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직 공군 장교, 주경야독으로 1년 만에 감평사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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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직 공군 장교, 주경야독으로 1년 만에 감평사 합격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6.10.14 16:54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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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7회 감평사시험 합격 곽상빈 대위

제27회 감정평가사 시험 합격자 곽상빈 대위
세상을 향한 ‘도전’과 ‘극복’이 ‘합격’ 키워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감정평가사시험은 시험 난이도 면에서도 선발 인원 면에서도 ‘높은 벽’을 자랑하는 전문자격사시험이다. 올해 감정평가사시험 합격자는 153명, 합격률은 15.6%에 불과했다.

그런데 전업수험생도 아닌 현역 공군 장교가 주경야독으로 1년 여 만에 감정평가사시험에 최종합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올해 30세의 곽상빈 대위. 현재 재정교관으로 복무 중인 곽 대위의 삶은 ‘도전’과 ‘극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16세 벤처 창업으로 시작된 도전의 역사…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그의 도전의 역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독학으로 코딩 공부를 하며 빌게이츠처럼 되는 꿈을 꿨다. 중학생 시절에는 컴퓨터 대회란 대회는 다 휩쓸고 관련 자격증도 여러 개 땄다.

목표가 뚜렷했던 그에게 대학은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우수한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1시간 반이나 걸리는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2003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벤처기업 데모닉스를 설립했다. 데모닉스에서 그는 제안서 작성 및 중소기업청 공무원들과 IT솔루션 업체들을 만나 자금을 조달하는 등의 영업을 담당했다. 데모닉스에서 완성한 제품은 2004년 대한민국 벤처창업대전에서 국내 명문대학출신들과 경쟁해 본선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팀원들과 의견 차이, 매출 실적 등의 문제로 사업을 그만 두게 됐고 당시 고3이던 그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곽 대위는 “처음으로 삶의 목표를 잃었던 터라 우울증도 생기고 고졸로 취업하려다 보니 불안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여기에서부터 다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취업을 위해 IP국제자격증을 준비했고 3개월 만에 CCNA 등 유명한 전문자격증 10개를 섭렵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수능을 보기로 결심했고 그야 말로 ‘미친 듯이’ 공부한 끝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공부해서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에 공인회계사시험에 동차 합격했다. 학교 수업에도 충실했기에 재수강 없이 상위 1%의 성적을 거두며 최우등 졸업을 했다. 이후 대형회계법인에 취업해 근무했고 장교로 군에 입대한 현재도 그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감정평가사시험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장교로 임관하고 교육을 마친 2015년 2월이었다. 회계법인에서 업무도 해 보고 세무사 등록도 마친 상태라 관련 업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상황에서 자신의 ‘주특기’를 개발하고 싶었다는 것. 재정교관으로서 회계학을 가르치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와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갖고 있는 높은 관심도 그를 감정평가사의 길로 이끌었다.

곽 대위는 “감정평가사시험이 쉬운 시험이었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교훈련을 3개월간 받으며 육체적인 한계에 도전했던 기억, 그리고 임관하면서 느낀 성취감은 그의 도전의식을 다시 깨웠고, 국내에서 시행되는 여러 시험들 가운데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시험 중 하나인 감정평가사시험은 그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하루 4시간과 주말 공부로 1년 만에 합격…비결은 나만의 공부 방법”

본격적인 수험준비가 시작된 것은 정보수집과 스터디 구성을 마친 2015년 4월. 2016년에 치러진 2차시험까지 불과 1년 만에 합격을 거머쥔 셈이다. 매일 업무와 강의를 하면서 낼 수 있었던 시간은 하루에 4시간, 여기에 주말 동안의 공부를 더해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이에 대해 곽 대위는 “고시는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며 “공부방법과 시험요령, 그리고 운이 모두 따라줘야 합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합격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먼저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점에서 고득점보다는 합격기준을 넘기는 형태의 방어적인 공부계획을 짰다. 최대한 많은 양을 반복하고 시험장에 들어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퇴근 이후의 공부시간에는 화장실에도 가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 공부했고 매주 주말 학원스터디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수험 기간 중에 맹장이 터져 수술도 했고 주중에는 야근을 밥 먹듯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합격’이라는 열매를 수확했다.

