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62)-형사사건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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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62)-형사사건의 어려움
  • 신종범
  • 승인 2016.09.30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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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남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꿈이라면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전역을 한 것 같은데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유격장을 구르고 있는 자신을 보는 꿈은 정말 두렵다. 필자에게는 그것보다 더 두렵게 느껴지는 꿈이 있었다. 분명히 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에 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좁은 고시원에서 수험서와 씨름하고 있는 자신을 보는 꿈이 훨씬 무서웠다. 깨어나서 꿈이었음을 알고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했다. 두려움의 강도가 수험생으로 돌아가는 꿈이 훨씬 센 이유는 군대는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가는 전역한다는 확실한 희망이 있지만, 수험생활은 합격이라는 끝이 언제쯤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이제 너무 오래되어 고시 공부하는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꾸진 않지만, 추석이 지나고 선선해지니 시험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슬슬 불안감을 느꼈던 고시공부할 때의 시절이 생각난다. 고시공부할 때 어렵고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과목이 민법이었다. 지금과 달리 배점은 다른 과목과 똑같았지만 공부할 양이 다른 과목보다 훨씬 많았고. 최적화된 단권화 수험서도 찾기 어려웠다. 반면에 형법은 공부할 양이 민법에 비하면 훨씬 적었을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판례들이 많았고 많은 수험생들이 보았던 최적화된 단권화 교재도 있었다. 민법은 사례도 재미없고 법리도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형법은 상대적으로 재미있는 사례에 법리도 단순하다고 생각되었다. 형법이 민법에 비해 훨씬 쉽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시공부를 할 때까지는 말이다.

변호사로 개업을 하면서도 민사사건 보다는 형사사건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무죄를 주장하게 될 사건은 거의 없을테니 양형만 신경 쓰면 되지 않나 하는 극히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변호사로 경력이 쌓일수록 형사사건이 참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선 형사사건은 수임하기 자체가 어렵다. 조세범죄, 금융범죄 등 전문분야가 드물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전관예우가 존재하고 브로커들이 판을 치는 곳이 형사사건이다. 전관예우를 없애겠다고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다른 사건보다 형사사건에서 전관의 영향력이 크고, 의뢰인들이 여전히 전관을 써야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는 이상, 전관이 아닌 변호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형사사건을 수임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도 구치소에서 무작위로 수용자를 접견하며 낚시질(?)을 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형사사건은 시간에 쫓기기도 한다. 민사사건은 기일이 넉넉하게 주어지고 서면을 준비할 시간도 비교적 여유롭지만 형사사건은 기일이 급박하게 잡히고 서면을 준비할 여유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은 품도 많이 든다. 민사사건은 의뢰인이 찾아와 상담을 하고 소송 준비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부분 이루어지지만 형사사건은 피의자나 피고인이 구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직접 구치소를 찾아가야 한다. 민사는 서면을 인터넷으로 제출할 수 있고 상대방 서면은 법원이 친절하게 송달하여 주지만, 형사사건은 서면은 직접 검찰이나 법원에 가서 제출해야 하고, 사건기록은 신청을 해서 등사해 와야 하며, 공소장과 판결문도 변호인에게는 송달하지 않는다. 기록 등사를 기다리다 공판준비를 급하게 해야만 했던 적도, 형사판결문이 송달되는지 알고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도 있다. 무엇보다도 형사사건은 결과예측이 쉽지 않다. 기소재량, 양형재량이 있다곤 하지만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평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판사 성향에 따라 검사 같은 판사, 변호인 같은 판사라는 말이 있고, 구치소내에서는 수용자들 사이에 □□법원 00단독은 피고인을 골(?)로 보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그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을 의뢰받은 변호사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심초사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형사재판을 수행하여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형사재판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아직도 더위가 여전한데 구치소에 접견을 다녀오며 지친 몸 때문인지 형사사건에 대한 넋두리만 늘어놓은 것 같다. 사실 변호사 일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하는 일이고, 사건마다 다 다른 사연을 담고 있기 때문에 쉬운 사건이란 것이 없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고 왔으니 이제 넋두리는 그만 두고 다시 열심히 달려야 겠다. 참, 필자가 고시공부할 때 민법 보다 형법이 더 쉬웠다고 했는데 실제 시험결과는 어땠을까? 형법 때문에 하마터면 수험기간이 늘어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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