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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변호사의 값진실패, 소중한 발견(24)-합격에도 순번이 있다
고성춘  |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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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0  12: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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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모두가 좋은 성적을 내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싶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모두들 실력이 좋더라도 각기 성적이 다르고 그에 따라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으므로 합격하는 수험생과 떨어지는 수험생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다만 떨어지는 수험생이 내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사시2차 시험을 보고 난후 합격발표를 기다리면서 경남 유금사라는 절에서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다. 시험보고나면 대충 잘 봤는지 못 봤는지 느낄 수 있는데 그해는 시험을 못 봤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착각이었다. 그러다보니 부처님 상호(相好)를 보기만 해도 인자해 보였다. 특히 눈 꼬리가 휘감기는 것이 더욱 그랬다. 그러나 몇 달 후 합격자명단에는 눈을 씻고 봐도 내 이름은 없었다. 그 후 보게 되는 부처님의 상호는 냉정했다. 특히 눈 꼬리가 더 그랬다.

   
 

사람의 머리는 참 묘한 것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위와 같이 시험을 망친 정도만 아니라면 하루 지나고 이틀정도 지나면 점점 합격하는 쪽으로 생각이 들다가 결국 착각으로 끝난다. 비록 착각이라도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생기발랄할 수 있지만 만일 그것이 깨지면 세상 무너진 것처럼 깊은 실망을 하게 된다.

나 역시 한때는 시험에 떨어지자 온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리가 냉정하다는 것을 모를 때의 일이었다. 자기 기분이 좋다 해서 못 본 시험이 잘 본 것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자기가 시험을 잘 봐야 합격하는 것이지 시험을 못 봤으면서도 합격을 바라는 것은 설령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살아 돌아와도 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시험에 떨어졌다 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결코 없다. 단지 나 자신만 무너질 뿐이다. 이것을 깨달은 후로는 시험에 떨어져도 내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서 아직 합격티켓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였다. 수험생 모두 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합격순번은 자신이 얼마나 절실한 마음으로 진실한 노력을 했느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명나라 때의 큰 선비인 원요범(袁了凡)이란 분이 그의 아들 천계(天啓)에게 주는 가훈으로서 내려오는 「인과실화(因果實話)」라는 책에 좋은 말이 있어 이를 그대로 인용하고자 한다.

『옛말에 “뜻을 공명에 두면 반드시 공명을 얻고 뜻을 부귀에 두면 반드시 부귀를 얻는다(有志于功名者 必得功名 有志于富貴者 必得富貴)”고 하였다. 이것은 그 입지가 견고하여 굽히지 않고 게으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입지는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나무는 뿌리로 말미암아 성장하고 사람은 입지(立志)에 따라 발전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 입지를 나무뿌리와 같이 확고부동하게 세워서 빈 마음과 겸손한 마음씨로 천지를 감동시키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요즘 급제하려는 자들 중에 처음부터 이 같은 확고한 입지 없이,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일시의 뜬생각으로 살아가니 어떻게 입신출세를 하겠는가?
맹자는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속된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왕이 뜬 마음을 버리고 본심으로 음악을 즐긴다면 그것으로 제나라는 태평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급제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뜬생각을 버리고 본심으로 구한다면 그 마음대로 출세의 길이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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