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법조 비리에 근본대책 마련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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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잇따른 법조 비리에 근본대책 마련 시급하다
  • 법률저널
  • 승인 2016.09.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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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은 6일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 대해 “실망하고 상처받은 국민에게 사법부를 대표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긴급회의에서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다”며 직접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양 대법원장은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묵묵히 사법부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면서 법관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절실히 기대하고 믿어 온 국민”이라며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역대 세 번째며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사과한 이후 10년 만이다.

대법원장의 사과문에는 ‘참담’ ‘송구’ ‘충격’ ‘당혹감’이라는 단어가 연이어 등장했다. 법원이 처한 현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의미다. 그는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의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는 말을 인용하며 법관의 청렴 의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청렴성은 법관들이 모든 직업윤리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라며 “청렴성을 의심받는 법관의 재판은 아무리 법리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더라도 불공정 재판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관에게 청렴성은 다른 기관에 있어서의 청렴성과는 의미가 다르고, 그것은 법관의 존재 자체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되고, 법원 조직 전체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재판은 법관 각자가 담당하지만, 국민이 인식하는 법원은 모든 재판 결과와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하나의 법원임을 생각해야 한다”며 “한 법관의 일탈행위로 법원이 신뢰를 잃게 되면 다른 법관의 명예도 저절로 실추된다”고 말했다. 이는 모든 법관들이 직무윤리의 측면에서 상호 무한한 연대책임을 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동료 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 왔을 때 타인의 일처럼 바라만 볼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날 전국 법원장들은 7시간 동안 비공개회의를 열고 법조 비리 대책을 논의해 발표했다. 대법원은 판사가 금품·향응 수수 등으로 징계를 받게 되면 해당 금액의 5배까지 징계부가금을 부과하고, 공무원연금도 감액할 수 있도록 법관징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재판 신뢰를 얻기 위해 판사가 비위 의혹에 휘말리면 임시로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10년마다 있는 법관 연임 심사를 강화해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린 사실이 드러나면 연임에서 탈락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법관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법조 비리를 신고할 수 있도록 대법원 홈페이지에 ‘법조윤리 신고센터’도 만들기로 했다.

올 들어 판사·검사·변호사 등 이른바 ‘법조 3륜’과 현직·전직을 가리지 않고 법조 유착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왔다. 법조계 구석구석 어디 온전한 곳이 없어 보인다.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발등의 불만 끄고 보려는 미봉책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법조계의 자정 노력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내부 대응 수칙을 만들었다고 입으로만 떠들 게 아니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판사의 재량권에 속하는 양형 문제를 손댈 필요가 있다. 양형의 범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가급적 세분화해 판사의 재량권 남용 소지를 줄여 보자는 얘기다. 재판 결과가 누구에게나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진다면 판사들의 비리 개입 여지는 축소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도 적극 검토할 단계다. 나아가 판사는 사법부가, 검사는 행정부가 각각 독립적으로 선발하고, 정년을 보장하되 변호사 개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법조삼륜의 유착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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