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블랙리스트와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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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블랙리스트와 저녁노을
  • 오시영
  • 승인 2016.10.14 11: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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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변호사/시인

박근혜 정부는 지금 국민의 뇌를 파고들어 맑은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야금야금, 그러면서도 거대한 쓰나미처럼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국민정신을 파고들어 식물국민으로 만들려 아등바등 이다. 진실은 묻히고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세월호 사태가 그렇고 미르사태가 그렇다. 거기에 더하여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문화예술인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온갖 불이익을 주면서 “박근혜식 문화융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박근혜 정권이 독재정권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결론을 내려도 아니라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정신이 막히면, 문화가 막히면 그 나라는 망한다.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이 그랬고, 이태리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그랬고, 소련 스탈린의 공산주의가 그랬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인은 가난과 부유의 경계를 오간다. 인기인이 되면 돈방석에 앉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루 세끼를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에 시달린다. 옳은 소리를, 사람의 소리를 외치는 문화예술인들을 모두 고사시키려는 듯 모든 정부지원에서 배제하는데 앞장 서온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과 예술인 앞에 모든 진실을 고백하고 석고대죄하여야 한다.

문제는 이런 블랙리스트가 문화예술계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계에, 학계에, 재계에, 공무원 사회에, 군부에 등등 모든 영역에 걸쳐 편가르기가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지난 9년은 보수정권이 저지를 수 있는 아주 나쁜 모습의 정치현상을 이 나라에 고착화시키는 폐해를 저질러 왔다.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기편을 드는 자를 철저히 옹호하는 이분법적 방식을 통해 제 정신이 박힌 이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의 마음에 시퍼런 멍이 들게 한다. 이 땅에 정의가 사라지고, 대한민국이 편파적 불의가 융성한 이상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러한 패악이 스스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동맥경화상태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병목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한두 개 곶감을 빼먹을 때의 단맛에 익숙해져서 점차 곶감을 빼먹다 보니 곶감줄기에 아예 곶감이 없어져버려 곶감 빼먹은 사실이 들통 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예전 군대시절의 막걸리사건이 갑자기 생각난다. 피엑스관리병으로 근무하던 동기병이 공급받은 막걸리에서 상당량을 빼돌린 뒤 양을 채우려고 물을 퍼부어 막걸리 반, 물 반의 맹숭맹숭한 막걸리를 팔았다가 걸려 영창에 갔던 사건이었다. 처음에야 물을 조금만 섞었으니 막걸리 맛이 아직은 남아 있어 그냥 먹었지만 점차 물을 많이 섞다 보니 막걸리 맛이 사라지게 되어 들통이 났던 것이다. 이처럼 현 정부의 부정부패가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 최순실 씨 사태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점차 물 섞은 막걸리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정과 불의는 제 스스로 곪기에 가만 놓아두면 어느 순간 스스로 썩은 내를 진동하며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국감장에 나타난 서울대의대 백선하 교수는 자신의 백선기 씨에 대한 사망진단서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고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서울대병원도 사망진단서는 환자에 대한 치료를 맡은 의사가 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백선하 교수가 고치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의료기관에는 법인과 개인이 있다. 즉 동네 개인 의원은 의사 개인이 병원의 운영 주체이고 모든 의료행위를 개인이 하게 되어 있다. 개인병원이나 의원의 상호는 그런 의미에서 법적인 의미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의사 개인 이름 석 자가 치료 주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울대병원이나 연세대병원 등은 의료법인이다. 환자는 그 병원에 속한 의사 개인에게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법인, 즉 백남기 씨는 의료법인인 서울대의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간 것이기 때문에 치료의 주체는 서울대병원인 것이지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아니다.

백선하 교수는 서울대병원이라는 한 법적 인격체의 손발에 불과한 도구 또는 기관에 불과한 자이기 때문에 백남기 씨와 같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주체적 지위를 갖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환자는 서울대병원에 치료비 등을 지급하고 영수증도 서울대병원 명의로 교부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백선하 교수는 대외적으로 의료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도 아니고, 의료기관인 주체도 아니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은 백선하 교수 개인이 아니라 서울대병원이 지는 것이고, 의료비 지급 영수증을 비롯한 모든 증명서의 발급 주체는 개인 백선하 의사가 아니라 치료계약의 주체인 서울대병원이 되어야 옳다.

그렇다면 백선하 교수와 같은 이들이 여태 다른 환자 등에 대한 진단서 등을 발행해 온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 하고 의문을 제기해 올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서울대병원의 대리인”으로서 의사 개인이 진단서 등을 발급해 온 것으로 법적 설명이 가능하다. 즉 서울대병원은 계약의 당사자(이를 법적 개념으로 본인이라 한다)로서 치료의 주체인데 서울대병원이 일일이 진단서 등을 발급하기에 시간상 기술상 역부족이기 때문에 자신이 고용한 종업원(백선하 교수가 이에 해당한다)에게 대리권을 주어 대리인의 자격에서 이를 발행하도록, 즉 대리토록 하여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리인인 백선하 교수가 진단서나 사망진단서 등을 허위 내용으로 잘못 작성하였다면 본인인 서울대병원은 이를 시정하고 잘못을 고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공익법인들은 내부에 감사제도를 두고 있고, 필요하다면 이번처럼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윤성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를 구성하여 진실을 규명할 수 있고, 잘못이 있다면 이의 시정을 명령할 수도 있다. 본인은 대리인에게 그러한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즉 서울대병원(고용주)은 백선하 교수(피고용주 종업원)에게 허위진단서 내용을 수정하라고 명령할 고용계약상의 권리가 있으며, 백선하 교수는 이에 따를 고용계약상의 의무가 있다. 나아가 허위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것에 대하여 서울대병원은 백선하 교수를 징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를 하다가 서울대병원장으로 영전한 서창석 현 서울대병원장은 그러한 수정 지시나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의욕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초록이 동색인 까닭이다.

