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108) - 온기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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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108) - 온기의 계절
  • 차근욱
  • 승인 2016.10.18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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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공단기 강사

가벼운 겉옷을 꺼내 입을 때 즈음을 좋아한다. 코 끝을 간질이는 약간은 알싸한 바람과 차분한 가을 냄새를 좋아한다. 이 때 쯤에는 문득 언젠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하던 무렵 받았던 카드 한 장이 떠오른다. 종강을 기념하는 카드였는데, 내 나이보다도 조금 더 연배가 있으셨던 분의 인사가 담겨있던 카드였다.

“늘 도움이 되는 인생을 꿈꾸었습니다.
이런 제게 등대가 되어 주셔 감사합니다.
이제 길을 보여 주셨으니 열심히 노 저어 가야겠지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등대가 되어 주세요.“

아직까지도 잊혀 지지 않는, 마음이 담긴 카드였다.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긍정적인 자기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준 감사한 계기가 되었다. 살아가다보면, 사람들은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될 때가 있다. 물론, 그나마 ‘양심’이란 것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 가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괴로워하기도 하고 고통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많은 고통의 원인은 대체로 인간관계로 인한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의 존재가치는 다른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우에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는가.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 자신을 되찾기도 한다.

시대가 이상한 것인지 사람들이 이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사람이 호랑이보다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 택배라며 벨을 누르는 사람이 무섭고, 길을 알려달라며 말을 붙이는 노인이나 아이가 무섭고, 저 멀리 서 있는 봉고차가 무섭다. 그리고 사람의 말이 무섭다. 사람이 수단화 되고 사람이 부품화 되고 사람이 경제적 가치로 평가되는 시대가 되었다.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유형의, 무형의 작용을 통해 사람의 삶을 잠식해 들어온다.

사람의 자아는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로 인해 정립된다. 충분히 사랑받고 교감했던 아이는 자존감 강한 어른이 된다. 하지만 폭력으로 무기력해진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타인을 믿지도 못하는 경계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세상이 두려운 탓에, 잔뜩 가시가 돋쳐 주변의 사람들을 찌르고 아프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가시 돋친 사람은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준다.

간혹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견디지 못하는 이들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이와 같은 상처를 보듬어 주었던가.

그러나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다. 스스로의 가치는 자신이 포기하기 전에는 어떤 누구도 함부로 포기시킬 수 없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꼭 다른 사람을 딛고 일어설 필요는 없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키워나가기를 포기하지 않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통해 성장해 가면 된다. 가끔은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 날도 있겠지만, 자신의 꿈과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에 대한 굳센 의지만 있다면 무례한 사람들이야 마음속에서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말로 받은 상처가 쉽게 지워지기는 어렵기도 하지만, 자신을 잘 알고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꼭 잊지 못할 일도 아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언제이냐는 질문에 겨울이라고 대답한다. 그 어느 계절보다 온기를 느낄 수 있으므로. 겨울의 따끈한 차 한 잔은 얼마나 소중하던가. 슬프고 외로워 힘없이 앉아 있을 때 내미는 손은 또 얼마나 따스하던가. 주변 소중한 이의 노력을 칭찬하고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 주저앉고 싶을 때면 격려의 카드를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처럼.

상처주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시절이다.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올 겨울, 우리만은 온기를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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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 2016-10-23 02:23:47
오늘부터 하루에 한개씩 읽으려구요!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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