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 변호사의 값진실패, 소중한 발견(28)-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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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변호사의 값진실패, 소중한 발견(28)-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2)
  • 고성춘
  • 승인 2016.10.25 1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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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를 생각해보자

뉴질랜드에서 공부했던 경험이 있다. 빅토리아대학교 도서관이었는데 그때가 11월 중순이었지만 그곳은 여름이 되는 시기였다. 계절이 우리나라와 정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곳 역시 학기말 시험 기간에는 우리나라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그러기를 일주일정도 하더니 갑자기 어느 날 도서관이 텅 비어버렸다.

그날부터 수백 개의 좌석이 있는 열람석 한 층을 통틀어 책 빌리기 위해 온 시민과 나까지 합해서 약 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방학이라서 모두들 여행이나 아르바이트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공부도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기분이 나는 것인데 너무 썰렁하다보니 자연히 도서관을 나가지 않게 되었다. 방학이라 해도 학생들로 북적이는 우리나라 도서관과 대조가 되었다. 그들에게는 확실히 삶의 여유라는 것이 느껴졌다.

최소한 아등바등하면서 시험에 매달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피곤한 몸으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도 하루 종일 공부했다는 성취감에 뿌듯한 감정을 가지곤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효율적이고 실속 있는 공부는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똑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그만큼 헛고생이 많았던 것이었다. 또한 사람들과 어울려 잡담은 할 시간은 있어도 막상 운동을 하려하면 시간이 아깝게 생각되곤 하였다.

쉬더라도 어떻게 쉬는지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자리에만 죽치고 앉아있어야 공부가 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가 지지부진하면 아무 망설임 없이 수영장으로 간다든지 등산을 하든지 테니스를 하든지 주로 운동을 하였다. 그리고 나면 확실히 생기가 다시 도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일요일에도 잠으로만 하루를 보내는 다른 많은 수험생보다는 체력적으로 월등하게 되었고, 공부 때문에 짜증나는 일도 줄어들었다. 공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복 있는 사람만이 공부를 하는 것처럼 느꼈다. 

취미생활을 즐기자

나의 경우 판소리를 무척 배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시험에 자꾸 떨어지다 보니 대체로 무상(無常)을 노래하는 판소리의 가사가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사철가의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구나.

나도 어제 청춘이거늘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라는 한 대목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배우고 싶었지만 학원비가 그 당시의 처지로서는 비쌌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야 배웠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공부할 당시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배웠더라면 ‘공부도 훨씬 더 잘되고 판소리도 좀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위와 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무엇인가 해보고 싶은 것이 내면에서 우러나온다. 만일 공부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길게 봐서 투자를 한다 생각하고 배워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취미생활로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생활에 활기도 있고 공부도 더 잘되기 때문이다. 시험 때문에 취미생활을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사람은 공부를 어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도구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이고 진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취미생활을 충분히 즐기면서 할 수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합격은 이러한 과정에서 부산물(副産物)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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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없이살아온1인 2016-10-25 18:26:48
변호사님의 글을 읽고 다시한번더 수험생활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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