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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52)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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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4  11: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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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과 문구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문구점을 경영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문구류를 좋아한다. 물론 어렸을 때는 동네에 있는 소규모 문구점만 알았고, 백화점 규모의 큰 문구점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문구점 하면 동네에 있는 그 문구점만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금도 회사에 비치된 펜이나 노트 대신에 내 취향의 펜과 노트를 이용하고, 시간이 있으면 문구 매장을 기웃거리거나 또 새로운 문구 제품을 소개하는 블로그나 잡지를 읽기도 한다. 외무고시 2차시험을 준비할 때도 펜 선택을 신중하게 했다. 그런데 시험을 앞두고 늘 써오던 수성펜이 판매중단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신림동 문구점을 돌아다니면서 2차시험때까지 충분히 쓸 정도의 펜을 사 모았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로스쿨에 갓 입학했을 때는 좋아하는 문구류를 구비하여 공부할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뉴욕에 도착한 것이 로스쿨 오리엔테이션 시작하기 3-4일 전이었고, 짐을 최대한 줄이다보니 펜이나 노트를 많이 넣어서 뉴욕까지 갈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뉴욕의 문구점, 정확하게 말하면 문구를 포함한 사무용품 판매점을 갔을 땐 규모는 큰데 사고 싶은 물건은 별로 없다는 생각도 했다.

종이 노트를 따로 쓰지 않고 필기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했기 때문에 제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구류는 형광펜이었다. 형광펜을 사용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어서, 한가지 색만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교과서 판례의 내용 (판결, 이유, 주요 사실관계 등)에 따라 다른 색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후자였는데, 판결에 썼던 색 (핑크)에 비해 이유에 쓴 색(노랑)이 빨리 떨어져서 많이 쓰는 색깔을 많이 사다두고 사용하기도 했다.

로스쿨에 가서 처음 접하다시피 한 것이 이력서를 인쇄하는데 쓰는 고급 종이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로스쿨 2학년때 학내 인터뷰(OCI, on-campus interview)를 준비할 때는 학내에서 진행되는 최초 인터뷰때 보통의 인쇄용지보다 좀 두껍고 품질이 좋은 종이에 이력서를 인쇄하여 면접을 보는 로펌 변호사들에게 제출했다. 이 종이는 서울에서 업무 관련한 서한을 인쇄할 때 쓴 종이와도 비슷하지만, 서한 용지와는 다르게 조금 연한 색이 들어간 종이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학교 이메일리스트에도 이력서 용지가 떨어졌으니 몇 장 빌릴 수 없겠냐는 이메일이 오고 가기도 했다.

그 이후에 콜백(call back) 인터뷰를 하게 되어도 여분의 이력서를 인쇄하여 지참하기도 했지만, 콜백 인터뷰 시점에서는 회사측에서 이미 내 이력서를 전자 파일로 가지고 있는 상태여서 종이 이력서를 필요로 하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인터뷰에 앞서 인쇄하여 지참하는 변호사도 없지 않았다. 또 이력서와 성적 증명서, 때로는 라이팅 샘플(writing sample)이라고 불리는 몇 페이지 정도의 샘플을 폴더에 넣어 면접장소로 갔는데, 이런 파일은 쓰는 사람도 있고, 보통 쓰는 클리어파일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졸업을 하고 뉴욕 바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다시 한번 펜을 고르게 되었다. 많이들 컴퓨터로 답안을 쓰는 방식을 선택하지만, 나는 손으로 글씨를 쓰기로 했다. 드물지만 시험 중에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시험을 중단하고 필기로 바꾸어 응시했다는 해프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필기를 선택한 로스쿨 동기들이 꽤 있었다. 시간에 쫓기며 답안을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글을 써도 손에 부담이 적은 펜을 골라 시험 공부 중의 답안 작성 연습도 그 펜으로 했다. 주변에선 시험 당일에 글씨를 많이 써 근육통이 올 것을 예상하여 미리 진통제를 복용한다는 동기도 있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서는 상대적으로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경우는 줄었다. 하지만, 가끔씩 몇 시간에 걸쳐 회의를 하면서 손으로 내용을 적어야 하는 상황도 있고, 그럴 경우를 대비해 지금도 쓰기 좋은 펜과 노트를 꼭 지참하고 회의에 들어간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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