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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前대구고검장 ‘누구를 위한 검사인가’ 열변 쏟아내
김주미 기자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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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6  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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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법조언론인클럽 공동주최 토론회서 기조발제
검사 신뢰 회복 방안 구체적으로 제시해 박수갈채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2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사단법인 법조언론인클럽이 공동주최하는 토론회가 오후 3시부터 서울 신영기금회관에서 세 시간 가량 진행됐다.

‘누구를 위한 법조인인가’라는 주제의 이번 토론회는 법조인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날 기조발제를 맡은 서영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검장, 대구고등검찰청 고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데, 30년 검사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누구를 위한 검사인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기조발제에 앞서 “누구를 위한 검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당연히 ‘국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검사는 어떤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그것을 명확히 하는 데서 검찰 신뢰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 날 발제를 통해 크게 검사의 독립성 문제, 검사의 자격문제, 검찰수사상의 문제를 짚었다.

먼저 그는 검사라는 직책이 왜 필요한가를 자문한 후 “현행 수사체계에서 수사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검사가 있음은 국가와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검찰이라는 의미”라며, 바로 그 점에서 검찰의 독립성 보장 요구가 도출된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먼저 ‘검찰 내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해, “검사 개개인에 대한 압력은 검찰 내부로부터도 올 수 있기 때문에 검사는 검찰 조직으로부터의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 각자가 독립된 기관이기에, 폭동이나 데모를 진압하는 경찰의 경우처럼 직선적인 명령 체계 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다.

다만 이같은 내부로부터의 독립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필히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로부터의 독립’과 관련해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정치권이 사실 그대로의 수사를 가로막는 일이 곧잘 벌어진다”며 “사실을 밝혀내려는 검사에 대해 불이익이 내려지기도 했기 때문에 검찰엔 언제부턴가 스스로 몸조심하는 풍토가 생겨났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이러한 위축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검찰일 수 있도록 외부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

신뢰 받는 검사의 자격은...

서영제 변호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자질을 갖춰 국민의 신뢰를 받을 만한 검사가 어떤 유형인지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그는 첫째로 공익우선정신을 들었다. 개인적인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부딪칠 때 주저없이 공공의 이익을 선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는 것.

서 변호사는 이 같은 공익우선정신은 검사 개인이 가진 능력·실력보다 우선하는 검사의 첫 번째 자질이라고 평가했다.

둘째로는 가치중립적 자세였다. 모두가 제각각인 개인적 사상이나 철학적 가치, 취향, 정치 신념들을 법보다 앞세우는 사람은 곤란하다는 것. 법 집행자로서 검사의 판단 기준은 오로지 법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법규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되는 때에도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고치기 전까지는 사법기관으로서 법을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정치인이 아닌 검사로서는 ‘악법이면 법이 아니다’라고 보는 사고가 너무나 안이하고 위험한 성향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의 초석은 어디까지나 법치주의이며, 법규의 존재 가치는 지켜지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서 변호사는 “마당발 검사들은 사라져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현실적으로 검찰 내에서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명함을 돌리며 술자리에서 쉽게 어울리고 처음 만난 관계에서 형이니 아우니 사람을 어렵지 않게 사귀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검사로서는 억제해야 하는 성향”이라고 봤다.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향이지만, 진정 국민을 위한 검사라면 오히려 스스로 철저히 고립되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영제 변호사(오른쪽에서 두번째)

“수사만 제대로 해도 신뢰는 회복된다”

서영제 변호사는 검찰의 땅에 떨어진 신뢰는 검사 본연의 업무인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으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봤다.

아무리 검찰청사 방문객을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민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국민과의 소통 채널을 확대한다 해도 그것은 부차적일 뿐, 검사가 수사만 본질에 충실하게 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견해다.

서 변호사가 수사의 본질로서 강조했던 것들로는 ▲검사의 가장 큰 임무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의 칼날을 서슴없이 들이미는 것. 죽어 나자빠진 시체를 해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실세들의 비리 혐의에 늘 견제의 눈길을 보낼 것 ▲검찰 수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으로부터 시작할 것. 피의자 위에 군림하려는 강압적 수사를 지양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오히려 ‘검사의 인권수호 의무’ 차원에서 억울한 자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그 억울함을 풀어줄 것 등이다.

또 ▲모든 수사내용을 공소장에 남기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그 이유까지 자세히 기록할 것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지 사람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는데서 출발할 것. 이는 특히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일수록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일부러라도 강자 편이 아닌 약자 편에 서야 하는 것이 수사의 본질이라고 봤다.

소송이 벌어지더라도 부유층은 여기저기서 법률적 해결 방안을 알아볼 수 있고 그래서 원하는 목적을 비교적 쉽게 달성해 내지만 하루벌이에 매달리는 서민들은 그렇지 못해 패소하기 십상이라는 분석이다.

고소사건의 90% 이상이 서민들의 사건이지만 대체로 자잘한 사례들이기에 검사들 입장에서는 서민 고소사건이 배당되면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마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검찰청 내 일반 사건과는 별도의 서민 수사를 위한 전담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매달 서민 법률구조 건수를 발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국민들 피부에 와닿게 활동한다면 보다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검찰의 나아갈 길은...

서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 조직이 어떻게 변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우선 검사에 대해서는 더 가혹한 책임추궁이 따라야 한다고 봤다.

“검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우월적인 특권의식에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극단적으로 말해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가졌다고 봐야 할 만큼 막강한 권한이 검사에게 있기에 그들에게 특권의식이 배태될 수 있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만큼 직무 처리에 대한 책임 추궁 또한 막강히 이뤄져야 하며 잘못된 사건처리를 한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손해 배상도 가혹하리만치 부과돼야 하고, 검사에 대한 탄핵 역시 수시로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적으로 공소보류 제도는 있지만 기소유예 제도는 채택하고 있지 않은 만큼 검찰의 기소유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의 기소유예는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직권과 재량으로 피의자에게 재판을 면케 해준다는 점에서 검사가 가진 일종의 사면권”이라며 “검찰의 판단이 늘 정당하지만은 않았고 오히려 실수와 의도적인 월권도 잇따랐던 만큼 기소유예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 변호사는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제시한 ‘국정지도자 4대 덕목’을 인용, ‘진정 국민을 위한’ 검사의 덕목 역시 그와 같다며 소개했다.

감정적으로 안정된 자, 인생에 큰 좌절을 겪어본 자, 빈틈없는 판단력을 가진 자, 자신을 그저 국민의 소리를 받아쓰는 연필에 불과한 도구적 존재로 규정짓는 자가 바로 그가 말하는 ‘진정’ 국민을 위한 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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