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는 또 하나의 전관예우”
“사시존치에만 화력 집중한 대한변협 책임 커”
1인 시위 참여 촉구...릴레이 시위로 이어질까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법무법인 정률의 이찬희 변호사가 지난 13일 입법예고된 행정사법 개정안을 강하게 규탄하며 결사반대의 뜻으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1인 시위에 나섰다.
“변호사는 누구나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에 대한 책무가 있다”며 “아무런 조직이 없는 개인이지만 단지 변호사이기 때문에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그 취지를 전했다.
행정자치부는 행정심판 대리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명분 하에 변호사 아닌 행정사가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찬희 변호사는 “사회가 온 힘을 다해 전관예우를 근절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 마당에, 행정부 관료 출신이 전관이 되는 또 하나의 전관예우를 양산할 법을 행자부가 만들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행정심판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들어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담당공무원이 미리 작성해 보고하는 의견서에 따라 거의 그대로 위원회에서 결정이 난다”고 폭로했다.
따라서 담당공무원과 오랫동안 같이 근무하며 친분을 쌓았던 행정사가 부탁하면 신청인에게 유리한 내용의 의견서를 얼마든지 제출해 유리한 심판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는 것.
“엄청난 이권이 달려있는 행정적 문제에 직면한 국민들이 앞으로는 돈보따리를 싸들고 담당 공무원과 친분이 있는 행정사, 즉 신생 전관을 찾아다닐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행정부 관료 출신이 전관으로 부상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행정부의 이러한 입법은 소위 말해 ‘전직공무원들 밥그릇 챙겨주기’에 지나지 않는 파렴치의 극치”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이러한 입법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법시험 체제 하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기엔 그 문턱이 너무 높아 법률 사무를 유사직역에 배분한 것이 법무사(사법서사), 행정사(행정서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등 직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이제는 로스쿨 도입을 통해 변호사 배출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법률서비스 공급을 변호사가 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그동안 완벽하지는 않아도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직종자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던 국민이 이제는 같은 가격으로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며 “따라서 이번 행정사법 개정은 시대 흐름에도 명백히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가 미국식 교육제도를 들여왔으면 미국의 자격 체계가 ‘변호사, 회계사, Agent’ 3가지로 단순화되어 있는 것 역시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의 유사직역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광의의 소송에 해당하는 행정심판을 법적 훈련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행정사에게 맡긴다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포기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며 분개하는 모습이다.
이 변호사는 “이런 개정안을 발의한 행정자치부 장관 이하 담당공무원들은 역사 앞에 사죄하는 심정으로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를 향해서도 참담한 심경을 쏟아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입법시도에 변협이 무사안일하게 대응해 왔다”며 “사법시험 존치활동으로 아쉬운 소리를 다 하고 다녔으니 정작 중요한 이 문제는 정치권에 먹히지도 않았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은 사시존치 문제에서 변협 요구에 귀기울여 주었으니 유사직역 문제에서는 다른 입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충분히 이 문제에 집중해 이러한 입법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 변협이 사시존치에만 힘을 쏟느라 이런 사태를 야기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행정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필히 좌절되도록, 많은 변호사 회원들이 이 절체절명의 시점에 1인 시위에 나서주기 바란다”며 호소했다.
이에 따라 21일 오후 3시에는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인 김현 변호사가 바톤을 이어받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찬희 변호사의 동참 촉구에 많은 변호사들이 1인 시위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은 행정사법 개정안 반대의 릴레이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