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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8)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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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9  11: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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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은 특별한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국 로스쿨 수업 장면 묘사에서 꼭 나오는 것은 소크라테스식 교수법 (Socratic method), 혹은 문답법에 기반해 교수가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는 광경이다. 영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The Paper Chase)을 통해 유명해졌지만, 현재 방송중인 로스쿨이 배경인 드라마 살인을 무죄로 하는 법(How to Get Away with Murder)에서도 로스쿨 수업 장면으로 묘사된다. 또 로스쿨과 관련된 도시전설에서도, 로스쿨 진학 전까지 수재 취급을 받았던 신입생이 처음 소크라테스식 수업 방식으로 질문을 받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단 얘기도 종종 듣는다. 로스쿨에 다니면서 기말시험 중에 울음을 터뜨린 학생은 본 적이 있고, 그땐 내 자신도 솔직히 울고 싶었지만, 수업 중에 교수의 질문을 받고 당황해서 우는 것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문답식 교수법의 핵심은 교수와의 문답에 참여하는 학생, 또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직접 깨닫도록 한다는 데 있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구경을 하면, 교수가 학생의 답에 시비를 거는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일련의 질문을 하는 데에는 의도가 있다. 많은 로스쿨 수업, 특히 1학년 수업은 교실에서 앉는 자리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자리에 이름을 기입한 좌석표를 참조하여 교수는 학생의 이름을 부른다(call on). 앉은 자리나 이름 순서로 질문을 해 나가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런 순서 없이 무작위로 이름을 부르는 경우(cold call)도 있다. 또 자발적으로 답을 하게 하고, 좋은 답을 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교수도 있다.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의 최소한의 전제는 학생들이 예습을 하고 수업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에도 영화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에도 나오는 장면은 이름이 불린 학생들이 예습을 해오지 않은 상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교수들은 예습을 안한 학생을 수업 끝나고 토할 정도로 무안을 주거나 강의실에서 쫓아내지만, 내가 겪은 로스쿨 수업에서는 다음 수업에서 질문을 하겠다고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다만, 다른 학생들 앞에서 예습을 해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예습을 해왔다고 해서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첫 질문은 예습을 해왔으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실 관계가 어떠한지," "법적 이슈가 무엇인지," "판결이 어떻게 되는지" 하는 질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답식의 대화가 계속되면서 "과연 이 판결이 다른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지, 사실관계가 이러저러하게 달라진다면 같은 판결이 나왔을지"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질문이 이어지고, 아무리 예습을 열심히 해왔어도 이런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소크라테스 교수법에 대해선 여러 비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학습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또 최근에는 여학생의 수업 참여를 저해하고 로스쿨의 젠더 불평등을 공고화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문답이 최선의 교수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드물고, 내가 경험한 로스쿨 수업도 전적으로 문답식으로 진행되었다기 보다는 강의와 문답을 병행하여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로스쿨 첫학기에는 이름이 불리고 수업중에 무안을 당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기도 했지만 한두 달이 지나면 자기 이름이 불리면 여전히 긴장은 하지만, 자신이든 다른 학생이든 틀린 대답을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거의 안하게 된다. 1학년때 룸메이트가 싱긋 웃으며 말했었다. "우리가 다 알면 왜 비싼 학비 내고 수업 듣겠어. 모르니까 배우는 거지 뭐."

하지만 졸업 후 일하면서는 역설적으로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는 생각도 한다. 이번주, 지난주에는 그렇게 길지 않은 문서를 기안했는데, 그 과정에서 파트너 변호사와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영화 속의 킹스필드 교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이거 말이 아예 안되는데 너는 납득이 가니” 이런 커멘트를 받고 조금 상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화가 없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은 굳이 로스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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