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마에서 온 판사, 조선에서 온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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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마에서 온 판사, 조선에서 온 당사자
  • 윤나리
  • 승인 2016.09.23 16:59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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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1. 판사이야기

한 달에 90건이 신건으로 들어오고 있단다. 도대체 어떡하라고. 한 달에 한번이라도 쉬면 사건이 밀리니 쉴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신건메모를 하다 수기로 적은 답변서를 발견한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슨 글자인지 잘 알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꾹 참고 최대한 읽으려 노력해 본다. 온갖 사실들이 두서없이 나열되어 있지만 법률적인 주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다. 증거를 검토해 본다. 증 제1, 2호라고 기재되어 있는 문서들이 붙어 있다.

속행기록을 본다. 이미 3번 정도의 기일을 전임 판사님이 진행했던 사건이다. 하지만 변론조서에는 ‘주장 및 입증촉구‘라는 석명사항이 반복적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당사자들이 제출한 서면은 변함없이 사실관계의 두서없는 나열일 뿐이다.

재판을 진행하러 법정에 간다. 피고가 화를 낸다.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왜 이곳에 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큰소리를 친다. 적당히 무시하고 다음 기일을 잡는다고하니 이렇게 명백한데 왜 다시 재판을 열어야 하느냐며 또 다시 큰소리를 친다. 그리고 자신은 사업하느라 바빠 또 재판을 여는 것에 반대한다고 한다.

또 다른 당사자 본인진행 사건을 진행한다. 피고가 도피하려는 거 같다며 출국금지를 시켜달란다. 그리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 명확하지 않은 사실이나 법률적 주장에 대해 질문을 해도 대답은 똑같다. 자신이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되풀이 할 뿐이다. 오늘 하루 동안에도 변론주의와 처분권주의를 4번 이상 언급하며 당사자들을 독촉했다. 힘이 빠진다. 오전 재판 마치고 실무관에게 물어보니 실무관도 하루에 너댓번은 당사자들에게 주장, 입증책임, 처분권주의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저런 부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구두로 입증을 촉구한다. 그러자 오히려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 입증방법을 되묻는다. 사실조회 같은 것도 가능하다고 말해줬더니 사실조회는 어떻게 하는거냐고 되묻는다. 화가 난다. 증인신청을 하겠다고 해서 증인신문기일을 잡으며 증인신청절차를 밟으라고 말한다. 다음 기일이 되었다. 재판들어가기 전 기록을 검토해 보니 증인신청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증인신문기일이 진행되지 않겠다 생각하고 가보니 증인신청서와 증인신문사항을 미리 제출하지도 않았으면서 증인을 데리고 왔단다.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반대신문을 하라고 했더니 증인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오히려 증인의 증언과 다른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한다. 증인신문은 증인에게 사실을 물어보는 것이라고 증인신문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다시 증인신문을 하도록 권한다. 다시 증인신문을 하다가 증인이 대답을 회피하거나 다른 대답을 하자 증인에게 화를 내며 또 다시 자신의 주장을 반복한다. 결국 반대신문을 저지하고 직권으로 증인에게 질문을 한 후 증인신문을 마친다.

머리가 아프다. 아무리 석명을 하고 변론을 열어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변론을 종결한다. 판결을 쓰면서 알고 있는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 당사자들이 써낸 서면에 있는 사실관계 및 주장들을 최대한 선해하려 노력해 본다. 그래야 부끄럽지 않은 ‘법률적으로 있어 보이는’ 판결문이라도 쓸 수 있지 않겠나.

결국 오늘도 야근이다.
 
2. 당사자들 이야기

억울한 일을 당했다. 인간적으로 해결해 보려해도 도저히 해결이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법을 잘 모르니 변호사나 법무사를 통해야하겠는데 변호사 비용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법무사 한 명을 소개받는다. 법무사 사무실에 가도 법무사를 직접 만나기는 어렵다. 법무사 사무장이라는 사람에게 사건 이야기를 해준다. 할 말이 있으면 서면으로 적어오고 관련 증거자료들도 제출하라고 한다. 서면과 관련 자료들을 사무장에게 넘긴다. 법정에는 직접 출석해야한단다.

