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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58)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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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5  1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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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정치와 법, 로펌 변호사

지난주에는 캐나다의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도쿄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정치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무리는 이랬다. “요즘 캐나다만큼 멀쩡한 정치인이 통치하는 나라가 없지.”

“하하, 그런가. 하긴 미국 대통령 선거후 캐나다 이민 웹사이트도 접속이 폭주했다더군. 아 그러고보니까, 지금 총리가 총리 선출되어서 관저로 이사할 때까지 우리 동네에 살았는데 할로윈때 가족이 스타워즈 가장하고 우리집에 오고 그랬어.”

영미권의 ‘비즈니스 매너’로 많이 듣는 것이 업무상으로 만난 사람들과는 정치 이야기를 나누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회사 내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요즘은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외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챙겨보려고는 해도 우리나라 정치 뉴스는 매일 확인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매일 빼놓지 않고 우리나라 뉴스를 챙겨보고 있다.

대학때 교환학생으로 외국에서 처음 생활할 때, 우리나라 뉴스를 확인하는 것은 인터넷, 그것도 속도가 느린 유선 인터넷으로 학교 전산실에서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인터넷으로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새삼스럽게 고맙게 느껴진다.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나는 전공 공부를 그리 깊이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누가 정치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실제로 학교 밖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은 없다.) 대학 1학년 1학기때 배운대로 정치학자 데이빗 이스턴의 정의, “사회를 위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 for a society)” 이라고 답할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이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고 있다. 특히 권위적인(authoritative), 바꾸어 말하면 과정과 결과에 대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로스쿨 모교 교수님이 미국 공영 라디오 (NPR)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헌법 수업을 할 때 언제나 정장을 해요. 그런데 동료 중 한 명이 왜 옷을 차려입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제가 그랬죠. 법률가는 명예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다고. 그 동료가 묻기를, 가르치는 학생들 대부분이 대기업을 대리하면서 서로 싸울텐데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왜 법률가가 그리 대단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냐고. 그래서 오피스로 돌아가서 생각을 좀 해봤어요. 제 결론은 이랬습니다. 법 덕분에 저는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요.” 그리고 미국에서 1980년대까지도 엄연히 존재했던 동성애 금지법 폐지, 이후의 동성결혼 허용과 교수님 자신의 경험을 덧붙였다.

실제로 로펌 업무 중 많은 부분이 대기업을 대리하는 일이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업 자체뿐 아니라 기업에 속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법에 대한 지식은 말과 행동에 대한 권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하게 써야 하는 도구이고, 정치를 비롯한 현실의 변화와 법의 개정이 상호작용하면서 현실은 변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 현실은 아직 혼란스럽고, 그러기에 더더욱 진심으로 법이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고 한 로스쿨 교수님의 발언이 더더욱 부러운 시기이다. 또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실망을 하는 만큼, 지금처럼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지금 제기되는 비판과 성찰, 행동이 앞으로의 정치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저버릴 수 없는 시기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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