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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57)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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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8  10: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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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글을 쓰는 즐거움, 괴로움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가끔이지만 이메일을 통해, 혹은 직접, 연재를 잘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연재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니 기쁠 따름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라는 것은 로스쿨 재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신없던 1학년이 지나고 2학년 가을학기도 끝날 무렵에 공부나 그외 학교 활동으로 글을 쓰는 이외에 개인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살아보는 뉴욕에서 로스쿨을 다니면서 소소하게 기뻤던 일, 힘들었던 일, 그 외의 잡담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좋지만 글로 써서 생각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블로그이다. 하루 수업을 마치고, 혹은 저녁 수업이 시작하기 전 늦은 오후에 짤막하게 로스쿨에서의 일상생활을 적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잡담을 글로 옮기는 정도로 적는 식이었지만 글을 쓰는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그 생각을 온전히 마주하는 과정은 로스쿨 생활의 큰 힘이 되었다. 이는 로스쿨 졸업한 후 로펌 근무를 시작하기 전, 로펌 근무 시작한 후에도 이어졌다. 처음 로펌 생활, 미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느꼈던 불안,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을 회사 동기와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또 글로 쓰기도 했다.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썼기 때문에 일기와는 달랐다. 그렇게 본격적인 글쓰기는 아니었지만, "고백적 글쓰기"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비단 나만이 아니고,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책을 내거나 아니면 변호사 일을 아예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는 경우도 종종 듣는다. 또 이름을 내걸고, 혹은 익명으로 업계 이야기,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 중에서 내가 애독하는 블로그도 몇 개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말과 글, 그 중에서도 글을 주된 도구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다들 큰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한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쓸 수 있는 장을 제공받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작년 10월부터 거의 매주 글을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을 하면서 짧은 글이나마 매주 쓸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변명에 가깝지만, 그것보다 몇 가지 더 고민해오는 것이 있다.

첫번째는 정보와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로스쿨 진학을 준비할 때도 인터넷에 관련 자료가 없지 않아 미국 및 우리나라의 자료를 검색하고 도움을 받곤 했지만 그래도 부족함을 느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료가 풍부한 만큼, 내가 쓰는 글이 어떤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험에서 오는 편견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로스쿨 진학, 로펌 진학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이른바 "토종"으로서 한국에서 교육받고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다가 미국 로스쿨에 진학한 드문 케이스이다. 게다가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고 합격 통고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물론 직접 경험만이 생각의 재료는 아니고 주위에서 듣고 보는 것도 있지만, 내 자신의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내 경험을 기반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글쓰기가 즐거운 한편 또 고민스럽기도 하다. 독자들이 어련히 잘 걸러서 읽어줄까 싶지만 이런 고민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경험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의 중독성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어떤 형식으로든 이런 글쓰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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