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그 황당한 이름 최순실, 그 처절한 진실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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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그 황당한 이름 최순실, 그 처절한 진실 자백
  • 오시영
  • 승인 2016.10.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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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변호사/시인

흑암의 땅이다. 2016년 대한민국이 바로 흑암의 카오스다. 이렇게 순식간에, 불과 몇 년 사이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철저하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대한민국 뿌리가 얼마나 허약한지 스스로 비참해진다. 진정한 학자나 언론인이라면 제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나라가 망국의 벼랑길에 서 있더라도 직언을 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일을 수행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그게 평생 진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학자로서 세상의 사표가 되어야 하는 양심에 대한 자존감이고, 진실을 보도하고자 현장을 발로 뛴 기자의 사명감이다. 대한민국이 박근혜 정권 4년 만에 이렇게 무참하게 혼돈의 나락으로 빠져든 것에는 학자와 언론인의 죄가 크다. 예부터 곡학아세의 학자와 정론을 빙자한 아부와 출세에 눈이 먼 언론인들의 간신 짓거리는 수없이 있어 왔다. 간신이 되어 정권의 혀가 되어 준 대가로 그들에게는 돈이, 높은 자리가 주어졌다. 그 독약 같은 사탕을 낼름 받아먹으며 호위호식하겠지만, 역사는 그들을 간신 같은 자들이라고 기록할 것이다. 대놓고 직유로 표현하지야 않겠지만, 모든 기록은 한 인간의 살아온 삶을 은유로 표현하기에 결국 간신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최경희 총장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양 사태로 인하여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였다. 필자는 3년 전 정유라 학생이 이화여대 승마특기자로 입학했을 때 입학전형을 급히 바꿔 위인설관식 입학이었다고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그날 정유라 양은 자신의 이대 합격이라는 자축의 글을 SNS에 올렸지만, 그날 오늘의 비극 첫 단추가 꿰어졌음을 생각하면 역사에는 외상이 없다. 최경희 총장은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많이 받고 싶었을 것이다. 모든 대학 총장들이 부족한 학교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각종 교부금이나 정책지원금을 받아야 하였기 때문에, 총장으로서 그 길을 모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최순실 딸이 이대에 입학한 후 이대는 수많은 정부 프로젝트에 선정되었고, 수많은 정부 지원금을 교부받아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샀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이대 쏠림현상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 달콤한 사탕이 오늘 독약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독약을 사탕인 줄 알고 핥아먹고 있었을 그 비루한 모습이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까닭이다.

정유라 양 입시 면접관이 이번 불출석에도 불구하고 고학점을 준 교수와 동일인이고, 그 교수가 최근 3년 새에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은 결코 오비이락이 아니다. 철저한 먹이사슬에 의해 얽히고설킨 복마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모든 연결고리에 인과관계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러한 프로젝트를 결정한 담당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을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들 내부에 무슨 검은 커넥션이 있었는지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교육과학부, 문화체육부 등은 그 자체가 불법행위 또는 부당행위 의심을 받고 있는 용의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결코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나서서 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현재의 검찰 역시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용기 없는 자들, 개인적 출세에 눈이 먼 자들이 그 자리에서 쫓겨날까 봐 좌불안석이다. 수사할 것을 수사하지 못하고, 밝혀야 할 것을 밝히지 못하는 그들은 정말 비겁한 자들이다. 명예를 회복하라.

“자백”이라는 고발영화를 보았다. 중앙정보부가, 국가정보원이 어떻게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하여 왔는지 영화는 잔잔하게 사실을 따라간다. 불법감금하고, 고문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그대로 작성하라고 회유하여 만들어낸 가짜 간첩들, 그 가짜 간첩들이 착한 백성이었을 뿐임이 밝혀질 때까지 겪어야 했던 고초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멍하게 만들었다. 가짜 간첩 검거를 아무런 의심 없이 게거품을 품어가며 틀어대는 일부 종편방송이나 왜곡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언론들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억지소리를 늘어놓는 새누리당 윤상현 국회의원이나 김진태 국회의원의 모습도 영화의 한 장면으로 클로즈업된다. 1970년대의 간첩조작 업무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당시 중앙정보부 국장)의 인터뷰도 압권이다. 한 마디 변명조차 늘어놓지 못하며 경직되어 버리는 그의 노년의 얼굴이 추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뉴스타파의 유오성 간첩사건 조작에 대한 사과의사 타진 인터뷰에 대해 모른다라고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도망치듯 빗속을 황망하게 걸어간다. 그의 뒷모습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어제는 분명히 오늘, 역사가 된다. 많은 사람들, 특히 간신들은 오늘이 내일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왜냐고? 간신들은 오늘, 시간이 흐르면 오늘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단세포동물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감추어지는 것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어떤 것도 감출 수가 없다. 수많은 곳에서 감시카메라가 합법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나라, 감시카메라가 진정 하나님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무엇을 감출 수 있고, 무엇을 호도할 수 있단 말인가? 컴퓨터 세상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였지만, 모든 빅 데이터를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소팅과 서핑을 가능케 한다. 현찰을 들고 다니면 의심을 받는다. 그러니 온라인거래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금전거래현황이 모든 금융기관에 기록된다. 이름 석 자만 치면 언제 어디서나 그의 행적이 사돈에 팔촌을 통해서라도 추적이 가능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최순실 씨를 둘러싼 비위사실이 하나둘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은둔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노출되고 있다. 그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을 통해 딸 정유라를 지원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정권 말기가 다가오자 박근혜 대통령의 약발이 다 되어 간다는 조급증에 대기업에 무리한 자금 출연을 요구할 만큼 철면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현직에 있다면 호가호위를 계속할 수 있어 문제가 없지만, 이제 1년 남짓 후면 물러날 것이니까, 그 후로는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임기 만료 전에 한 밑천 챙겨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는 성급함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그의 측근이 최순실 씨와 관련된 70여개의 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측근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연설문을 최순실 씨가 손보아 주어 왔다는 사실까지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만일 저러한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아무런 공직을 맡고 있지 않는 자가 대통령 국정 관련 연설문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주진우 기자의 말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게 세뇌당한 채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불안하다.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져든 광신도처럼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것을 스스로 밝혀야 할 때가 되었다. 쓸데없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에서 언급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북한과 사전 상의한 후 기권 결정했다”는 표현 부분을 물고 늘어지며, 북한과 내통했다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지 말고 말이다. 대유엔 정책, 대북한 정책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히 북한인권결의안 같은 남북관계에 관한 정책 결정은 더욱 그러하다. 기권을 결정하든, 찬성을 결정하든 그건 대통령의 몫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에 기권을 결정하였다.

