가제도의 틀에 포섭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헌법 규정에 따라 성평등 목표를 우선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사업을 발굴하는 하향식(톱다운) 방식으로 사업을 선정해 잘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못하면 패널티를 부과해 체계적으로 성과 관리를 하고 있다. 셋째, 모든 부처의 성평등 목표가 국가성평등지수(8개 분야 23개 지표쳬계)와 관련 있는 사업들을 포괄하고, 국가성평등에 미치는 효과가 결산에서 매년 평가되도록 하면서 이것이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상설협의체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부와 국회의 예산안 공청회나 토론회에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반드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패널 혹은 토론의 기회를 고정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 

각주)-----------------

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6년도 성인지 예산서 작성 매뉴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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