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갈 길을 잃어버린 여당의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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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갈 길을 잃어버린 여당의 자중지란
  • 오시영
  • 승인 2016.09.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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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대한민국 정치 수준이 한 마디로 개판이다. 시중에서 그렇게들 말한다. 며칠 사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똑 같은 말을 들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 개판의 중심에 개가 아닌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어 문제이다. 개들이 모여 짖을 때의 개판이면 뭐 우스울 것도 없는 진실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판을 만드는데 그것을 보고 개판이라고 하니 문제인 것이다. 옳은 일을 하는 자는 혼자이든 여럿이든 두려움이 없다. 그냥 옳은 일 하다가 고생이야 좀 할지 모르지만 옳은 일을 하는 자는 그냥 옳은 일을 하면 된다. 그 일을 하면서 고통을 당해도 그게 옳은 일이니 고통도 함께 따르려는 것이려니 하고 당연히 여긴다.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하던 이들은 그 옳지 않은 일에 고통이 따르게 되면 잘 견디지 못한다. 고통을 받으려고 옳지 않은 일을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고통을 받지 않고 어떤 꼼수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예상 밖으로 고통이 수반되니 견디기 힘들어 하는 까닭이다.

필자의 눈에 비치는 새누리당은 현재 갈 길을 잃었다. 원칙도 없고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모든 것을 놓쳤다. 단 하나 국회 다수당이라는 것으로 인해 모든 것이 가능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니 우왕좌왕, 혼비백산, 지리멸렬, 추풍낙엽 등등 어떤 단어를 적용해도 통용될 만큼 모든 것이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그 동안 저질러놓은 잘못된 일들이 너무나 많아 그로 인한 쓰나미나 관동대지진 같은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쳐 오는데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대처해야 할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여태까지야, 4.13 총선 전까지야 국회의원이 다수라는 이유로, 그렇게 주구장창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민주주의의 모체는 다수결 원칙이라며 모든 것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던 상황이 불가능하게 된 지금, 새누리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거의 넋이 나간 상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 다수결의 원칙에 강펀치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은 가히 코미디 수준을 뛰어넘는다. 김재수 농림수산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의사를 진행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무수행을 핑계 삼아 밀실단식을 단행하였다. 국민들은 그의 밀실단식에 거의 조롱 수준의 비판을 가하고 있다. 단식이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수단이다. 차라리 순간적으로 자살을 해버리는 것은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자살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세계에서 자살률 1,2위를 다투는 대한민국은 그래서 슬프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선택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단식투쟁은 내가 목숨을 걸고, 죽음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죽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단식을 대하는 상대방 역시 진지하게 단식을 대해야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단식을 통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자를 살리기 위해 강한 자가 양보도 하고,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러한 단식의 처절성, 최후성을 희화화시켜버렸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지켜지지 않을 호언장담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옭아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대표실에 문을 닫아 놓고 외부출입자들을 차단하고 있다. 그 안에서 실제 단식을 하는지 맛있는 자장면을 먹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단식의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다. 단식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단식의 계속성을 통해 죽음을 향한 거대한 행군을 계속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저항방식이다. 그러함에도 이를 닫힌 문 안에서 한다는 것은 단식의 의미를 반감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죽을 때까지 단식하겠다는 호언장담이 2,3일도 가지 않아 뒤틀리고 있다.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최순실 씨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기금모금에 관여 의혹, 전경련 내부의 기금 모금과정에서의 강제성,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박근혜 대통령 후원단체 또는 최순실 씨와 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의 이사 취임, 재단허가과정에서의 관련공무원들의 출장 접수 등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살다 살다 허가 주무관청의 공무원이 재단허가신청서를 받으러 설립신청자를 찾아와 서류를 받아가는 해괴한 일을 다 보는 세상이다. 재단허가신청서를 신청자가 주무관서에 직접 접수시키거나 우편으로 접수시키는 것이 일반적 신청절차이다. 그런데 세종시에서 주무관청인 문화관광부 소속 공무원이 서울로 일부러 출장을 와서 신청서를 받아 이를 접수시키고 저녁 8시가 넘어 과장들이 전자결재를 한다는 것이 도무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감 며칠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표를 수리하더니 6명의 특별감찰관보 등을 동시해고하였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제일 처음으로 첩보를 입수하고 미르재단 관련 최순실 씨 등의 위 재단 설립 과정상의 절차 위반, 기금 조성의 강제성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정보의 국감 증인신문절차에서의 증언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매사에 하는 일이 이 지경이다. 한진해운사태로 빚어진 물류대란, 경찰의 살수차에 맞아 병원에서 300여 일 동안 생사를 오가던 농민 백남기 씨가 끝내 운명을 달리 하였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국민살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뻔한 선행사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검을 통해 다른 사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씨를 구하기 위해 물대포를 막아서며 백남기 씨를 방어하던 이가 오히려 폭행을 가하여 죽인 것이 아닌가 하는 당초의 시나리오를 합리화시키려는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다른 사인이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망인의 시신을 부검하겠다며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담당판사가 오죽 검찰이나 경찰을 믿지 못하겠으면, 부검조건으로 가족의 입회, 변호사의 입회, 부검과정의 동영상 촬영, 경찰병원 등 경찰이 지정한 병원이 아니라 가족이 원하면 서울대병원 등에서도 부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겠는가? 필자의 정의 기준이 잘못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눈에 비치는 권력기관은 현재 정의롭지 못하다.

