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형법학자의 아름다운 세상읽기-하마의 下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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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형법학자의 아름다운 세상읽기-하마의 下品 2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10.14 12: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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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가여움과 얕음을 민권(民權)사상으로 풀다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학하여(겸애-兼愛),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상동-尙同),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상현-尙賢), 안으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절용-節用),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비공-非功)…”

저자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기원전 4세기 묵자(墨子)의 실천적 진보사상에 접목했다. 독일 유학파임에도 “우리는 너무 서양에 몰입되어 있다”며 “동양철학이 헌법정신과 만나면 사유의 폭은 깊어 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저자는 유난히 실천유학(儒學)에 주목한다. 백성이 근본이라는 민권(民權)사상을 중국 춘추전국의 묵자에서 시원을 찾아 원나라 허형을 거쳐 우리의 안향(고려말), 정도전(이하 조선), 이황, 조식, 이이, 이익, 정약용, 황현으로 그 계보를 잇는다.

특히 “기본이 바로서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남명 조식의 사상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여기서 ‘기본’이란 역시 민본‧민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까. 형법학자로서 난독한 형사법 조문을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며 실천을 고집한다.
 

 

동양의 인문·철학사상에 먼저 매료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물 흐르듯 가야하는 법(法) 연구가로서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봉착했기 때문인지 알 바 없으나, 여하튼 그의 고민은 민권사상에 흠뻑 빠져 있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하마의 하품(下品) 2」(법문사)를 저술했다. 河馬는 성(姓)과 주소지(馬山)의 첫 자를 딴 합성어이며 대한민국 아래쪽(下)에서 바라본, 세상읽기(品)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따뜻한 시선으로 봐 달라며 2009년 1편에 이은 만 7년만에 법학자의 눈에 비친 사회, 정치, 법률, 경제, 문화, 교육 등에 대한 잡문(雜文)이다. 잡문치고는 꽤나 깊이가 있다. 동양고전을 파헤쳐 현실과 결부시키는 사설(僿說)이다.

제1부 하마의 노래에서는 사법혁명가 조무제 전 대법관, 성전환자의 강간죄 객체 여부, 존엄사 판결과 입법과제,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결정과 소급효 문제, 유전자 신원확인정보법의 문제점, 국민참여재판, 소말리아 해적재판의 관할권, 검경 수사권 논쟁, 교도서 명칭 개편 필요성, 형사법의 신동향, 로스쿨 제도, 법문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법학자의 소신을 드러낸다.

제2부 하마의 하품에서는 이념논쟁의 본질과 의미를 시작으로 지난 수년간의 정치현황을 살펴 평하고 특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의 가부를 논한다. 제3부 하마의 눈물에서는 지역, 교육, 문화 등에서의 소소한 지론을 담았다. 제4부 하마의 꿈에서는 분단, 통일, 철학으로 담론을 이어간 뒤 “근본으로 돌아가자”며 제5부에서 하마는 춤을 춘다.

민권사상(humanism)에서 사회현상을 풀어내는 혜안이 부럽다. 목차를 접하는 순간 법학자가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던 못된 선입견은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야 법학의 범주와 법학자의 열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권마저 적자생존에 끌려가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하마는 외침을 통해 그 대안을 제시한다. 법학자의 예리한 세상읽기와 따뜻한 열망이 역력히 드러난다. 사회비평, 교양 도서로 널리 읽혔으면 한다. 특히 청렴·겸애의 공직에 도전하는 수험생, 인권과 정의를 지향하는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비판정신을 키우고 인문교양을 키워 나가야할 청년 대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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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2016-10-14 13:43:52
하교수님의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하마의 하품1. 하마의 하품2
답답한 현실속에서 시원한 물한잔이
되어주는것 같습니다
다음에 출간될 책이 벌써 기대됩니다^^

이창현 2016-10-15 09:37:23
멋있는 하마님 ~ ~

제자 공우ㅅ 2016-11-23 00:39:26
교수님! 우리사회의 자화상입니다...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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