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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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녀사냥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6.09.22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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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기자는 올 히트작 영화 부산행을 스크린으로 두 번 만났다.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들을 보면서 누구는 징그럽고 누구는 무섭다고 하지만 기자는 스크린에서 보이는 저 좀비가 마냥 낯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생김새만 다를 뿐, 하는 짓이 인간이랑 좀비랑 별 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무언가 목표물 하나가 정해지면 떼를 지어 달려들고 피를 볼 때까지 상대를 물어뜯는 것. 좀비는 날 것 그대로 상대를 물어뜯고, 인간은 점잖은 척 뒤로는 온갖 계산기를 두드려가면서 상대를 괴롭힌다. 좀비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나,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는 인간이 갖는 습성이나 드러내는 표현의 차이일 뿐 다를 바가 뭐가 있는지 싶다.

기자가 이런 시시콜콜한 말을 꺼내는 이유는 마녀사냥에 대한 말을 하고 싶어서다. 마녀사냥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 알 것 같으니 굳이 설명은 하지 않겠다. 뭐 하나 걸리면 너 오늘 잘 만났다 하는 식으로 인간이 좀비처럼 달려들어 물고 늘어지는 현상을 말하고 싶어서 앞서 인간과 좀비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적어본 것이다.

지난 8월 열린 리우올림픽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여자배구팀이 패하자 네티즌들은 유독 컨디션 난조를 보인 한 선수에게 팀이 패한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또 그쯤 한 인기 여가수는 광복절 날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 전범기를 개인 sns에 올려 네티즌들에게 크게 혼쭐이 났다.

그런 상황이 정당한 쓴소리였지, 마녀사냥이었는지 기자는 지금도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잘못을 크게 했으니까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잘못을 했다기로서니 그걸 그렇게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또 들기도 한다. 물론 기자는 후자 생각에 훨씬 더 가깝다.

뭐하나 잘하면 영웅취급, 뭐하나 못하면 버러지취급, 기자가 앞서 말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좀비의 습성이 인터넷 댓글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8강을 가리는 여자배구의 경우 기자는 그날 생방송으로 봤기 때문에 욕을 먹는 선수의 플레이가 어떠했는지 생생하다. 그 경기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김연경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못했다. 다만 잘 쫓아가다가 20대 23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서브리시브를 받지 못해 플레이도 못해보고 1점을 거저내줬고 20대 24로 넘어가 결국 패하게 돼 그 서브리시브를 못 받은 선수가 욕을 더 얻어먹었던 것이었다. 그 선수는 1,2,3세트에서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못하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스포츠건 간에 결정적인 순간에 하는 실수는 무능한 것이고 용납이 될 수 없다. 실수를 저지른 것은 분명 혼이 나야되지만 잘못을 했다고 해서 인신공격을 가한 무차별 마녀사냥식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비단 연예기사 뿐만이 아니다. 공무원 기사에서도 좀비 같은 인간들의 습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일전에 지역인재 7급 수험생이 정부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기억하는가. 당시 언론은 청사보안을 문제삼아 정부를 집중 공격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황을 따지지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정부를 질책하는 것은 꼭 마땅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기자는 당시에도 생각을 했었다. 어느정도 사실을 밝히는 것은 언론이 해야할 일이긴 하지만, 관련 부서 출입문 옆에 비밀번호가 적혀있어 침입할 수 있었다는 등 공무원들이 마치 일을 만들어낸 셈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식의 기사는 굳이 써야했는지 의문이다. 번호를 잘 잊어버리는 청소부원들을 위해 적어놓았다는 기관 측의 해명이 변명으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일이 벌어졌으니 일이 된 것이지 그동안은 청소부원들을 위해 그럴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자는 공무원 마녀사냥이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지역인재 7급 성적 조작 수험생은 응시요건을 갖추기 위해 앞서 한국사, 토익 성적도 조작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사, 토익 성적도 조작됐지만 이후 굳이 지역인재 7급 합격자 발표를 코앞에 두고 그와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인사혁신처는 7급 성적조작이 감지된 순간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그럼 한국사, 토익 성적 조작이 됐을 당시에는 왜 그런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을까. 알고서도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인가. 조작의 전말이 드러나려면 지역인재 7급 시험 전 응시요건을 갖춰야 하는 그 시점에 드러나야 하는게 흐름상 맞는데 한참 후에 사실들이 드러난 게 앞뒤가 맞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왜 정부의 잘한점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잘못한점만 부각시키는 것일까. 뭐 뻔할 뻔자지만 말이다. 정부청사 보안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왔지만 기자는 더 일이 확산되기 전에 인사혁신처가 양심껏 데미지를 감수하고서도 이같은 사태를 경찰에 먼저 신고하고 바로잡았다는 것에 그래도 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이 공무원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생각을 하는 바다.

어느분야 어느누구나 타겟이 될 수 있는 마녀사냥, 적어도 기자나 수험생은 그에 동요되지 말고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할 일에 그저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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