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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51)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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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7  12: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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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2009년의 기억

현재 로펌에서 근무하는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은 2009년을 기억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럴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미국발 전세계 금융위기를 미국 유학중에 체감한 만큼, 그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내가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고, 로스쿨 생활을 시작하던 시기는 로스쿨 진학에 대해 다들 낙관적으로 생각하던 시기였다. 이후 로스쿨 지원자가 많이 줄어든 시기에 비교하면 입학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NYU 로스쿨에서는 로이어링(Lawyering)이라고 불리는 조사 및 방법론 수업의 교육조교(teaching assistant)였던 K가 로스쿨 첫학기 초에 한 얘기였다. “로스쿨 생활을 막 시작하는 너희들은 아직 두려움이 클지도 모르지만, 1년 지나보니 그렇지도 않더라. 취직도 그래. 로펌 취업을 희망한다면 회사들이 앞다투어 일자리를 줄거야.”

내가 미국에서 생활해 본 경험도 없이 선뜻 미국 로스쿨 진학을 결심한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물론 로스쿨 입학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로스쿨 공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성실하게 노력을 하면 전반적인 분위기상 로스쿨 졸업 후의 진로는 비교적 쉽게 풀릴 거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로스쿨 생활을 하면서 뉴스를 꼼꼼하게 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없었지만, 2008년경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꼈다. 예전 회사에서 로스쿨 재학 중에 서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서도 잠시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 첫날 환영 리셉션에 참여한 투자은행 법무부문 변호사들은 또 다른 리셉션에 가야한다고 일찍 자리를 떴다. 다른 리셉션이 바로 베어스턴스 출신 사내변호사들의 재취업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여름 프로그램을 마칠 때쯤엔 금융위기의 여파를 실감하게 되었다. 여름 프로그램 종료시 졸업 후 취업을 제안하는 오퍼 (offer)를 받게 된다. 그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중론은 여름 프로그램 중 어마어마한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한 대개 취업 오퍼를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금융위기가 이미 시작된 그해 여름엔 오퍼를 받지 못한 동기들이 꽤 있었다. 프로그램 마지막 날은 그래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오퍼를 받지 못한 동기들을 위로하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로스쿨 기숙사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로스쿨 새 학기가 시작되어도 어두운 뉴스는 이어졌다. 경기가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로펌의 대량 해고 소식이 전해졌다. 로스쿨 재학생의 경우엔 이미 오퍼를 준 경우에도 회사 사정상 오퍼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 시험에 첫 응시로 합격하지 못해서 오퍼가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뉴욕 바 시험을 준비하던 어느 여름밤, 동기가 로 저널 (Law Journal) 오피스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술마시면서 공부가 잘 되냐고 묻자 동기가 농담조로 대꾸했다. “맥주라도 안마시면 무서워서 공부를 계속 못하겠으니까.”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많은 회사들이 졸업생의 업무 시작 시기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취업 오퍼는 아직 유효한 가운데 생활비를 제공받으면서 예정된 업무시작시기(7월 바 시험 응시 후 가을)보다 늦추는 연기 (deferral) 방식을 많은 회사들이 채택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회사에서 생활비를 받는 것이 기쁘기보다는 불안했다.

드디어 일을 시작하고도 충분한 일이 있는지에 대한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걱정이 많은 성격인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입사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다들 그런 이야기를 했다. 당시의 룸메이트와 잡담을 나누다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 “일이 적으면 더 좋은 거 아냐?” 당시 로펌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걱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공교롭게도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2009년-2010년 뉴욕의 겨울은 끝났다. 하지만 2009년은 업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당시 로스쿨에서 공부하거나 로펌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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