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정치학의 관점에서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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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정치학의 관점에서 이혼
  • 신희섭
  • 승인 2016.09.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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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결혼한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본성을 보이는 때가 다르다고 한다. 결혼한 여성이 배우자에게 본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때는 남성 배우자가 경제적으로 실패했을 때이다. 더 이상 배우자로서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없고 남성 자체가 부담이 되었을 때. 그때 인간성이 드러난다.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억척스러운 여성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경우도 많다. 인간성의 차이 때문이겠다.

결혼한 남성이 본성을 드러내는 때는 여성과 다르다. 남성은 성공했을 때 본성을 드러낸다. 외도를 하거나 배우자가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때 남성은 자신이 가진 것을 한껏 드러내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3가지를 바꾸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자동차를 바꾸고 둘째, 집을 바꾸고 셋째, 여자를 바꾸려고 한다. 외양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바꿈으로서 자신이 바뀌었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남성이 더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인간 남성들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다른 ‘외양’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여성과 남성의 본성론은 묘한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남성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여성이 남성을 버릴 수 있고 남성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때는 남성이 여성을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경제적 조건은 극단으로 갈 경우 누가 버리느냐를 결정하는 것이지 결국 본성을 드러내며 배우자는 갈라선다. 그래서 “적당히 살아야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뭐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최근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통계방식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증가율, 국가별 순위등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매년 전체 이혼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주변에서도 이혼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봐서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왜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할까? 이혼율을 조사한 보고서들에 따르면 이혼의 원인은 크게 3가지가 제시된다. 그리고 원인 간의 중요도는 변화해왔다.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혼율의 1위는 26%의 경제적 이유였다. 2위는 24%를 차지한 배우자의 외도였고 성격차이는 22%로 3위를 차지했다. 2009년 통계에서는 28%가 성격차이, 배우자 외도가 25%, 경제적 이유가 22%로 나타났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혼은 개인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해체와 붕괴와 관련되어 있기에 사회적인 문제이다. 또한 이혼은 출산율저하처럼 국가구성원의 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구성원들의 소득과 삶의 방향과도 관련되어 있기에 정치적인 문제이다. 가장 현실적으로는 이혼자들의 정치적 성향변화와 이혼한 가정 자녀들의 정치적 성향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럼 왜 이혼이 증대하였을까? 앞서 보았듯이 가장 주된 이유로 경제적 문제를 들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경제적 부담이 늘고 부담을 피하고자 이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가 본질은 아니다. 경제가 어려워도 버티는 가정이 오히려 많다. 갑작스런 가정경제변화가 충격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버티는 경우도 많기에 경제 단일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과잉결정의 위험이 있다.

성격차이의 설명도 가능하다. 개인적 성향이 다른 이들이 결혼에 진입한 후의 과정을 보자. 결혼 초반에는 성격차를 양보하면서 서로 맞추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차이가 커진다. 양치문제부터 청소문제 그리고 투표를 누구에게 할 것인지 등등. 성격차이를 메우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헤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앞의 경제적인 설명도 성격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다 이것을 바라보는 성격 차이가 결합하여 폭발하면서 이혼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성격차이를 인정하고 사는 사람도 있고, 같은 성격을 가져 서로 답답해 이혼하는 경우도 있듯이 성격만으로 이혼을 설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서로 성격을 모르고 결혼한 사람들이 서로 알고 결혼한 사람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감당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쉽게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속았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사귀다 보면 대체로 예견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어떤 이유가 있어 이혼이 늘어난단 말인가?

국제정치학의 행태주의자인 부에노 드 메스키타(Bruce Brueno de Mesquita)는 이상형을 만났을 때 헤어질 확률이 가장 높다는 도발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인 배우자를 만나면 그 배우자는 100%의 기대치에 가까워 자신에게 가장 높은 만족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어떤 경우에도 이 이상의 기대치를 넘어설 수 없거니와 더 높은 만족을 줄 수 없다. 점차 기대와 만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배우자에 대한 기대가 떨어져 이혼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것이다.

메스키타의 조언을 빌리면 이혼으로 가는 문제는 '상호 기대(mutual expectation)'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어떤 결혼생활을 영위해 갈 것이며 향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기대치'와 배우자가 내게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만족도'가 결혼을 결정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결혼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어려워져도 이 사람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경제적으로 윤택해져도 이 사람이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동하면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이다. 결혼생활을 해 온 지금까지 들어간 배우자에 대한 ‘탐색비용’과 친인척관리와 주변 사람관리에 들어간 일종의 ‘매몰비용’과 배우자와 의견조정과 선호조정을 위해 사용한 ‘거래비용’과 아이 양육과 교육에 들어갈 ‘잠재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관점에서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경제학적 설명에 정치학적 설명을 한 가지 추가해보면 어떨까.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은 국가와 다르다. 국가처럼 비동질적이지 않은 이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성된 제도라는 점에서는 양자가 동일하다. 그리고 권력의 제도화를 이루었다는 점도 동일하다. 수평적으로 권력관계를 구성하였든 수직적으로 권력관계를 구성하였든 조직원들 간 권력관계는 규정이 된다. 다만 국가는 이것을 헌법을 통해 공개적으로 설정하지만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암묵적인 관행 속에서 권력관계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혼은 권력관계 작동방식에 대한 저항이다. 가부장적인 관계든, 경제적 부양관계든, 성격의 우월성을 향한 경쟁이든, 배우자간에 인정을 위한 투쟁이 되었든, 살아있는 권력관계 내의 조정이 실패하고 그것을 공개화한 것이 이혼이다. 중국의 ‘소황제’처럼 곱게 자란 젊은 층에서의 이혼은 자웅을 가리지 못하고 파탄이 나는 것이다. 반면에 황혼이혼은 그동안의 사회적 관례와 자식들이라는 제도로 인해 막고 있던 개인적 불만들이 폭발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권력관계 청산이 되고 나면 권력에서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이후에 또 다른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이혼한 사람으로서의 사회적 표식이 이혼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로 울타리를 치는 권력이 작동한다.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낙인이 생긴다. 양육해야 하는 아이문제로 친부모와의 관계 조정도 필요하다. 이러면서 자신이 태어난 가정과 가족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진다. 게다가 이혼과 관계없이 작동하는 세상의 권력관계는 여전하고 혼자서 이 권력관계를 헤쳐가야 한다.

그래서 정치학은 이혼에 대해 뭐라고 훈수를 둘 수 있는가? 정치학의 금언을 따르라고 한다. 그것은 바로 권력의 공유이다. 어떤 권력이 되었든 가족공동체에서 부담, 혜택, 의무를 결정하고 분담하는 데 있어서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 공유의 시작은 권력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주체라는 인정이다. 그런데 그것이 쉬울까? 만약 같이 나눌 수 있고 서로 인정할 수 있다면 이혼의 과정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혼이라는 다람쥐 쳇바퀴는 계속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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