이정현 대표가 밀실단식을 하고 있는 와중에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보이콧하기로 결정한 국감을 실시해야 한다며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방위원장 사회를 보겠다고 선언하였다. 상임위원 회의장으로 향하는 그를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수많은 새누리당의원들이 막아섰다. 김영우 위원장의 말에 의하면 “감금상태”라는 것이다. 자중지란도 이런 자중지란이 없다. 모든 것을 다수라는 이름 하나로 해결해 왔던 새누리당이, 그 마지막 하나인 다수라는 방패막이가 사라지고 보니 오합지졸일 뿐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밀실단식을 하던 이정현 대표가 갑자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나타나 국감에 참여하겠다고 폭탄선언하였다. 그때는 새누리당 정진적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의원 등 전 의원이 특별당비를 모아 신문광고를 내고 여론전을 진행하겠다고 한참 열을 올리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갑자기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지를 않나, 대통령을 무너뜨리려는 야당의 횡포일 뿐이라며 대통령 보호막을 자처하며 갑자기 국감에 참여해야 한다고 방향을 180도 돌려버리니,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의 국감회귀선언을 부결시켜 버렸다.

이 정도 되면, 제대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대표직을 사임하는 것이 순리이다. 정세균 국회의장더러 사임하러 할 것이 아니라 당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자신의 발언이 불신임을 받아버린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순리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분별력, 수치심, 판단력이 결여되어 있으니 이런 이가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있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올바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미르재단 사태에 문제가 있으면 환부를 도려내면 된다. 물론 그 환부를 도려내는 과정에서 환자가 심한 고통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환부를 도려내어야 대한민국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에서 내부고발자들이 현 정부가 저질러온 각종 비리를 터트릴 것이다. 그 동안 힘에 눌려왔던 진실들이 화산 폭발하듯 폭발할 것이다. 그러한 징조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의 사설들이 현정부의 실정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것에서부터 감지된다.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잘못(?) 건드린 죄로 송희영 주필이 오히려 목이 날아가는 쓴 맛을 단단히 보았지만, 또 어떤 비리로 목을 잡아 매여 있을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들 역시 고삐를 풀기 위한 최후의 단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여당이나 청와대에게는 국민이 없다. 오직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 배려만이 있을 뿐이다. 최순실 씨 하면 그의 아버지 최태민 씨가 연상되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러기에 그를 경호하고자 하는 이정현 대표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막무가내이다. 온탕과 냉탕을 하루에도, 아니 순간에도 수없이 들락거리는 그의 감정변화를 지켜보면 원칙도 소신도 없다. 파블로의 조건반사만이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옳음을 지양하는 객관적 가치 기준의 부재를 본다. 그가 손에 성경책을 든 것을 보았다. 싫은 소리겠지만, 그가 손에 성경책을 든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그가 가장 들지 말아야 할 마지막 자해무기를 들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성경책이 어떤 책인가?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면서까지 전파하고자 했던 하늘의 진실,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 아닌가? 예수는 정의를 외쳤고, 또 정의를 외쳤다.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정의는 외치고 또 외치고 또 외쳐야 하는 절대적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자, 권력을 남용한 자, 겁박과 편법을 남용하는 자를 비호하기 위한 거짓 정의를 세우기 위해 성경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하늘이 용서치 않을 행위가 되어버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재수 농림수산부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대한민국헌법은 “건의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대통령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라는 효력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통령은 삼권분립정신에 입각해서 국회의 건의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국무위원 해임안 결의는 고도의 정치행위이고, 정치행위인 경우 이를 법적인 판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였다. 모든 것의 사태를 키우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대하여 총파업투쟁을 전개하였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백남기 씨가 죽었다.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여당인 새누리당은 자중지란으로 유리가루 집안이 되고 말았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 대신 필자는 유리가루 집안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서로가 서로를 상처내고 피 흘리게 하는 유리가루 말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맑은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여소야대임을 현실로 인정하고 협치와 타협의 정치를 해야 한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고 해야 한다. 대통령과 다수당이 같으면 다수결로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국민은 여소야대를 통해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 행정부는 이에 따르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상징되는 여당의 현 행동방식은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거대 야당의 실체를 더욱 실감케 할 뿐이다. 야당을 자꾸 거대공룡으로 만들어주지 말라. 그게 여당인 새누리당이 지금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다 가지려 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처럼 제 마음대로 법을 어기거나 해서는 안 된다, 최경환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부정합격시키는 것 같은, 최순실의 미르재단 같은.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한다,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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