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65) - 검찰청에 불려간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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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65) - 검찰청에 불려간 두 사람
  • 신종범
  • 승인 2016.11.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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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얼마 전 검찰청에 불려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다. 먼저 불려간 A의 이야기다. A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모 검찰 지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두 번째 조사를 받은 다음날 A는 간암 확정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A는 입원후 이튿날 예정된 조사를 건강상의 이유로 미뤄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무조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안 오면 체포하겠다”는 말을 듣고 할 수 없이 입원하고 있던 병원에서 외출 허가를 받아 2시간 가량 직접 차를 몰고 가 검찰 조사에 응했다. A는 진단서 등을 제출하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병원의 외출 허가도 오후 7시까지니 오후 5시까지만 조사를 받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5시가 되어 나머지 조사를 미뤄 달라는 A의 간청에 검찰은 “조사를 계속 받지 않으면 체포되거나 중대한 불이익을 입을 것”이라고 하면서 조사를 계속 진행했다. A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변호인이 검사실로 전화를 걸어 항의한 후에야 검찰청사를 나올 수 있었다. A의 변호인은 “임의수사의 한계를 벗어나 정당한 피의자의 요구에도 심리적·무형적 장애를 가해 검사실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함으로써 피의자의 행동의 자유를 박탈했다” 고 주장하며 담당 검사와 수사관을 감금죄로 고소했다.

두 번째는 W의 이야기다. W는 특별한 지위에 있던 사람으로 일반적인 절차가 아닌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를 통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한 W의 혐의는 가족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삿돈을 생활비 등으로 유용하고,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이 경찰 최고위직의 운전병으로 특혜 선발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등이었다.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대구에서 먼 길을 올라온 특별수사팀장은 W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언론 앞에서 비장한 모습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다짐했다. 곧 수사의 결과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데, 특별수사팀이 무엇을 수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핵심 관련자인 W의 아내도, 의경으로 복무 중인 그의 아들도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려 왔다. 그후 W가 특별한 지위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검찰은 W를 불렀다. 그것도 일요일에 말이다. 검찰에 출석하는 W는 당당했다. 혐의사실을 물어보는 기자를 마치 레이저가 나올 것만 같은 눈으로 째려 보고는 기자들을 헤치고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 갔다. 왠만해선 기세에 눌리지 않는 기자들도 W의 기세에는 눌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신문에 큼지막하게 실린 한 장의 사진은 W에 대한 조사과정과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그 사진은 검찰청에서 찍힌 W와 검찰 공무원 모습이었다. 검은 점퍼를 입고 팔짱을 낀채 몸을 기대어 웃고 있는 W의 모습과 함께 그 옆에서 공손히 손을 모으고 겸손의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검사 또는 검찰 직원의 모습이 사진에 잡혔다. 피조사자와 조사자의 관계가 아니라 흡사 상급자가 야근 중인 하급자를 방문해 격려해 주는 모습에 가까웠다. 검찰은 사진을 해명하면서 W가 조사를 받기 전 수사팀장과 티타임도 가졌다고 친철히 알려 주었다. W는 검찰청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청사를 걸어 나와 귀가했다.

최근에 검찰청에 불려간 A와 W는 검찰로부터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다. 필자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검찰청에 불려가면 A와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A에 대한 처우가 좀 과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W처럼 대접을 받을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도 그러한 대우를 받지는 못했으니까. 그 전직 대통령을 조사한 사람이 바로 W였다. W는 현직 검사 시절 전직 대통령을 000씨라고 호칭하면서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오”라고 하면서 전직 대통령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W앞에서 손을 모은 채 겸손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현직 검찰이 W를 조사하면서 과연 어떤 호칭을 썼을지 궁금하다. 검찰은 연이어 불거진 검사장을 비롯한 검사들의 비위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W를 조사하는 과정과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진 한 장으로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무너졌다. 검찰 개혁을 검찰에게 맡길 수 없는 이유를 검찰 스스로가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사망 직전인 민주공화국의 회생을 위하여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외과적 수술도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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