문제는 기권 결정전에 북한측과 사전 상의를 했느냐 여부인데, 송민순 전 장관은 상의를 하였다는 것이고, 문재인 전 대표 및 당시 백종천 전 안보실장과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한 후 사후에 통보하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팩트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상의한들 북한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라고 할 리 만무하였을 것이고, 오히려 반대하라고 요구하였을 것이니 뻔한 반응이 나올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정부가 사전에 상의를 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이다. 만일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처럼 사전에 북한과 상의하였다면 필자는 오히려 그러한 남북소통을 칭찬해 주고 싶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원 국방위원장은 2007. 10. 2.부터 4.까지 이박삼일간 남북정상회담을 한 후 2007. 10. 4. 남북한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따라서 남북한관계는 분단 이후 가장 좋은 화해무드시대였다. 까닭에 남북정상회담 후 1달 반 이후 유엔에서 있었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여부를 놓고 남북 간에 충분한 의사교환을 할 수 있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대미관계 등을 고려할 때는 찬성을, 남북정상회담 직후라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면 반대나 기권을 해야 하는 현실을 이해시키기 위해 충분히 상의할 수 있고, 상의 후 대통령이 통치행위로 찬성, 반대, 기권 중 기권을 선택하였다면 이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것까지 남북 간에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면 이것보다 더 남북 간 긴장완화가 이루어져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있겠는가? 지금처럼 남북한이 서로의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한쪽에서는 핵실험을, 한쪽에서는 사드배치를 해야겠다며 서로 마이웨이를 주장하며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철로 위의 두 기차처럼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보다 남북한 당국자가 남북 관련된 국제적 사안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자주독립국가로서, 평화통일을 지향하도록 명시한 대한민국헌법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보여 진다.

새누리당은 위와 같은 남북당국자의 소통 문제를 다짜고짜 북한과 내통한 나쁜 짓이라며 또 다시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전 대표를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있다. 또 다시 빨간색 덧칠에 올인 하는 듯하다. 색깔론을 들먹이며 종북프레임을 주장할 때 새누리당의원들을 보면 제 정신이 아닌 듯싶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성적 판단도, 정치적 판단도 전무하다. 오직 최순실 사건, 우병우 사건에 대한 여론 호도용, 길게는 내년 대선을 향한 교활한 판단만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뿐이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색깔론을 얼마나 지겨워하고 있는지, 새누리당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하기사 오로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우물안개구리처럼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정보 속에서는 색깔론이 먹힌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대선 때 국정원선거개입이나 북방한계선 거짓포기 주장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또? 황당한 색깔론이야? 지겹다, 지겨워!”하고 진저리를 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싶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최순실 씨를 둘러싼 비선실세들의 호가호위에 의한 불법비리, 그녀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특혜입학과 특혜학점을 둘러싼 각종 커넥션 여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불경기를 해소하는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국감장에서 최순실과 차은택 등 비리관련자들을 증인채택에서 빼기 위해 혈안이 되지 말고 말이다.

영화 자백에서 중앙정보부와 국가정보원에 의해 “가짜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하거나 수십 년 옥살이를 하거나, 고문 등의 후유증으로 폐인이 되어 버린 “착한 백성”들의 현재의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엔딩 화면에 수없이 열거되는 “가짜 간첩 유죄 판결”이 수십 년 지나 “착한 백성 무죄 판결”로 재심판결난 구체적 사건들이 수십 건 열거되는 것을 보면서, 그래 역사는 진실을 찾아가는 자정능력이 있구나 싶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탈북남한으로의 이주를 공개적으로 권유하는데, 그들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몇 개월씩 갇혀 지내며 일부가 간첩으로 조작되고 고통당하는 영화 자백 속 모습을 보면서, 어디 대통령 말 믿고 남한으로 탈북할 수 있겠나 하는 엇박자 같은 생각만 들 뿐이었다.

최순실씨 비리관련자들은 모두 자백하라. 이화여자대학 관련자들도 모두 자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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