이 정부 들어와 일상화되고 있는 가장 큰 폐악은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국회가 해임 건의한 김재수 농림수산부장관을 해임하지 않는 부작위를 솔선수범하고 있으니, 그 아래 공무원들에게 도미노 현상이 일상화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홍보수석 시절의 케이비에스 뉴스 개입보도 고소사건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부작위 방법에 의해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고,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최경환ㆍ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3년 전 최순실(60)씨 딸의 승마대회 결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해 좌천됐던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이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는 박 대통령의 한 마디 말에 강압적 명예퇴직이 이루어졌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말 두 마디에 두 번 죽임을 당한 꼴이다.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사표가 강행처리되는 이 극단의 혼돈이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다.

잘 아는 교수가 교육과학부가 실시하는 훌륭한 스승상 후보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마지막 후보 대상자까지 올라갔는데 교과부 심사위원들이 몇 명의 불특정인(거기에는 동료 교수나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에게 그 분의 인격 등을 탐문심사하는 과정에서 “그 분이 시국선언에 동참한 적이 있는지?”와 “수업시간에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가?”를 물었던 사실이 있었다. 물론 그 교수는 그런 적이 있었고, 그 교수는 스승상 후보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블랙리스트 같은 일이 교육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니, 문화예술계에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블랙리스트가 명백하게 밝혀지기 전에도 소문은 무성하였지만, 이렇게 명백하게 9천여 명의 명단이 확정적으로 공개되고 말았으니, 청와대와 문화체육부는 단순히 그런 적이 없다고 여태 해오던 그 나쁜 버릇 좀 버리고 이번에는 잘못했다고 진실을 고백하기 바란다. 이 정부 들어 손바닥으로 자꾸 하늘을 가리는 적을 반복해 오니, 국민도 식상할 대로 식상해서 어휴 또 거짓말을 하네 하고 있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명단은 A4용지로 100장이 넘는다. 이 중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문화예술인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예술인 6,517명,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1,608명 등 모두 9,473명에 이른다.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에 명단이 오르고, 그들이 지원 신청하는 창작문예기금에서 선정을 배제하거나 1위의 점수를 얻었음에도 선정에서 탈락시키는 방법을 통해 그들을 고립시키거나 고사시켜 오는 정책을 써온 것이다. 그러면서 차은택 같은, 최순실 씨와 한통속이 되어 있는 자에게 수백억 원의 혜택이 돌아가는 문화계 일감몰아주기를 감행하여 온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없이 뒤통수를 맞으면서,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갸웃하던 문화예술인들이 드디어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말할 것이다. 글로 말할 것이고, 행동으로 말할 것이고, 말로 말할 것이고, 노래로 말할 것이고, 침묵으로 말할 것이다.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등 문화예술계는 이날 현 정부의 정치검열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강력 대응키로 했다. 만일 한겨례 신문의 앞서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보도가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심각한 실정법 위반으로 탄핵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1로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탄핵사유는 100을 훨씬 넘는 메가톤급 탄핵사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러운 구정물통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그 물이 얼마나 더러운지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더욱 더 구정물을 만들기 위해 진흙뻘을 휘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구정물이 더 진해지고 진해져서, 독해지고 더 독해져서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게 되어 죽게 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아차!” 할 것이다. 그러나 나라가 그 정도 될 때까지 방치하면 죽어나는 것은 일반 서민뿐이다. 가진 자들이야 오히려 혼란이 조성되면 그 혼란을 이용하여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아이엠에프 때 가진 이들이 얼마나 큰 이익을 보았는지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혼란스러워도, 혼란스럽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가지지 못한 이들은 혼란스럽지 않아도 손해를 보고 혼란스러우면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불공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에게 새벽의 맑은 공기와 밝은 빛이 필요하다. 누군가 고언을 아끼지 않는 지혜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두들 부들부들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것인지 아닌 것을 아니라 말 못하고 “즉각 시행하겠나이다.”라고 행동대원들이 되고자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기분 나쁜 붉은 노을 상태가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뿐이다. 기분 나쁜 색감의 붉은 노을을 거둘 자가 누구인가? 맑은 정신의 국민뿐이리라 믿을 수밖에 없다. 맑은 정신의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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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5 01:43:24
편가르기는 이분이 갑 http://naver.me/G5Bkgv8N

ㅎㅎ 2016-10-15 01:15:32
심현섭 김흥국 정선희 배현진 마녀사냥은 기억못하시나;; 좌파들 인민재판은 상습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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