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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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것!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9.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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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추석은 일반인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민족 최대 명절이지만 아직 취업이나 결혼을 하지 못한 청년 취업층들에게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피하고 싶은 최고의 연휴라는 것을 부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때 이같은 과정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미취업 청춘들의 심정을 백분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밝힌 ‘2016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65만 2천명(13.1%)으로 전년동월대비 0.8%p 상승했다. 취준생의 취업시험 준비분야는 ‘일반직공무원’(39.3%)이 가장 많았으며 같은 기간 4.4%p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일반기업체’(21.5%),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16.5%) 순으로 높았다. 전년동월대비 ‘일반직 공무원’, ‘일반기업체’, ‘언론사·공영기업체’ 준비자 비중은 상승한 반면,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고시 및 전문직’ 비자 비중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기 불황으로 신규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인구 중 대학졸업자는 293만 2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천명 증가했다. 청년층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4년 2.6개월로 전년동월대비 1.1개월 증가했고 4년제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5년 1.4개월로 전년동월대비 1.0개월 증가했다.

아울러 7월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취업준비자 현황과 특성’ 보고서에서도 2014년 41만명이었던 청년층 취업준비생은 2015년 45만2천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고 대졸자 중 절반가량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나아가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은 ‘신분 안정’이라는 이유를 거의 70%가량으로 꼽고 있는 것이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통계는 우리 청년들의 취업현실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생산구조의 기계화, 전산화에 따라 인력 수요자로서의 기업은 갑(甲)이 되고 공급자로서의 근로자는 당연히 을(乙)이 되고 있는 세상이다. 젊은이들의 학력은 높아지지만 취업시장은 갈수록 좁아지고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옛 어르신들의 독촉식 걱정은 이들을 오히려 주눅을 들게 한다. 그렇다보니 유독 ‘안정적’인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일까. 매년 명절이면 언론매체들이 흥행 삼아 숱하게 쏟아내는 ‘명절 잊은 공시촌’ 또는 ‘공시생, 명절은 그림의 떡’과 같은 자극적인 기사들은 과대포장을 넘어 때론 이들로 하여금 분노를 삼키게 한다. 이번 추석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자 역시 이번 명절, 인사차 여러 친인척을 방문했다. 취업적령 자녀를 둔 집은 단연, 취업문제가 나왔고 그 중에는 “누구집 애가 9급 공무원이 됐고, 누군 경찰 공무원에 합격했다더라...” 등과 같은 담소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옆에 앉은 미취업 자녀들은 마냥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었다. 우리 민족 특유의 ‘언제 취업하니’ 등과 같은 (스트레스성)안부가 이젠 함께 공유하고 고민해야 할 위로와 격려의 말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 방송국이 방영 중인 ‘혼술남녀’가 잔잔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공무원 준비생 22만명 시대! 치열한 공부로 인해 지친 마음을 한잔의 술로 위로 받는 공시생들과 정글 같은 노량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공무원 학원 강사들의 혼술 라이프까지”라는 제작 의도가 말을 해 주듯 ‘公試村(공무원시험 수험가)’의 열정과 애환을 드러내면서 공시생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연 고독해 질 수 밖에 없어 ‘혼자 마시는 술’의 심리적 해부가 잘 묻어난다고나 할까.

불과 20년 전만 해도 듣기 어려웠던, 신조어 ‘공시 낭인’.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공무원만 하고자 하면 이 나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따가운 시선에 “그럼, 이만한 다른 직업들을 사회에서 창출해 주든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내는 전국 40여만명의 공시생들.

일단 되고 나면 이변이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신분. 달콤하지만 그 꿀을 마시기엔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현실. 그래서 혼술이 당겨도 자제하며 꼭두새벽부터 수험서를 펼쳐나가야 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우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우리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고 조국의 평화 통일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부디 내년 한가위 명절은 이같은 공무원헌장을 낭독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되길, 전국의 모든 공시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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