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베테랑이 전하는 공무원시험 합격의 길(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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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베테랑이 전하는 공무원시험 합격의 길(23)
  • 이성현
  • 승인 2016.11.2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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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전라남도 보성군 공무원

이성현 주무관은 올해 54세로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20대 때 국가직, 지방직 그리고 교육행정직 9급에 합격해 20년가량을 주로 교육청과 학교에 근무했다. 8년 전쯤 자유를 찾아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썼다. 그러던 중 공무원시험 응시 나이 제한이 풀렸고, 50대에 다시 공무원시험에 도전했다. 이 철겨운 도전에서 9급 여러 곳과 7급 시험 두 곳을 단기간에 합격했다. 지금은 차밭으로 유명한 보성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로부터 연재를 통해 공무원시험 합격비법을 듣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제23화: 실전 디스카운트(discount)를 감안하자

그동안 학습의 체계를 잡고 교재의 낱알들을 잘게 부수어 체로 거른 다음 최종 정리로 머릿속에 결집한 것을 100분(7급은 140분) 동안에 다 쏟아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실전에서의 실력 발휘이다. 그런데 실전에서 이렇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려면 100분(14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적 압박을 견뎌 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공무원 시험은 다른 응시생들과의 실력 경쟁이기 이전에 시간과의 싸움이다. 실전에서는 문제당 1분, 한 과목에 20분이 주어지는데 여기에는 마킹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시험 시간에서 이를 빼고 나면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은 문제당 55초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35분가량은 잡아야 하는 영어와 7급 경제학(25분)의 문제 풀이 시간을 감안하면 나머지 과목들은 각각 14분 안에 풀어야 한다. 9,7급 모두 한 문제를 40초 정도에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예문이나 각 항목의 문장이 길게 제시되는 국어와 행정법, 사회, 헌법 문제를 풀 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시험을 쳐 본 사람들은 다들 인정하겠지만 시험 시간에는 정말 굉장한 시간 압박을 받는다. 실전에서는 고득점을 얻어 합격하는 것은 뒷전이고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푸는 게 더 급하다. 마치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풀어야 한다. 정신이 없을 정도를 넘어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수험생의 피를 말리는 이런 시간 압박을 이겨낸 수험생만이 이제 다른 응시생들과의 실력 경쟁에 돌입할 자격이 있다. 현재의 공무원 시험은 시간과의 사투(死鬪)에 가깝다.

이게 예전(30년 전) 시험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시험의 양상이다. 필자도 시험을 볼 때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고 나온 것이 무척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러니 매번 좋은 점수를 기대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했어도 필자의 성적이 늘 합격선을 넘는 것은 이런 엄청난 시간 압박을 힘들어 하기는 다른 응시자들도 마찬가지임을 의미한다.

이런 살인적인 시간 압박 아래에서 문제를 풀 때는 즉답력(卽答力)이 필요하다. 실전에서 주어진 예문과 각 항목의 문장을 천천히 읽고 있으면 늦는다. 아니 문제의 물음조차 제대로 읽어 볼 시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것저것 따져가며 문제를 풀 수 없다. 직감적으로 풀어야 한다. 문제를 읽고 반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거의 찍듯이, 빛의 속도로 문제를 읽어 내려가며 내용을 파악하고 답을 결정해야 시간 안에 풀 수 있다.

아니 이로는 부족하고 어떤 때는 아예 문제 속의 지문을 건너뛰고 마치 추리하듯이 문제를 풀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해도 안 되면 몇 문제는 찍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촉박하여 서두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문제 풀이에서 실수가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음과 지문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니 주어진 글을 잘못 이해하거나 어떤 때는 아예 물음을 거꾸로 읽어 쉬운 문제를 틀리는 일도 발생한다.

시간 압박을 너무 심하게 받으면 어떤 때는 문제 풀이를 서두르는 것을 넘어 당황하게 된다. 수험생이 만약 실전에서 이렇게 놀라거나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면 어떻게 될까?

당황하면 평소에는 잘 보이던 문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한다. 즉 문제에서 묻고 있는 핵심이 얼른 인식되지 않는다. 이때는 머리가 하얘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 시험을 망치게 된다.

이런 실력 외의 변수가 적지 않게 작용하는 현재의 공무원 시험의 특성상 평소에 공부를 할 때와는 다른 디스카운트(discount)가 존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남북한 대치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한국 경제 구조의 불투명성 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에도 이런 디스카운트가 있다. 바로 문제 풀 시간 부족으로 인한 실전 디스카운트(discount)이다.

보통 때처럼 여유를 갖고 문제 풀이를 하는 것과 실전에서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문제를 푸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느긋하게 푼 자신의 평소 실력을 무턱대고 믿어서는 안 된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시험 시간 압박이 살인적인 7급에서는 실제 시험 점수가 평소의 그것보다 무려 10점 이상이나 낮았다. 이를 깨닫고 나서 필자는 무척 놀랐다. 이게 바로 실전 디스카운트이다. 수험생들은 공부를 하면서 반드시 이를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여 자신의 실력을 기르는 것 못지않게 평소와 실전의 이런 간격을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만일 독자가 합격선에 다다른 실력을 지닌 수험생이라면 이런 실전 디스카운트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므로 시험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내가 알고 있는 문제를 엉뚱하게 실수하거나 다급하게 풀다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여 그 실력이 합격선에 이른 수험생들은 실전에서 문제를 풀 때 그 초점을 내가 아는 문제는 반드시 맞히는 데 두어야 한다. 착각하지 말자.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를 맞히는 게 아니다.

시험에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때는 물론 이를 맞히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문제는 틀려도 괜찮다. 고난도 문제를 못 맞히기는 다른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이렇게 내가 잘 모르거나 답이 애매한 문제를 만났을 때는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것을 고르면 된다. 이게 최선이다.

하지만 쉬운 문제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연 다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맞추는 문제에서 이들이 범한 실수나 준실수(準失手), 즉 실수에 가까운 문제 풀이 몇 개가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만난 한 7급 합격생은 이러한 수험 현실을 빗대어 현재의 공무원 시험은 상위권 수험생들의 실수 줄이기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문제를 풀었다면 정답을 찾을 수 있었던 몇 문제가 시험의 성패를 좌우한다.

합격하려거든 실전에서 실수와 준실수를 줄여라. 이게 문제 풀 시간을 아주 짜게(?) 주는 현재의 공무원 시험 제도 아래서 실전에서의 진짜 실력 발휘이다. 시험에 떨어진 후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를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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