‘단기 합격’은 모든 수험생들의 바람이다. 남다른 노력과 집중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결과였지만,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합격에 이를 수 있었던 특별한 공부 비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먼저 단 2개월의 공부로 합격한 1차시험의 경우 회계학과 경제학은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회계학은 재무회계의 비중이 70%로 높고 계산문제보다 말문제만 잘해도 어느 정도 득점이 가능하다고 판단, 복잡한 계산보다는 개념위주로 반복했다. 경제학은 미시경제보다 거시경제의 말문제부터 풀어야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봤다. 때문에 거시경제를 먼저 완벽히 공부하고 미시경제의 경우 개념으로 정리되는 부분만 최대한 반복했다. 민법은 시중에서 가장 얇고 잘 정리된 책을 찾아 그 책만 반복해서 풀고 해설을 읽으며 판례를 암기했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부관법이었다. 곽 대위는 “부관법은 단순 암기해야 하는 내용이 많으므로 논리보다는 두문자를 만들어 외우거나 노래를 만들어 외우는 등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처음으로 치른 2차시험에서는 감평실무 과목에서 과락점을 맞아 불합격했다. 곽 대위는 “시간이 촉박해 기본서 대신 문제집을 반복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답안지를 작성해 볼 시간도 없어 눈으로 답안을 암기하는 형식으로 공부했는데 20점대로 과락이 났다”며 “이에 재시를 준비할 때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감평실무 과목 위주의 학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매주 토요일 학원 문제풀이반을 수강했고 일요일에는 논점정리특장을 들었다. 이들 강의를 통해 길게 늘어지는 답안작성 습관을 교정했고 실무서브노트도 완성할 수 있었다. 부족한 공부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답안에 쓰면서 연습하는 대신 기출문제집의 문제를 눈으로 보면서 어떻게 목차를 전개하고 어떤 요인을 부각해 어떻게 답안을 도출해 나갈지 머릿속을 상상하면서 공부했다.

올해 1월부터는 GS스터디를 통해 실무감각을 높였다. 법규과목의 행정법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광범위한 행정법을 정리하기 위해 기출과 모의고사 빈출주제로 100여 개 논점을 추려 서브노트로 정리했다.

“자격증은 능력 보장해주지 않아…내 분야 최고 권위자 목표로 도전”

2차시험 합격의 결정타는 ‘1개월 막판 스퍼트’였다. 여기서 곽 대위가 공개하는 시험 노하우는 ‘마지막 한 달을 위한 준비’다. 이를 위해 미리 모든 과목의 서브노트를 완성해 뒀고 “정리하지 않은 범위에서 나오는 문제는 틀려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반복학습에 들어갔다. 드디어 마지막 한 달, 주말에는 답안작성 연습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서브노트만 반복했다.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는 시험장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전개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답안지에 현출할 수 없다면 합격은 요원하다. 곽 대위가 중요시한 답안작성 요소는 ‘아는 것을 잘 전달하는 형식’과 ‘비주얼’이다. 이를 위해 답안지에 용어를 쓸 때는 괄호로 영문자를 함께 표기하려고 했고 실무의 경우 글과 숫자 뿐 아니라 표나 그래프로도 요약해 답을 제시했다.

이미 수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감정평가사라는 자격까지 추가한 곽 대위. 그의 궁극적인 목표와 포부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자격증이 많다는 것은 능력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저는 아직 배워야할 것들이 많이 있고 가능하다면 독일이나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아서 내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싶다”며 “다음 인생 목표는 타이틀 말고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좋은 남편, 존경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아닌 단단하고 꽉 찬 내실을 중요시하는 그의 진중한 속내가 드러나는 대답이다.

감정평가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곽 대위는 “제가 일찍 합격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령과 운 덕분인 것 같다”며 “감히 오랫동안 공부한 분들, 항상 상위권 모의고사 성적을 유지한 분들에게 조언을 할 수는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만 공부 방법을 다시 정비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운도 따라오고 합격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도전과 역경을 지켜보며 이를 이겨나갈 힘이 돼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제가 개인적으로 불안하고 힘든 일이 많이 있어왔는데, 그때마다 마음의 평안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세요. 제가 말을 정말 안 듣거든요. 어릴 때 사업한다고 가출도 여러 번 했고, 잘 다니던 직장 퇴사하고 로컬 회계법인으로 이직하고 개업한 적도 있고요. 한 푼도 못 벌던 반 백수상태였던 적도 있죠. 이런 구제불능 아들을 멀리서 믿어주고 항상 지원해 주심에 감사하죠. 제가 성취하는 모습을 보고 독일에 유학중인 여동생이 조만간 독일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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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2016-10-28 00:06:51
곽 교관님! 항상 즐거운 모습으로 강의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유명한 분인줄 몰랐네요.
모르는거 아프로도 자주 물어보겠습니다.

필승!

형님과 같이 일하는 사람 2016-10-29 14:35:21
행님과 같이 일하며 함께 어울리는 사람압니다, 곽상빈 형님 좋은 분이십니다. 친절하시고, 무엇보다 옳고 그름을 따지실줄 알고! 선한 사람들이 끌려다니는 경향이 있는데 상빈이 형님은 선하신 동시에, (군대에서 부조리가 좀 많은데) 할말을 하실줄 아는 현명하신 분이십니다.

김철식 2016-10-24 20:49:49
또 하나의 도전을 이루셨네요.
전에 주신 이안택스 명함 잘 간직하고있습니다.
저도 좋은 소식 들려드릴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축하드려요.
멀리서 나마 응원하고 있습니다.

차주노 2016-10-18 06:56:32
예전에 이분 하시는 수업들었는데 이분 그냥 머리가 좋은거 맞습니다. 천재인줄 알았습니다. 설명이나 계산 등등 남들보다 훨잘하더라고여... 유튜브에 회계 강의도 공짜로 올려놓셨던데.. 일반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특이한 사람입니다.

응원합니다 2016-10-16 02:14:47
어마어마하시네요 형이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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