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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9)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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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3  16: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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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과 지치지 않는 비결

로스쿨 2학년 첫 학기(가을학기)가 시작하고 1, 2개월 정도가 흘러 뉴욕의 더위도 한풀 꺾였을 때, 채 반도 보내지 않은 로스쿨 생활의 피로가 찾아왔다. 주된 원인은 다음해 여름 학내 인터뷰(OCI, on-campus interview)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서였지만 꼭 그뿐만은 아니었다. 로스쿨 첫 학기를 다소의 혼란과 후회와 함께 마친 후, 두 번째 학기는 학과 공부를 따라가는 걸 유일한 목표로 정해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두 번째 학기를 마치고 로스쿨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싶고 자신감도 붙었는데 다음은 인터뷰였다. 잠시 로스쿨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일단은 몇 개월 좀더 다니기로 마음을 먹은 후에도 의욕은 전 학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얼마만큼 시간이 흘러야 조금 더 편하고 또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비단 로스쿨뿐만이 아니고 다른 공부를 해도, 일을 해도 겪게 되고, 여전히 공부나 일에서 오는 피로감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정답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몇 개월을 보낸 방법은 이렇다.

일상에서 지나치게 멀어지지 않는다. 전 학기처럼 새벽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던 건 아니지만, 수업은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수업에 들어가려면 최소한의 예습과 복습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예습과 복습도 했다.

과외활동. 저널 편집위원 중 2학년들은 1주일에 하루 편집 업무를 해야 했다. 의욕도 없는 터라 1주일에 하루라도 고통스러웠던 적이 없진 않았지만, 정작 저널 오피스에서 앉아 일을 시작하면 그게 신기하게도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더구나 저널을 통해서 좋은 친구들도 만났다. NYU 로스쿨에는 큰 규모의 LL.M 과정이 있고 그 대부분이 외국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다가 온 학생들을 포함한 유학생이 많았지만, 내가 속한 JD과정에는 유학생, 특히 나처럼 학부까지 다 외국에서 마치고 로스쿨에 유학 온 유학생은 극히 드물었다. 그 와중에서 국제법 정치학 저널에 있는 동기, 선배들은 개방적인 것으로 유명한 NYU 로스쿨에서도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외국 생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 이야기도 잘 통했다.

또 다른 과외 활동은 모의 법정(moot court) 참가였다. 나를 포함한 로스쿨 동기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참가하는 방식이었는데, 혹시 갑자기 로스쿨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고 나머지 두 명 팀원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했고,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네가 할 결정이지만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뭐든 말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로스쿨 앞 길에서 길게 허그를 했다. 결국 나도 그렇고 나머지 둘도 별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같은 뉴욕주이지만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모의 법정 개최 로스쿨로 갔다. 다른 학교에선 교수, 코치까지 있어서 본격적으로 준비한 듯한 팀들이 많았는데 그걸 보고 셋이서 우리는 그냥 참가를 즐기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마음 편하게 참여를 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즐겁게 대회를 마치고 상까지 타서 로스쿨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슬럼프 기간이 끝난 것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어느 금요일 오후였다. 분위기도 바꾸어볼 겸 로스쿨 도서관이 아닌 학부 중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로스쿨도 학부도 다들 연휴 분위기라 어수선했고 나는 샌드위치와 쿠키를 사다가 늦은 점심을 먹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때 예전 회사의 HR 담당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와서 다음해 여름 서머 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오퍼 연락을 전해주었다. 도서관 복도에서 그 전화 연락을 받고 나서 공부를 마무리하고 로스쿨 기숙사로 향하던 청명한 뉴욕의 가을 날씨를 지금도 기억한다. 2학년 마치고 할 일을 드디어 찾았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내가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했다.

로스쿨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학기 시작 후 한 달 정도가 지나고 신학기의 긴장이 풀리는 한편,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이다.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가 하는 크고 작은 회의로부터도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로스쿨 생활은 이런 감정을 다루는 과정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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