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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간다보다 못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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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간다보다 못한 대한민국
  • 신희섭
  • 승인 2016.10.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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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오늘 대한민국은 우간다 보다 못하다. 정확한 표현으로 우간다보다 못하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어떤 근거로? 2016년 9월 28일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138개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면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를 80위로 메겼다. 국민소득 608불(2013년 기준)인 우간다는 77위이다. 우간다는 경제발전 성과의 단골인 1962년 한국 국민소득 87불의 단짝 친구다.

경제만 그럴까? 정치도 우간다보다 못하게 되었다. 우간다의 현대통령 요웨리 무세비니는 1986년 쿠테타로 집권하여 지금까지 30년을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그는 올해 2월 선거에서도 야당후보를 가택 연금시킨 상태에서 선거를 진행하여 부정선거시비를 가져왔다. 이런 우간다정치는 민주주의를 야금야금 붕괴시킨다고 하여 ‘저강도 쿠테타(creeping political coup d’etat)’로도 분석된다. 게다가 우간다는 2000년 사이비종교집단의 대규모 신도살인사건과 같은 사이비종교문제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 종교 반군단체나 사이비종교를 토대로 한 군사집단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이다. 아프리카의 후진국 중 후진국인 우간다와 관련해 한국은 2016년에 망신을 초래하기도 했다. 5월 대통령순방중에 있었던 북한과 우간다간 협력중단 논의를 우간다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청와대가 발표한 것이다. 이런 외교적 미숙함은 애교였다. 최순실이라는 주술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면 참담하다. 2016년 10월 25일 박근혜대통령은 국정운영과 관련 된 연설문등 각종 국정운영문서가 자연인 최씨에게 사전유출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운호게이트 발(departure) 최순실게이트 착(arrival) 부패 열차.

정치학의 연구자로서 느끼는 감정은 참혹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현대 정치학이 세워둔 제도와 리더십에 관한 모든 이론은 박대통령의 국정운영 앞에서 무너졌다. 대통령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견제와 균형의 수평적, 수직적인 제도장치. 리더십과 팔로우십. 제도와 조력자의 역할은 박대통령과 최태민-최순실로 이어진 사교(邪敎) 관계 앞에서 무력했다. 이성에 기반을 둔 소통의 정치는 교과서에만 있었다. 한국정치는 이제 막스 베버가 말한 근대국가조차 되지 못하는 꼴이다. 베버가 말한 근대의 핵심인 ‘합리성’은 정확히 말하자면 ‘주술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으로 한국정치는 근대이전으로 퇴행하였다. 2017년에 맞이할 민주화 30주년은 무색하게 되었다.

물론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특정종교를 믿는 것은 개인적 자유이다. 그러나 공적공간과 공적결정에 특정종교가 개입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 게다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최태민-최순실과 박대통령과의 관계는 자식 대학 보내겠다고 점집 무당을 찾아간 평범한 아줌마차원이 아니다. 공적공간인 국정전반을 이들 교주들이 지배하고 상왕처럼 행동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오죽하면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최태민을 직접 불러 따져 묻기도 했겠는가! 또 전두환 대통령은 최태민을 전방부대에 6개월간 보냈겠는가!

여러 종교를 전전하다가 영생교까지 만든 최태민의 종교능력을 가장 많이 가진 이가 최순실이라고 한다. 대를 이어 사교의 주술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영혼을 지배한 듯하다. 이들 주술사들이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관료와 보좌진을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주술의 합리성 초월이 일어난 것이다. 청와대에 스스로를 가둔 대통령. 청와대라는 성 밖에서 권력을 전횡한 참모들. 주술사의 존재를 알면서도 고언조차 하지 못한 측근들. 영혼을 사들여 자기 이속을 차린 교주. 이들이 합작하여 환타지게임에나 있을 법한 주술사의 시대를 이끈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미래 환타지를 향한 초현실주의로 보아야 할까? 영국의 국제정치학자인 헤들리 불(H. Bull)이 말한 미래가 과거 통치구조와 닮아간다는 ‘신중세(new medievalism)’의 재현으로 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정치는 이성의 지배를 거부하고 다차원적인 행위자의 중요성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신중세가 아니라 그냥 중세로 왔다.

절대 보안이 생명인 청와대 문서들은 최순실이라는 ‘빨간’ 펜 선생님에게 넘어갔다. 주변의 수많은 전문가와 조언가 들의 합리성과 과학은 ‘주술사 빨간 펜’ 선생님인 사교 교주의 영험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묵묵히 교육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많은 빨간펜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을 하지만, 대통령을 가르치시는 ‘빨간’펜 선생님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교육을 해왔다. 이런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빨간펜 선생님들께 모욕이겠지만.

1945년 해방이후 만들어 온 제도도 농락당했다. 위대한 419혁명이 만들어낸 민주주의 제도들도 1987년 민주화가 이룩해 둔 제도들도 그저 대통령이 믿어온 최태민-최순실 사교 교주들앞에서 무시당했고 무력화되었다. ‘원칙과 신뢰’의 슬로건과 박정희대통령이라는 후광에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나 선거결과에 승복한 반대파 유권자들 모두 표를 누구에게 던졌는지에 대해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의 배신에 분노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검찰보다 빠른 조사로 특종을 건지면서 권력의 맛을 본 언론매체. 이에 따라 연일 불거져 나올 새로운 비리들. 깎인 체면과 레임덕 이후권력관계를 대비할 검찰. 간신이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친박계와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깨끗한 정치를 강조할 비박계. 정부와 새누리당의 국정마비를 비판하면서 지지율을 챙길 야권의 정치인들. 이번 게이트에 엮여있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보이는 대로 물어뜯어야 할 이해당사자들. 사교를 몰아내고 신의 뜻을 다시 구현하자고 주장할 종교단체들. 불행한 개인사로 이해해주자는 온정주의 입장과 민주주의 배신에 대한 원칙론적인 입장간 첨예한 대립. 탄핵으로 몰아가고자 할 시민단체들과 탄핵결사반대를 주장할 시민단체들. 왜 그런 사람을 뽑았냐고 주변 사람들을 타박할 시민들. 한국정치 틀렸다고 낙담할 젊은이들. 이제는 진정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야 된다고 고개를 쳐들 위인정치관. 아수라들이 판치는 아수라장. 이것이 우리가 보게 될 한국정치다.

오늘 우리는 한국정치가 우간다보다 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게 된 이 처지와 참담함을 잘 기억해야 한다. 오늘이 암울하지만 한국 정치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이 이상 더 나빠질 수 없는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낮술이 당긴다. 이 참담한 세상에 어찌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술시대와 이별주 한 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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