처음 법정에 가려니 가슴이 떨린다. 법정문을 열고 들어가니 굳은 표정의 판사가 앉아 있다. 내 사건번호와 이름을 호명하길래 앞으로 나가 억울한 점을 호소하였더니 내 말을 잘 들어주지도 않은 채 끊는다. 그리고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말하려고 하는 법률적 주장이 무엇인가요?’, ‘그게 법적으로 어떤 의미죠?’, ‘쟁점에 대해 입증을 촉구합니다.’ 하지만 상대방 변호사의 말은 상당히 잘 들어주고 대답도 잘 해 준다. 다음기일까지 무엇무엇을 해오라고 하는데 앞에서는 알았다고 했지만 사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사실조회를 하라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물어봤더니 ‘저는 판사지 변호사가 아닙니다. 본인이 절차를 알아보세요.’라는 차가운 대답에 무안하기만하다. 판사라면 무릇 사람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본인이 나서서 잘 해결해 줘야하는거 아닌가? 그러면서 입증책임이니 처분권주의니 하는 알아듣기 힘든 말만 하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질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도통 모르겠다. 다음기일이 두렵다.

이번 기일에는 내가 신청한 증인을 신문한다. 증인을 대동하고 나갔더니 판사가 또 왜 미리 증인신청서와 증인신문사항을 제출하지 않았냐고 화를 낸다. 증인신문을 하려고 했더니 판사가 자꾸 이리저리 간섭을 한다. 그건 증인에게 물어 볼 사항이 아닌거 같다. 그건 의견에 불과해서 부적절하다는 등 계속 간섭을 한다. 그러더니 결국 자기가 대신 해주겠단다. 상대방 변호사가 하는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으면서.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판사가 변호사만 봐주는거 같다.

판결이 났다. 내가 졌다. 그놈의 판사 내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듣고 글도 안 읽은 거 같더니. 이렇게 엉터리 판결을 해 놨다. 변호사한테 돈을 받아먹은 것이 틀림없다.

항소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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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2017-06-11 16:59:52
그러니까 변호사를 선임하시라고요 밑에 아재들아.
아프면 의사한테 가고 차가 고장나면 정비소에 가면서
왜 전재산 날릴 법률문제는 자기 혼자 한답시고 하다가 잘못되면 판단자에 불과한 판사한테 난리인지.
마치 아픈데도 의사한테 안 가고 혼자 자기치료하다가 죽으면 신 붙잡고 왜 나 안고쳐줬냐고 하는 꼴.

하하하하 2016-10-03 18:45:14
하하하하하하 참 웃긴다,누가 이렇게 만들어 놨지, 결국 사법부와 판사들 아닌가, 좀더 쉽게 국민들에게 알려줘, 그래야 알 수 있잖아

이정구 2016-10-01 05:00:56
내재산 다 날리게 생겨서 법원에 갑니다. 생소하니 뭐그리 복잡한지 변호사 써야한다죠. 내재산 날러가는데 좀 알아서들 이런저런 사정을 조사하여 억울한 일인지 알아봐 주지 못하나?
판사왈 뭔피해를 당했는지 법률적으로 설명이 전혀 없느니 ..그냥 알아서 가슈 하나?
노가다 정비사는 지가 다 알아서 차량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돌팔이 의사나 판사는 특권의식으로 사건의 팩트에는 관심이 없고 노가다의 부탁을 내가 왜 해결을 해야하지? 이런 개떡같은 생각이니..배가 이상하는걸 치과는 왜가며 사깃꾼만나 재산 날린걸 법률용어를 어떻게 아나?

이정구 2016-10-01 04:56:23
운전자가 차량이 좀 시원치 않아 정비소에 갑니다. 엔진소리가 좀 다른듯 하고 바퀴에 뭔 이상이 있는지 삐끄덕 소리나요..두서없이 얘기해도..
유능한 정비사는 예예 커피한잔 드시고 계셔요하죠.

대학병원을 귀찮듯 식구들 극성으려 등떠밀려가죠.
의사에게 이상하게 좀 쑤시고 그렇습니다 하죠.
그러면 의사가 이가 상한거네요. 치과를 들려서야죠. 여기는 내과의고 내가 그분야에 명의인데 하면..이거 돌팔이 아닌가 환자는 생각든다이거죠.

내재산 다 날리게 생겨서 법원에 갑니다. 생소하니 뭐그리 복잡한지 변호사 써야한다죠.

이정구 2016-10-01 04:30:34
대법원 판사가 일년에 10개정도 판결을 다룬다죠.
대법에 올라오는 사건은 수천수만건이여도 말입니다. 이게 넌센스이죠. 하급판사는 노가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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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피해자 탓하지 말고 판사가 사건의 팩트를 정리하여 진실을 찾듯 판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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